어릴적 온몸이 욱신거리고 머리가 아파
일어설수조차 없는 독한 몸살감기에 걸리면
엄마는 집에서 10분거리의 신성약국에서
따뜻한 솔감탕 한 병과 3일 분량의 가루약을 지어오시곤했습니다.
그마한 키에 낮은 저음으로 성가대에서 베이스를 도맡던 집사님은
아이구 우리 예쁜 삐삐롱이 아픕니까...
시며 흥얼흥얼 성가곡을 노래하시며 약을 지어
박카스 하나 끼워주며 삐삐롱주세요
라며 미소짓는 분이셨습니다.
끙끙앓고 있는 나를 일으켜 세워 약을 먹이고
펄펄끓는 이마를 찬손으로 짚어주시며
괜찮다....클려면 이렇게 아픈거란다.
하루밤 끙끙앓고 나면 키가 이맘큼 커있을거다시며 다독거려주시던
엄마의 손사래에 자다 깨다 설핏설핏 든잠.
오빠와 동생이 부산스레 학교로 떠나고
누운 내 머리맡에 점심상과 따뜻한 보리차, 하루분의 약봉지를 놓아두시며
출근하시던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잠들던 아침.
코와 입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에 입안이 바짝바짝 타올라
자다깨어 찬 보리차를 한컵 마시며
두리번거리다 혼자라는 깨달음에
다시 이불속에 파고들어 훌쩍이던 어린날.
혼자 차디찬 점심을 먹고
하얀 사각종이를 손지갑처럼 접어진 약봉지
경건한 의식을 치루듯 펴고 펴면
하얀 가루약이 소복히 들어있었습니다.
노란빛이나는 것일수록 달큰한 맛이 나고
푸른 빛이도는 흰것일수록 써지던 그하얀 가루.
커다란 수저에 소복히 부어 물과 휘휘섞어 한입에 꿀꺽 먹어야했던
자칫 잘못 먹어 그것들이 입안에 들러붙기라도 하는 날에는
몇시간동안 쓴물이 좀체로 없어지지않고 배어나
찡그리며 오래오래 물을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한동안 전 자질구레한 일상과
어설픈 계산속을 들킨후 감내해야하는 부끄러움
살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생겨나는 욕심과
그로인한 들볶임
속으로 삼켜야만하는 질투와 동경같은것들이
내안에서
하나가 둘이되고 둘이 열이되고 열이 백이되고....
자기복제한것처럼 자고나면 늘어나
나인지 남인지 모를 그것들에 쫓기며
사정없이 내리치는 도끼질에 정신이 페여 까무라치길 몇번.
기어이 몸의 병을 일으킨 요즘.
어릴적 엄마의 말처럼 이것도 커나가는 과정인가.
몸은 커다란 어른이 되었음에도
마음은 여전히 사루비아 꽃잎 쪽쪽 빨아먹던 열댓살 계집애같은
철없음 죽끓듯한 변덕,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책망하는듯한 작은 눈빛에도 상처받기 일쑤였던
내 서푼어치 영혼
손으로 꼭 쥐어도 흘러나오는
손가락사이를 스며나오는 물줄기같은 슬픔
발가락 끝 손가락끝까지 힘주어 밀어도 닿지못할
무언가 때문에
내것이 아니리싶어 욕심내지않는다고 생각했음에도
마음 깊은곳에서는 더욱 타올랐던 마음이
어딘가 범벅으로 들어붙어 두고두고 쓴물이 넘어오게하던 며칠
몹시 힘겨웠다고
그로 인해 울고 지낸 며칠
그 울음 끝, 불꽃같은 마음이 사라진 자리에
하얀 실오라기같은 연기같기도하고
손대면 바람으로 변할 것같은 푸시시 힘없는 재같기도한
제 마음이 남아있습니다.
이제 감기같은 병치레도 웬만하면 이겨내는 나이
아프다하더라도 어린 자식들 때문에 티없이
혼자 앓아야하는 어미가 된 지금.
어느동네나 있는 그만그만한 약국에서 감기약을 짓습니다.
3일 분량의 약이 적어진 처방전을 내밀며
무심한 얼굴로 돌아서는 약사의 뒤통수에 대고 말합니다.
목구멍에 더덕더덕 늘어붙지않는
한컵의 물에 퐁 휩쓸려 내려가고마는 동그란 알약.
빨갛고 노란 초록색 작은 알약으로 주세요
내삶에 아무런 해악도 없는.
첫댓글 전여 어릴 때 가루약을 못먹어서 고생했는데 커버린 지금은 어느날인가부터 그 알약이 넘어가질 않아서 가루약을 먹는답니다. 이런것까지 변할지 정말 몰랐죠. 감기 빨리 나으세요. 주말이 기다리잖아요.
삐삐롱님 우리네 삶이란게 크느라고 아플때도 있지만 이제는 늙느라고 아플 때가 더 많을 겁니다. 조금만 늙으세요. 저는 요새 노안이 오느라 가까운데 것이 잘 안보여요....
이방인님의 말씀을 듣자니 울엄마가 첨으로 안경을 쓰실때 생각이 나네요...그 씁쓸함이란...아푸지 마세요...비록 몸은 늙어도 마음만은 사루비아 단물 쪽쪽 빼먹던 철없던 계집아이 같이 순순하신 삐삐롱님....^^*
삐삐롱님 ,빨리나으시구요 ..씩씩해지세요 ~~,,까만니아님,,방가 ,, 저도 울 딸이 자우림의 일탈 놀래 갈켜줬어요 ~~~,,,
아프지 마셔용~^ㅡ^ 따뜻한 꿀 유자차나 모과차(비타민이 많잖아용^^)랑 사랑을 듬뿍 받으셔서 빨랑 나으셔용 ^ㅡ^
빨리 쾌유하세여~~~ 전 어릴때 결석하구 앉아서 가루약 캡슐에 넣고 있다가 엄마한테 혼나던 생각이 나네여..가루약을 못먹어서여... 빈 캡슐통 얻어와서 그거 넣는데 하루해가 다갔어여.. 약 한봉 먹을려면 배불렀었어여...ㅠ.ㅠ
다들 고맙습니다.....이젠 많이 나았어요..^^*
삐삐야~ 아프냐?............아프지 말아라... 나두 아프다.. ( 다모버젼), 반말이라 지송~~~
ㅋㅋ.. 프렌드님 방긋~~~
기분 up~
언넝 쾌차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