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막바지를 장마로 보내고
맑은 날씨로 맞이하는 가을은
더없이 찬란합니다
9월 첫날
가을 맞이로 대청소를 합니다
매일매일 청소를 한다고 했는데
물건 사이 보이지 않은 곳에는
먼지가 소복합니다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하다말고 잠시 거풍삼아 펼쳐 놓은
여덟폭 병풍앞에 앉아봅니다
아주 오래된 장면
아련한 추억으로 되살아나는 한 여인을 만납니다
시아버지,시어머니를 모신 며느리로
한남자의 아내로
두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그때 내 나이 채 서른살도 안된
한창의 나이였지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둔 엄마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일까
막중한 책임과 의무속에서
열심히 사는 내 모습이
어찌 그리도 가엾기만 하던지
그럴때쯤이었을까요
일어나는 번민을 없애기 위해
동양자수로 병풍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고려청자를 새겨놓고
비단실로 한올한올 수를 놓는 시간
몰입의 즐거움
마음고요의 시간이었지요
지금 다시
그날처럼 수를 놓을 수 없는 까닭은
손이 거칠어 비단실을 잡을 수 도 없겠지만
나의 외로움이
그때보다 많이 사그라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나이를 먹는 동안
나의 외로움도 곰삭아
또 다른 삶의 이유를 발견하고
누리고 즐길줄 아는
제법 야무진 여인이되어 이자리에 앉아
나의 수필집 "엄마가 웃었습니다"를
가슴 따뜻하게 읽고 있습니다
아주 근사한 계절
가을을 위하여.
카페 게시글
茶독락 ⚊ 독락차도
몰입의 즐거움(동양자수 병풍앞에서)
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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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9
14.09.02 16:02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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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직접 자수를 떠서 만든
평풍이라굽쇼?
오우 오우, 놀라워라~~~
그런데 평풍은 병풍과 다른 거예요?
어쩜 좋아요
병풍을 평풍으로^*
애교로 봐주세요
ㅋㅋㅋ ^.,~
저는 사람의 고도의 집중과 인욕으로 만든 것들에대한 사회적 저항감같은게 있어요^^ㅎㅎㅎ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시려는지...
애쓰시고 너무너무 훌륭합니다^^
저는 흉배하나 완성하는데 6개월이 걸려
병풍은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는데~
저 병풍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까요?
마음 다스리는데 수예만한게 없는듯 합니다.
소정님의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_()_
헐~~~ 흉배씩이나....
난 아무래도 남자인듯~ 바느질이 적성에 안맞아서 ㅡ.ㅡ;;
@잠공 그대는 손으로 하는일 보다는 머리로 하는일이 더 적성에 맞는 듯~ ^^
아직 재봉틀은 소리만 들어도 내 손을 박어버릴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도전을 못하고 있는데, 내나이 50쯤엔 한번 도전해 볼수 있으려나?
그땐 눈이 침침하다고 피하려나? ㅎㅎㅎ
@죽헌 ㅋㅋㅋㅋ 전 재봉틀 소리도 무서워요~~
이젠 머리도 딸려서 손으로 발로 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 봐야하는데 쩝~
노안까지 오는듯하여 생각대로 안되네요ㅡ.ㅡ;;
고운님은 참으로 양파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ㅎㅎ
지적인 감성에 찬사을 보냅니다.짝짝~~~짝
한가위 잘 보내시고 좋은소식 많이~마니 남겨 주세용...사랑 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