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룡 연운비
연운비의 전신을 감싼 채 돌고 있던 수강 하나가 돌연 허공을 치솟았다.
그리고는 이십여 장의 높이로 까마득히 올라가더니 어느 순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엄청난 속도로 내려 꽂혔다.
쇄애액!
대기가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아니, 그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수강은 이미 마대위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피쉿!
마대위의 신형이 일순 사라지고 한자 떨어진 곳에 다시 나타났다. 그가 있던 자리에 사람 주먹만 한 크기의 깊은 구멍이 생겨났다.
수강이 땅을 뚫고 들어가 버린 것이다.
번쩍!
눈부신 섬광이 마대위의 눈앞에서 번뜩였다. 첫 번째 수강이 땅을 뚫고 들어간 사이,
또 하나의 수강이 사각을 파고들며 마대위의 머리를 짓이기려 했던 것이다.
두 번째 수강이 마대위의 머리를 관통하려는 순간, 그의 신형이 환상처럼 흐려졌다.
그리고는 긴 잔형을 남기며 허공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신행백변.
신법 하나로 천하를 종횡한 비천마왕의 절기가 마대위를 통해 완벽하게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흥!”
마룡 연운비의 입에서 냉소가 터져 나왔다.
“얼마나 피할 수 있을지 보도록 하지.”
그의 장심에서 빛나는 구체가 잇달아 튀어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숫자가 많은 대신,
크기는 훨씬 작았다. 오리알 정도의 크기였으니 말이다.
새롭게 나타난 열 개의 수강은 자유롭게 부유하며 허공을 찢어발겼다.
마대위의 신형은 마치 허깨비가 된 것처럼 움직였는데, 한번에 수십여 개의 잔상을 남기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수강들이 한순간에 쓰러지듯 사라지고, 마대위의 신형이 마침내 멈추었다.
열 개의 수강으로도 마대위의 신형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연운비가 내공을 거두어 들였기 때문이다.
마대위는 굳은 표정으로 연운비를 노려보았는데, 두 손에 일렁이는 혈광이 더욱 짙어진 것으로 보아
전력을 다해 강기를 형성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한편 연운비는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깍지 낀 채 단전 부근에서부터 서서히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는데,
그의 손이 명치에 이르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밝은 섬광이 터져 나왔다.
마치 태양이 지평선을 뚫고 솟아오르듯 그의 가슴 앞에는 사람 머리통만 한 광구(光球) 하나가 떠올라 있었다.
제황구(帝皇球).
천외패황궁 최고 절기의 하나로, 산을 뒤엎고 바다를 갈라버린다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위력을
지닌 패황지학(覇皇之學)이다.
마대위는 신행백변만으로는 거대한 강기의 덩어리를 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는 혈광이 꿈틀거리는 쌍룡을 들어올린 채 검결 하나를 조용히 외웠다.
수라파천황(修羅破天荒).
수라검문 최강의 검공인 수라혈검 최후의 초식이다. 적양신공의 내공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이 초식은,
원래의 위력을 훨씬 능가할 가공할 파괴력을 보여줄 것이다.
짙은 살기와 함께 지독한 열기가 마대위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파스스…….
마대위가 서 있던 곳 반장 이내의 땅이 조금씩 들썩이는 듯 하더니, 붉그스럼한 액체가 되어 출렁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게도 주변의 땅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용암처럼 녹아버린 것이다.
우우웅!
육중한 소리와 함께 연운비의 장심위에 놓여 있던 거대한 강기의 덩어리가 서서히 마대위를 향해 밀려오기 시작했다.
우지직!
강기가 점차 전진함에 따라 청석판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고, 주변의 대기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번쩍! 파바바바밧!
마대위의 두 손에 모여 있던 붉은 혈광이 폭발할 듯 치솟아 오르더니,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며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보기만 해도 살이 저미는 듯한 전율스러운 혈광.
그 혈광의 덩어리는 마침내 마대위의 손을 떠나 연운비를 향해 몰려갔다.
우우우웅!
마치 거대한 폭풍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 가공할 압력이 사위를 강타했고,
이 충격으로 주변의 정원이 폐허가 되어버렸다.
두 개의 강기 덩어리가 점차 가까워지자 연운비와 마대위의 입에서 가느다란 선혈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압력에 내상을 입은 것이다.
‘지, 질 수 없다.’
마대위는 이를 악물고 내공을 뽑아 올렸다.
우드득!
엄청난 압력에 두 사람의 전신 근골에서 콩 볶는 듯한 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왔다.
조금이라도 밀리게 된다면 전신의 근골과 경맥이 모조리 끊어져 처참한 죽음을 당하고 말리라.
두 사람은 혼신의 힘을 다해 강기를 밀어붙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미증유의 거력이 한 지점에서 충돌했다.
