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나라에서 고층아파트의 몰락을 확실히 경험한 프랑스인의 시각으로 한국의 미친 아파트 투기 광풍을 건축학적 지리학적 시각으로 연구 분석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으로부터 프랑스의 대단지 아파트의 실패로 빈민가로 몰락하는 파리근교 아파트 촌의 실패의 예를 들어 한국 아파트의 미래를 점쳐 보자.
미국은 유감스럽게도 한국과는 다른 주거문화와 행태를 지녀 한국의 아파트 투기와 그 미래에 대하여 비교 연구할만한 대상이 없어 프랑스의 예를 빌어 그 미래를 가상해보고자 한다.
프랑스 파리의 주변 외곽지역[방리유(Banlieu)]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그랑 앙상블(Grand ensemble)]는 1970년대 초 1차 오일쇼크와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의 2차 오일쇼크를 겪어면서 완전히 슬럼화하여 빈민가로 전락하였다.
60, 70년대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 20~30층의 고층아파트로 지어진 프랑스의 아파트들은 형태상으로도 지금 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하다(사진 참조)
오일 쇼크로 전기료가 상승하여 주민들이 전기 요금을 체납하자 단전이 된 고층아파트의 엘리베이트는 정지하고 주민들은 20~30 아파트를 걸어서 오르는 일이 생겼다.
결국, 중산층은 대규모 아파트단지 [그랑드 앙상블(Grand Ensemble)]를 떠나게 되고 80년대 이후 값싼 주거지를 찾아 흘러 들어온 알제리, 모로코 등 아프리카 국가로부터의 이주 노동자가 몰려드는 빈민촌이 되고 말았다.
지금 한국도 아파트 시장 대붕괴를 앞두고 용인, 분당 등지의 서울 외곽 아파트값이 하루가 다르게 폭락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서울보다 훨씬 더 지하철망이 잘 발달되어 있고 외곽순환도로 등도 서울처럼 잘 되어있는 프랑스 파리근교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빈민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도 지금 시작되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고유가, 물가앙등, 아파트 시장 시세붕괴발 담보대출붕괴로 프랑스 파리근교 대규모 아파트단지처럼 빈민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여 있다.
이를 가상하여 2013년 경 서울 근교의 용인, 평촌, 분당 등지 대규모 아파트 촌에서의 음울한 일상을 가상적으로 스케치 해보겠다.
=========================================================
2013년 겨울 어느 날, 아침부터 김 노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내 어떤 집이 고금리가 계속되자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은행 경매로 넘어간 후 전문 임대업자 손에 넘어간 그 아파트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렴한 월세로 들어와 산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알고 보니 사실이었다.
이들은 30평 대 아파트에 무려 7~8명이 몰려와 살면서 아파트단지 주위의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대부분 동남아의 빈국인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지 출신인 이들은 부녀자들을 희롱하거나 은밀한 눈으로 훑어 보아 이미 많은 부녀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다.
이 지역에는 지난 몇 년간의 경제위기로 관리비 부담과 서울로의 출퇴근비용에 기존 주민들이 이사 나가고 지금도 비어 있는 아파트가 많은 판국이라 집주인들이나 전문 임대업자들은 이들에게라도 월세라도 주어 재산세와 부동산 보유세라도 납부하려는 형편이라 집주인들에게는 머라고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실 남은 주민들도 서울 도심 가까이로 이사할 여력이 없는 수입이 적은 노인네들이거나 소득이 변변치 않거나 극소수 분당이 서울의 베드타운시절부터 산 원주민이 있을 뿐이다.
한때 천당아래 분당이란 이야기도 있었는데 전철라인을 타고 이제 서울 외곽의 대단지 아파트 촌은 그 수가 한층 늘어난 조선족, 탈북자 혹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주택 공급은 과잉이고 팔리지 않는 아파트를 매입한 임대업자들이나 집주인들이 아파트를 비워둘 수 없어 아무나 마구 입주를 시키기에 벌어진 일이다.
이제 이미 낡기 시작한 이 곳 아파트는 도색과 유지보수가 안되 보기에도 슬럼화되기 시작했고 지속되는 고유가로 이곳에서의 자동차 출퇴근은 사치가 되어 여유있는 사람들은 서울로 다시 이사간지 오래다.
밤마다, 하나 둘 들어와 살기 시작한 젊은 남성위주의 이들 이주 노동자들의 술주정과 패싸움에 동네 분위기는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경찰서와 분당구청, 성남시청 등에 민원을 넣고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이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경제를 떠받는 귀중한 존재니 어울려 살 방법을 찾으라는 핀잔만 들었다.
