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평생을 보냈다. 남들 놀 때 노는 곳이 아니다.
대단한 일 아니다. 비행기 타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시커먼 작업복 입고 비행기
아래 왔다갔다 하는 사람일 뿐이다. 공항 근무자는 명절도 없고 주말도 따로 없는데
뉴스 카메라는 매번 119 소방대원들만 비춘다. 그들의 수고를 인정하지만 서운하다.
오늘도 출근해서 가장 먼저 음주측정을 한다. 법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컴 앞의 카메라에 가서 사원증을 찍고 얼굴이 잘 보이는 각도에서 음주측정을 한다.
패스 !
운전하고 비행기로 가는데 공항에서 설날이라고 또 차를 가로막고 음주측정을 한다.
또 패스 ! (엊저녁 반주로 고량주 마셨는데... ;;; )
아침을 간단히 먹는데, 오늘은 설날이라고 마눌이 떡국을 끓여 주었다. '감사합니다'
라고 크게 말하고 먹고 나왔는데 구내식당 점심이 또 떡국이다 ^^;;;
떡국도 두 그릇 !
남들은 내게 아직 출근할 곳이 있다고 부러워하지만 스스로 정의하기에 나는 그저
'생계형 알바' 일 뿐이다. 그래도 늘 감사한다. 감사하는 것도 습관임을 안다.
새해 첫 날 음주 측정 두 번에 떡국 두 그릇을 먹었으니 뭔가 해야 할 것만 같다.
옳지, 좋은 일을 두 배로 해보자.
- 산에 가면 쓰레기 두 배로 줍기 / 길에서도 쓰레기 줍기
- 어려운 이웃 도와주기 / 박스 줍는 노인들 가끔 점심 사주기
이 정도면 나중에 요양원 휠체어에서 퀭한 눈빛으로 지난날을 반추하더라도 그간
부끄럽던 시간들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2024.02.10 갑진년 설날
앵커리지
// 갑진년? 값진 년? //
첫댓글 멋지십니다~
활기찬 출근 풍경
든든히 드시고 퇴근 까지 안전한 시간 반복 되시길~^^
감사합니다.
떡국을 아침 점심으로 두 그릇 먹었더니 뱃속이 든든합니다 ^^
박스 줍는 연로한 노인에게 점심 사주기
세상에 빛이이십니다
글을 쓰면셔도 잘난체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부끄럽습니다.
아이구 그 정도는 족탈불급이구요.
가끔씩 주변에 보이는 박스 노인들에게 그리했는데, 그것도 용기가 필요하더라구요 ^^;;;
산에서 쓰레기는 잘 줍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오늘도 출근하셨군요
공항에서 일하시는것 같고 아주 보람된일을 하십니다
언급하신 것중에 쓰레기 줍는 일은 저도 하지만
어려운 이웃 도와주기 / 박스 줍는 노인들 가끔 점심 사주기는
저도 배워야 겠습니다
써놓고 보니 참 쑥스럽습니다만,
인천 계양산이 아직 덜 알려졌을 25년 전부터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남들 눈엔 모자 푹 눌러쓰고 집게 들고 가는 자그마한 아저씨로 보였겠지요.
박스 줍는 어른들 가끔 점심 대접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워요.
우선 내가 용기를 내야 하구요. 그 분들이 부끄러워하거나 어색해 해요.
가끔씩 점심 드시라고 만 원짜리 한 장 찔러드리고 얼른 돌아서서 갑니다 ^^;;;
심성이 참 고우신 분이세요.
작은 선행이라도 실천이 쉽지 않거든요.
그러고 보니 대중교통도 공항도 119도 경찰도 병원응급실도.많은 일터가 휴일이 따로 없군요.
미처 생각해보지 않은 일들인데 그분들의 수고에 감사해야겠어요.
앵커리지님도 명절 조차도 근무하셔야 되지만 긍정적인 분이시라 다행입니다.
건강하게 올 한해도 좋은 일만 있기 바랍니다.
휴일에 못 쉬고 평일에 쉬는 사람들 의외오 많습니다.
선행이랄 것도 없이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가끔씩 하는 일일 뿐입니다.
글로 써놓고 보니 부끄럽습니다 ^^;;;
엥 ㅡ 엥겔 지수 높거나 낮거나
커 ㅡ 커리어가 있거나 없거나
리 ㅡ 리치 (rich) 하거나 않거나
지 ㅡ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동등.
참 겸손하시고 좋은 인성의 소유자 같습니다.
앗 정말 멋지게 말을 엮어주셨네요 ^^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음주측정 두번에
떡국 두그릇..