우우우웅!
대지가 통째로 흔들리는 듯 느껴지더니 갑자기 폭풍 전야와 같은 정적이 찾아왔다.
바람소리도, 새소리도, 막강한 경력에 청석판들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혈귀검 단혁의 신형이 뒤로 퉁기듯 물러나고, 공성대사는 홍소미를 품에 끌어안은 뒤, 전력을 다해 신형을 날렸다.
바로 그때, 천지가 뒤집어지는 듯한 가공할 폭음이 터져 나왔다.
쿠앙!
굉음과 함께 엄청난 흙먼지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우스스스…….
잠시 후, 온갖 잔재들이 가라앉은 후, 서서히 먼지들이 걷혀 갔다.
연운비와 마대위는 삼장을 격한 채 서로 마주보고 있었는데, 두 눈만 한껏 치켜뜨고 있을 뿐 전혀 움직이지는 않았다.
강한 충격에 얽혀버린 기혈을 푸느라 전력을 다하고 있었기에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부궁주님!”
혈귀검 단혁이 급히 달려와 연운비 앞에 멈추었다. 그는 연운비가 처한 상황을 깨닫고는 즉시 등을 돌려 마대위를 경계했는데,
그의 손에는 언제 빼들었는지도 모르는 거무스름한 검이 들려 있었다. 아마도 그의 내공으로 형성된 귀검(鬼劍)인 듯 보였다.
“마시주!”
“마소협!”
곧이어 공성대사와 홍소미가 달려왔다. 두 사람도 단혁처럼 마대위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리고 특사단 청년들도 일제히 나타나 그들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때, 다소의 소란이 일더니 천외패황궁 측 무인들이 무더기로 몰려왔는데,
단혁이 눈짓을 하자 모두들 상황을 깨닫고는 마대위와 특사단 일행들을 포위했다.
일각이 여삼추라.
긴장된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어느 순간 긴 한숨소리와 함께 연운비와 마대위가 거의 동시에 눈을 떴다.
“부궁주님!”
“마소협!”
단혁과 홍소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불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주위의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서로를 노려볼 뿐이었다.
어느 순간, 연운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타까운 모양이로구나. 후후, 그래. 네놈에게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였다.”
그의 말에 마대위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마지막이라고? 난 아직 끝났다고 생각지 않는데.”
심상치 않은 살기가 묻어나는 그의 말에 연운비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자신은 내공의 일할을 간신히 찾았을 뿐인데 마대위는 다시 싸울 힘이 있다는 듯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백짓장처럼 창백한 마대위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자신의 걱정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그의 상태도 자신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연운비는 헛웃음을 한 차례 터뜨린 후 등을 돌렸다.
그때, 마대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멈춰!”
연운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혈귀검 단혁과 천외패황궁 측 고수들이 줄지어 연운비의 앞을 가로막았다. 혹, 있을지도 모를 기습에 대비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대위는 그 자리에 서서 이를 으드득 갈며 소리쳤다.
“명심해! 난 분명히 돌아온다. 그때는 꼭 네놈의 대가리를 박살내 줄 거야. 알겠어? 명심하란 말야, 이 개자식아!”
그의 욕설에 연운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아무 것도 듣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사라져 갔다.
사실 그로서는, 마대위와의 대결에서 자신의 무공에 대한 자부심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것이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자신감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다시 마대위를 만나 그를 꺾지 않는 한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 지도 몰랐다.
연운비는 막연히, 마대위를 다시 만나 싸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필생의 대적이며,
그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자신이 직접 그를 찾아가게 되리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연운비가 사라진 곳을 노려보며 악을 쓰던 마대위 앞에 혈귀검 단혁이 나타났다.
그는 마대위를 잡아먹을 듯 살기에 찬 표정으로 노려보았는데, 당장이라도 손을 쓸 태세였다.
“아미타불!”
그때, 불호와 함께 공성대사가 마대위의 앞을 가로막았다.
“싸움은 이미 끝났소이다. 어찌 부상당한 사람에게 다시 손을 쓰려고 하시는 게요?”
혈귀검 단혁은 말없이 공성대사와 특사단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또다시 손을 쓰게 된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쉰 후, 터져 나오려는 분노를 참는 듯한 모습으로 공성대사에게 말했다.
“이만 이곳을 떠나주시오.”
그의 축객령에 홍소미가 발끈하고 나섰다.
“아니, 부상당한 환자를 데리고 당장 나가라니, 그 무슨 경우에 없는 말씀이시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희 특사단의 용무는 아직…….”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성대사가 나섰다.
“아미타불. 홍소저는 잠시 멈추시게.”
홍소미는 공성대사의 명을 거역치 못하고 말을 멈추었다.
