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한동안 목욕탕에 들어가도 거울을
보지 못했습니다. 7년이나 지난 지금이야
이상한지 요상한지 아무런 느낌도 없지만
한쪽 무게만 느끼면서 지냈던 1년간만큼은
참으로 긴 시간들이었습니다.
9월 29일에 수술하고 경과가 아주좋아 10월
16일에는 전신항암제 투여가 가능했습니다.
전신항암제는 한달을 1사이클로 계산해서
첫째주엔 토하는것을 억제하는 약을 투여
두째주엔 강한 항암제,
세째주엔 약한 항암제를 투여하고
네째주엔 쉽니다.
이런 사이클을 6번 반복했으니까
6개월간 치료받은 셈이지요.
강한 항암제를 투약받은 날부터 2주일
정도는 사람많은 곳엔 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항암제는 좋은 세포도 나쁜
세포도 구별하지 않고 다 죽이기 때문에
백혈구(아군병사)의 숫자가 급격히
저하됩니다. 백혈구가 적은데 감기라도
옮으면 감기균하고 싸워줄 백혈구가
적어서 폐렴으로 죽을 수도 있거든요.
모기에 물려서도 안되구요.
이런 상황속에 전 3가지의 정진을
실천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세가지 실천이란 육바라밀을
세가지로 축약해서 행하는 재가불자의
정진을 말하는데 그 첫째가 환희,
둘째가 사람인도, 셋째가 봉사입니다.
우선 환희(보시:재물보시,법보시,
무재7보시)는 이렇게 실천했습니다.
그당시에는 학교도 휴학해서 장학금도
못받고 아르바이트도 쉬고있는 상태여서
언니들에게서 받는 돈 이외에는 아무런
수입원이 없었습니다.
법보시나 재물이 필요없는 무재7보시는
마음만 고치면 실천할 수 있는거지만
재물보시는 좀 달랐습니다.
그래서 생각한게 100원(엔) 모으기
였습니다. 음료수를 사먹고 싶을때
참고 저금통에 쏙, 택시 되도록
안타기로 저금통에 쏙, 외식금지해서
남은거 저금통에 쏙,
이래서 쏙 저래서 쏙쏙...
점점 무거워지는 저금통을 들어보며
전 무척 흐믓했습니다. 모아진 재물은
제가 인도한 분들 그리고 어떤 난관에
부딧쳐 괴로워하는 제 주위분들에 대해
정화와 천도를 올리는데 사용했습니다.
저 하나만을 위해 살아왔던 지난날을
뉘우치는 마음으로....
이 100원 모으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돈에대한 감사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아껴주고 보살펴주는
언니들 가족들의 고뇌를 처음으로 뼈에
사무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부처님의
재보를 아까운줄도 모르고 흥청망청
없애왔는지, 또 써야될곳 안써야될곳도
구별하지 못한채 만용에 가득찬 선심을
써 왔는지. 벗겨지지 않았던 저의 마음의
더러운 때를 이 100원 모으기를 통해
처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인간으로 태어나 부처님 법을
얻어 감사하는 마음을 터득하게
되었다는것도 부모님께서 날 낳아주셨기
때문입니다. 조상님에 대한 감사
부모님에 대한 감사 또한 뼈속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사람을 부처님 법안으로 인도하는
실천입니다. 부처님 법안으로
인도한다는 것은 자기 중심적인
삶을 부처님 중심적인 삶으로
바꿔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손을 이끌어 드린다는 뜻입니다.
그당시 많은 분들을 인도했습니다.
저의 밝은 모습이 보기좋아서
따라오셨다고들 했습니다.
제가 공부하고있는 절의 개조 스님께서
언제나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을 바르게 인도하는것은 **저
사람이 믿고 있는 신앙이라면 틀림없어**
라고 상대가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의
정진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면서 (평소에 남을 헐뜯는다
든지 약속을 잘 안지킨다든지 등등) 아주
좋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는데 한번
가봐요라고 수백번을 권해도 상대의
마음은 동하지 않습니다"
이 말씀은 바로 말을 하기전에 먼저
행동으로 나타내라는 부처님의 말씀
그대로 입니다.
