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이백예순세 번째
자기중심적 편향
지금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의사소통 수단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예전보다 더 소통이 잘 되고 있을까요? 한 친구가 부인의 오랜 투병 생활을 겪으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이 ‘소통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부인은 의사표시를 하지 못합니다. 의사들은 환자와 소통하면서 치료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런데 소통이 되지 않으니 증상만을 보고 온갖 방법으로 치료 방법을 찾아봅니다. 그래서 환자도 고통받고 가족들도 고통 속에 삽니다. 게다가 가족들은 필요 이상으로 비용을 부담하게 됩니다. 소통되지 않는 국가의 상황과 다르지 않습니다. 1998년, 최초의 기후 관측 위성이 발사됐을 때의 일입니다. 10개월 후 우주선은 화성 궤도에 진입한 후 폭발했다고 합니다. 우주선 설계와 제작을 담당한 록히드 마틴은 자세 제어 분사기의 추진력을 계산할 때 피트와 파운드 등 ‘관용단위계’를 사용했고, 미 항공우주국의 유도장치는 ‘미터법’을 사용한 게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서로 당연히 알 것이라고 믿었다가 낭패를 본 겁니다. 서로가 자기 기준으로 판단했던 겁니다. 훌륭한 의사라면 환자의 그동안의 병력을 유심히 살펴보고 현재의 상태와 비교해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의사의 지식과 경험만으로 판단해서는 실패할 수 있습니다. 사실 화성 우주선 사건과 같은 일들을 우리는 자주 겪습니다. 내 판단으로 결정하고서도 상대와 소통되었다고 믿는 일들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자기중심적 편향이라고 한답니다. 자신의 의견과 가치관에 실제보다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으로 믿는 겁니다. 좋은 인간관계, 진정한 소통은 상대의 눈으로 보는 데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