공성대사는 홍소미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혈귀검 단혁에게 말했다.
“알겠소이다. 그럼 빈승은 일행들을 데리고 이만 떠나도록 하겠소.”
“아니, 대사님. 어떻게 그런 법이…….”
홍소미가 깜짝 놀라 다시 나서서 따지려는 순간 마대위가 불쑥 말했다.
“그냥 갑시다. 이자들과 함께 있다가는 나는 열불이 나서 죽고 말거요.”
마대위까지 이렇게 말하자 홍소미는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실 마대위의 내상은 가볍지 않아, 당장이라도 정양을 해야 할 정도였다.
따라서 곧바로 길을 떠난다면 자칫 내상이 덧날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대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 마소협!”
홍소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따랐고, 공성대사와 함께 특사단 청년들도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그 즉시 장원을 떠나 회운평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잠시 쉬기로 했고, 마대위는 즉시 운공조식에 들어갔다.
그의 내상은 가볍지 않았지만, 내상 치유에 탁월한 효력을 발휘하는 월음진기 덕분에,
근 한 시진 후에는 삼할 이상의 내공을 다시 되찾게 되었다.
“되었소. 이제 떠납시다.”
운공조식에서 깨어난 마대위가 즉시 일어섰다.
그의 곁에서 호법을 서고 있던 공성대사와 홍소미는 마대위에게 물어볼 말이 산처럼 많았지만
아직은 천외패황궁의 세력권 안이라 지체할 수 없었다.
특사단 일행들이 다시 출발하려는 순간, 갑자기 제령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달려 나오는 것이 아련히 보였다.
특사단 일행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중, 공성대사가 침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두들 도검을 빼들고 있구료. 아미타불, 사태가 심상치 않으니 어서 자리를 뜨도록 하세.”
마대위도 그 모습을 보았는지 냉소를 치며 말했다.
“흥! 개자식들…, 다시 생각해보니까 우릴 살려 보내기 싫었던 모양이지.”
말은 이렇게 하였지만 마대위로서도 도저히 싸울 상태가 아닌지라 즉시 일행들과 함께 회운평을 떠났다.
그러나 내공을 완전히 되찾지 못한 마대위인지라 자연히 뒤처질 수밖에 없었고,
특사단 일행들은 할 수 없이 마대위와 함께 보조를 맞추어야 했다.
세가의 청년들은 당장이라도 마대위를 버리고 싶었지만,
공성대사와 홍소미의 눈 때문에 차마 먼저 달아나지는 못했다.
결국, 그들은 천외패황궁의 무사들에게 따라잡히게 되었는데,
혈귀검 단혁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모두 쫓아왔음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멈춰라!”
혈귀검 단혁이 살기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특사단 일행들은 더 이상 도망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모두 자리에 멈추었다.
그러자 천외패황궁 무사들 수십여 명이 즉시 그들을 포위했다.
공성대사가 불호를 외며 나섰다.
“아미타불, 단시주. 이게 무슨 짓이오?”
“닥치시오.”
특사단 일행들은 아무리 적이라고는 하나 무림 최고 배분의 고승에게 단혁이 이런 식으로 소리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혈귀검 단혁은 으스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가증스러운 정파 놈들. 무공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이공자님을 그토록 잔혹하게 살해하다니…….”
그의 말에 공성대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요?”
“몰라서 묻는 것인가? 네놈들이 이틀 전에 본 궁의 둘째 공자님을 처참하게 살해하지 않았느냐?
조금 전에 소식이 들어왔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네놈들을 그대로 돌려보낼 뻔 했구나.”
그때, 홍소미가 나섰다.
“혹시, 둘째 공자라면, 구전서생이라 불리는 연공자님을 지칭하시는 것인가요?
헌데, 그분이 잔혹하게 돌아가셨다니 그게 무슨…….”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혁이 소리쳤다.
“닥쳐라. 더 이상 말은 필요치 않다. 패황께서는 이미 정파놈들의 씨를 말려버리라 명하셨다.
우선 오늘 네놈들부터 모조리 죽여 무림맹에 수급을 잘라 보내야겠다. 모두 쳐라!”
“존명!”
우렁찬 대답과 함께 천외패황궁 무사들이 벌 떼처럼 특사단 일행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ㅎㅎㅎ
감사드립니다
즐독입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즐감~1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ㅈㄷㄱ~~~~~~~~``````````````
즐감~~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보고 있습니다마는,
궁금합니다...
마대위는 과연 대령을 거쳐 마장군이 될 수 있는 겁니까?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고 갑니다^^^
감사..
잘읽었습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잘읽었습니다
즐독입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즐독 ㄳ
잘 보고 있습니다.~**
즐감 하구 갑니다
반간계 에 걸렸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