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당구가 건전 스포츠로 새롭게 변모하면서
그동안 줄기차게 진행되어온 ‘용어 순화’는 꽤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어의 잔재였던 ‘우라, 오마, 하꾸’와 그 변이형은 각각
‘뒤돌리기, 앞돌리기, 옆돌리기’를 거쳐 그것의 준말인 ‘뒤돌, 앞돌, 옆돌’로까지 자리를 잡았습니다.
최근에 당구를 접한 이들은 ‘시네루’나 ‘히끼’ 대신 ‘회전’이나 ‘끌어치기’를 씁니다.
이밖에도 수없이 많은 일본어식 표현이 ‘순화’ 내지는 대치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억지로 이루어진 ‘순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변화’에 가깝습니다.
일본어에 익숙한 세대는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씁니다.
그런데 그 세대가 물러난 뒤 일본어를 모르는 이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 세대들은 영어에 더 익숙하니 영어표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 결과 ‘무시로 다대’를 치던 이들의 말을 ‘노 잉글리시로 세워치기’로 바꾸었습니다.
이들이 일본어를 안 쓰게 된 것은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이지 일본어가 나쁘거나 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은 아닐 겁니다.
일본어가 고유어나 영어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쫑’과 ‘삑사리’ 등에 대해서는 묘한 싸움이 일어납니다.
‘쫑’과 ‘삑사리는’ 나쁜 말이니 순화의 대상인가요?
많은 이들이 그리 믿고 있는데 왜 나쁜 말이냐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합니다.
외국어나 외래어가 아니고 일본어는 더더욱 아니니 청산의 대상은 아닙니다.
된소리가 포함된 ‘꽃’과 ‘뿌리’가 나쁜 말이 아니니 된소리를 시빗거리로 할 수도 없습니다.
남은 문제는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나무’나 ‘하늘’을 비롯한 모든 말은 본래 출처가 불분명하지 않나요?
새로운 당구 단체가 만들어지고 방송으로 중계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당구 용어 순화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지속돼 ‘쫑’과 ‘삑사리’에 대한 순화를 시도했습니다.
이 두 단어는 방송에서는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각각 ‘키스’와 ‘큐 미스(cue miss)’로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키스는 왠지 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그렇다고 고유어지만 아이들이 쓰는 ‘뽀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서인지
지극히 점잖아보이는 단어인 ‘충돌’이 어부지리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삑사리는 여전히 갈 길을 못 찾고 있는데요
.
이 시점에서 쫑과 삑사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쫑과 삑사리를 쓰면 안 될 이유는 전혀 없습ㅈ니다.
말소리만으로도 느낌이 딱 오니 이보다 더 직관적인 단어도 없습니다.
쫑은 일상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으니 이미 ‘사용 승인’이 난 단어이고
삑사리는 외국의 저명 잡지가 영화기법으로 인정해주었으니 ‘국제 특허’를 받은 단어이기도 하구요.
‘충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나 ‘충돌’의 일상적 용법과 충돌되니 쓸 만한 대체재는 아닙니다.
게다가 ‘큐 미스’는 원산지만 다를 뿐 순화해야 할 외국어 아닙니까?
표준말이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정말 순화되어야 할 용어는 정치판에 있습니다.
여의도문법/내로남불/폭언/막말/궤변/폭망/특검/음모... 등등
이미 사전의 본뜻과 상관없이 범람 중이니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