김 노인은 이곳의 40~50평형의 중대형 평형인 아파트가 10억을 호가하던 지난 7~8년 전을 떠올리고 한숨을 쉬었다. 자신도 젊은 시절 번 돈 모두를 아파트에 쳐 박아 이제는 폭락하여 서울시내 연립주택 값도 안되는 이 아파트를 팔고 어디 갈 수 있는 여유도 안되고 엄두도 안 나는 판국이다.
호가가 10억하던 당시 2008년 금융위기와 더불어 08년 12월경 인터넷 토론방에 혜성같이 등장한 윤상원이라는 작자의 말처럼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 비용만 5억이 필요하고, 재건축 분담금은 4억에 추가로 이주비용, 금융비용을 합쳐 재건축 종합비용이 6억이 필요한 "빵원"짜리 감가상각재라는 상품이라는 것을 당시 윤상원 논객의 글을 통하여 깨달았더라면, 그리고, 소유한 집한채에 눈이 멀어 아고라 윤상원 논객을 쓰레기 취급했던 내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하염없는 후회와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일부 아파트는 주민들이 민영화와 계속 오르는 유가 때문에 크게 오른 수도세와 전기세를 장기 체납하여 수용가 계약이 해지되고 관리비 체납이 늘어 고층에 사는 노인네들이 걸어서 아파트를 오르내린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는다.
김 노인도 이런 곳을 떠나고 싶지만 이곳에 이사 들어오려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는 지경이라 돈 없고 늙은 자신은 어차피 여기서 재건축은 불가능하므로 강제이주 당할 때까지 살 수밖에 없다고 체념한 상태이다.
하지만 불과 몇 7~8 년 전만 해도 수십억짜리 아파트에 산다고 자부하던 자신들의 우쭐함과 오만함의 기억이 떠올라 지금은 한숨만 날뿐이다.
김 노인은 늙은 몸을 이끌고 저녁에 아파트 주위로 산책이라도 나가며 여기저기 불 꺼진 아파트 촌의 휑뎅함에 그렇지 않아도 유가 폭등으로 싸늘한 자기 아파트 거실의 냉기처럼 자신의 마음도 얼어붙는 것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없는 이 곳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는 검은 얼굴의 이주 노동자들이 오늘밤에도 떼거지로 몰려나와 자기네들끼리 뭐가 즐거운지 또 한 옆에서는 뭐가 화나는 일들이 있는지 서로들 투닥거리며 씨끌 씨글 하다.
이들에게 무슨 행패라도 당할까 봐 겁이 난 김 노인은 저녁 산책도 포기하고 추워지는 날씨에 옷깃을 추이며 얼른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문 위에 붙어 있는 “엘리베이트 운행정지” 라는 종이쪽지를 보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도 드디어 올 것이 왔음을 김 노인도 알아챘다. 주민들의 관리비 체납이 너무 많아져 드디어 엘리베이트의 운행이 중단된 것이다.
이 빌어먹을 50평 대 아파트는 아무리 아껴도 관리비가 대졸 신입사원의 한달 월급만큼이나 나온다. 유가폭등에 경제위기에 스태그플레이션에 이 아파트 관리비는 날마다 올랐다.
계단으로 17층 자신의 아파트로 힘겨운 발을 옮기며 김 노인은 서글픈 생각에 눈물이 뺨을 적시기 시작했다.
분당의 이 아파트로 이사를 올 때 주위 모든 사람들의 시샘과 부러움을 샀는데 이제는 내가 이 아파트에 짓눌려 노후의 편안함과 안식도 누리지 못한다는 서글픔이 물밀듯이 몰려와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헐떡거리며 간신히 올라온 13층 계단에서 쭈그리고 앉아 이 아파트를 사기위해 가족도 돌보지 않고 부질없이 바쁘게만 살아온 자신 삶의 덧없음이 서럽게 북받쳐 올라 마냥 울고 말았다.
창밖에는 2013년의 겨울바람이 아파트 창가에 매서운 울부짖음을 남기고 저기 군데군데 불 꺼진 휑한 아파트단지 너머로 달아나고 있었다.
첫댓글 한편의 공포영화를 감상한 것 같습니다.
자산(아파트)버블의 페해가 이렇게 심각한데 이미 각국이 학습한 마당에 우리는 다른나라와틀리다는둥 버블이 없다는둥 하는 이야기를 하는사람들을 보면 ㅎ참
답이 안나온다는 ㅎㅎ
윤상원님의 글에 한표 쿠우욱..... 좋은 하루 되세요.
이하동문
단편영화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면 역사적일 것 같군요. :I 걱정입니다.
그럼 서울의 집값은 유지라도 된다는 뉘앙스가 풍깁니다.
어찌됐든 잘 읽었습니다. 재밌습니다.
ㅋㅋ
참...미드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인데요. 슬럼화로 변하는 것.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