올해는
복도 따블로 받으시겠습니다..ㅎ
복은 주던 대로만 주시면 좋겠고요.
나이는 두 배 사양합니다 ^^
떡국 두그릇!
나이도 두 살 잡수셔야겠네요.
앗 그건 사양하겠습니다 ㅋㅋ
한 살만 더 먹겠습니다.
떡국 두 그릇에
음주 측정 두 번
하니
즐거움도 두 배
과학적인 사고가 감성을 만나면
읽은이로 하여금
겸손함을 느끼게 한다는 걸
앵커리지님 글을 통하여
다시 알게 되네요ㆍ
받았으면
사회에 환원하고 가야한다고
생각만 했는데
이제 서서히
시작하고 있네요 ㆍ
나중에 함께 손잡고 봉사하러 가시지요 ^^
하여님도 감사할 일이 산을 이루고 강을 이루는 중일 테니 말입니다.
2월이면 자세히 보면 월출산이 꼼틀거릴 텐디...
@앵커리지
제가 뭐간데
감사할 일이 산을 이루고
강을 이루니
덩실덩실 춤추며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나의 웃음이
누군가의 아픔이 될까봐!
입 쩍도 안합니다ㆍ
이렇게 흔들어 주면
금방 넘쳐요 ㅎ
앵커리지 님의 글에서 파릇파릇
봄을 느낍니다.
한 며칠 동안 계속 겨울이었기 때문이죠.
오래오래 투병생활을 하시던
사돈이 돌아 가셨다는 소식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거든요.
아직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할 일이고요.
이렇게 깔끔한 문체를 구사할 수 있음도
감사 할 일이고, 또한 누구나 쉽게 지닐 수 없는
고운 심성을 지닐 수 있음도 감사 할 일이지요.
좋은 글 감사드리면서 잘 읽었습니다.
제 글로 인해 봄기운을 느끼셨다니 다행입니다.
사는 동안엔 좋은 일과 함께 원하지 않는 일도 생기는 법이고, 그럼에도 일상은 이어져야 하니 마음을 바꾸는 수밖에요.
몸을 움직이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전환되는 건 수도자들의 오랜 지혜라고 해요 ^^
휴일도 반납하는 분들이 있어
많은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하는거지요~~~
반납했다가 평일에 쉽니다.
그것도 습관되면 괜찮아요. 평일 조용할 때 어디든 다니기 좋구요 ^^
앵커리지 가
그 anchorage 였군요
언젠가 인천공항
한밤중 쿠웨이트 출장길에
날개 동체에 눈이 와 쌓여
비행기 못 뜨겠다 좋아했는데
저 객실 아래 옆에서 분주히
무슨 스팀 인가로 눈 다 떨어내고 이륙 ㅜ ㅠ
지상근무 파트의 노고, 감사합니다
네, 그 앵커리지 공항에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서 3년간 살다 왔습니다. 알래스카에서 살다 온 귀한 경험이었지요.
동체의 눈을 제거하는 건 Deicing 이라고 방빙액을 뿌리는 겁니다.^^
값진 년 ~^^
멋진 직업 앵커리지님 수고하십니다 소방소 직원보다 절대 못하지 않습니다 생각을 표현하는 재능도 뛰어나시고 아주 멋진 분이십니다 떡국 곱배기 드셨다고 좋은 일도 곱배기로 하신다니 멋진데다 착하시기까지 흐흐
멋지지도 착하지도 못 합니다 ^^;;;
세상에 도움이 돼보려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뿐입니다.
오늘 쿠팡 배달이 왔어요
명절날까지 배달이라니 넘 죄송했어요
스타필드도 12시부터 오픈
우리가족도 거기서 쇼핑에 먹고 했지만
일하시는 분들은 명절도 없는거죠ㅠ.ㅠ
우리나라 곳곳에서
명절도 휴일도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 정말 많죠
그분들 모두 그 몇배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고맙습니다.
휴일에 일하는 분들 많고, 특히 국군장병들 수고 많지요.
저는 아직도 공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어서
안 그래도 앵커리지님이 멋져 보이는데
이렇게 선행도 하시니 점점 더 멋지세요. ^^
폐지 줍는 어르신께 점심 드시라고 배려하기, 저도 금년엔 꼭 해보겠습니다. ^^
공항에서 뜨는 비행기는 멋지고,
조종사와 승무원도 멋지지만, 그 뒤엔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여님 서울 오면 한 번 뭉치기로 해요 ^^
@앵커리지 넹 넹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