이말씀을 교훈으로 삼아 가슴에 새기고
제가 인도한 분들과 한달에 한번씩
만나서 생생한 삶의 소리도 듣고 새로운
방편도 교환하면서 불심을 굳혀가기를
기원했습니다.
큰스님께서 정진지침을 내걸어주시면
모두 그 지침에 따라 한달동안 바른
정진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지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을 때는 이렇게
방안에 앉아서 부처님 가르침을
토로합니다.
정말 느끼지도 보지도 못했던
부처님의 공덕을 또한 이 정진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봉사입니다만, 이 봉사에는 절안에서하는
봉사와 절 밖에서하는 봉사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절 밖에서하는 봉사로는
가정내에서하는 봉사와 직장등에서하는
봉사가 있습니다. 치료중에는 절안봉사는
못했습니다. 절밖의 봉사로서 저의 절
신도라면 누구나 다하는 역앞의 새벽청소
봉사를 실천했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역앞청소는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새벽
5시에서 30분정도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께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 첫차가 다니기 전에
청소를 끝냅니다.
이 청소봉사는 개조 스님(열반하심)
께서는 물론이고 지금의 큰스님께서도
실천하고 계십니다. 봉사 정신은
개조 스님 부인(주지스님)의 봉사정신을
이어받은 것인데 이 부인께서는 25세부터
돌아가신 그날까지 신도들을 위해
헌신하신 분이십니다.
1930년대 당시부터 돌아가신 날까지
그분은 신도들이 와서 법회에 참석하는
동안에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바빠서,
급해서) 들어간 신발들을 깨끗이 닦아서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 사용한 변기는
구석구석까지 맨손에 수세미로 깨끗이
닦아 놓으셨다고 합니다. 신도들이 절에
오셨을 때만이라도 쾌적하고 안온함을
얻을 수 있도록 평생을 그렇게 사셨다고
합니다.
그런 정성을 기리기위해 절이 있는
그 지역의 역앞 청소봉사하시는 분들은
공중변소 청소를 개조 스님 부인과
똑 같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저는
제집에 있는 변기도 더럽다고 손을 대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개조 스님 부인의
실천을 듣고 부터는 제 집이나 남의 집
그리고 공중변소를 사용할때 제 다음에
사용할 사람을 생각해서 조금은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이 봉사를 통해서 조금은 사람다운
행동을 하게 된 셈이지요.
이러한 실천을 하면서 수술해도 6개월
밖에 못산다고 선고받았던 제가 지금
이렇게 여러 불자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모든것이 삼보일체의
원력이지요. 너무도 미비한 저의
정진인데도 부처님께서는 제게 헤아릴
수 없는 힘을 주셨습니다.
대반열반경에 "병을 통해서 길을 밝혀라"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병을 얻었다는
것은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 찬스를
부여받은거와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병을 얻으면 마음과 몸을 같이
치료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과 부처님은 일심이체 입니다.
항상보살님!
병원에 가셔서 정확한 진찰을 받아보시고
병명이 안나오거나 아무데도 안좋은곳이
없는데요라고 결과가 나오면 보살님의
생활방식을 바꿔보세요.
예를들면 싫어하는 음식은 즐겨드시도록
노력하시고 편식을 없애야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으시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가서 시간을 모내시는등, 지금의
자신과 반대현상을 기운내서 쫓아가시면
효과가 있을거예요. 이 효과라는것은 빨리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서 도중하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디 힘내서 좋은 결과 얻으시길 빌어요.
불교의 깨달음을 표현할 때는 깨달을각(覺)
자나 깨달을오(悟) 자를 쓰는데 아마도
각오를 관철하면 해탈을 얻는다는것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 같이 각오한번 세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