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의 이성친구
사이버 카페에선 갑장끼리라면 스스럼없이 친구라 부르기도 한다.
좋은 일이다.
진정한 친구건 아니건 친하게 지내자는데 가릴 게 무어냐.
그것도 좋지만 나는 틈만 나면 갑장끼리 말고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해 주는 사람을 심어놓자고 말한다.
그래야 메마른 세상 훈훈하게 지낼 수 있지 않겠는가.
친구라면 흔히 동성끼리를 말하지만
요즘 젊은 층에선 성의 경계선을 넘어
이를 남사친 또는 여사친이라 부른다.
나는 우리 카페에서 내 여사친을 남매라 소개하곤 하는데
누가 오라비요 누가 누이냐고 물으면
우린 남남이지만 매우 가까이 지내는 사이,
그래서 남매라고 소개한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
좋아하는 소프라노는 여성의 입을 빌려야만 한다.
문학행사를 할 땐 입으로 시를 낭송하거나 해설하면 되지만
거기에 노래가 곁들이면, 특히 소프라노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이와 달리 성악하는 사람들은 행사 때 축사나 축시를 필요로 하는데
그걸 외부에서 지원받으면 그것도 금상첨화다.
이런 관계로 나는 내 여사친 행사에 축사나 축시로 참여하고
내 여사친은 내 문학행사에 소프라노로 참여하곤 하며
이런저런 문화 현장을 함께 찾아다니곤 한다.
아래 사진은 코로나 오기 직전 문학행사 30주년을 맞아
시화전, 시낭송 할 때
내 여사친이 축가를 부르던 스냅인데,
우리 카페에서 음악선생인 잔나비띠 나은이 님이 팬플룻 연주 협찬하고
서예가 양띠 이동행 님이 불글씨로 장내를 꾸며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을 여사친 또는 남사친이라 하진 않는다.
카페의 선후배일 뿐이지만 선후배가 어울리는 것도 즐겁다.
다만 구설수에 휘말리는 건 감수해야 한다.
이 글은 벌써 5년 전의 것인데, 세월이 흐르니 몸도 변한다.
쌩쌩하던 여사친은 허리 다리가 아프다 하여 출입 못하고
간간 전해오느니 병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뿐이다.
그래도 카페에 접속하면 이런저런 벗들이 있긴 한데
아직은 좀 괜찮아 출입은 자유로우나
함께 벗 할 80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
후배님들이 하루에 칠팔 킬로 걷자 하면 다리 때문에 사양할 수밖에 없고
이런저런 모꼬지가 있지만 이(齒)도 시원찮으니
먹고 마시는 것도 가릴 수밖에 없다.
온라인에서 글로 교감하고자 하나 그것도 눈이 침침하니
그도 쉽지 않다.
삶의 방 선남선녀들이시여!
이곳은 5060에 허여 된 공간이지만
그래도 506070까지는 괜찮은 곳이니
8090이 되기 전에 팔팔하게 활동하시라.
망구(望九)가 들려줄 말은 이것뿐이다.
첫댓글 석촌 선배님ㆍ
왕성한 활동에 감복합니다ㆍ
석촌 수필은 거의 다 읽어봅니다ㆍ
아이구우 오랫만이네요.
잘 지냅시다.
사진 속 한 분 한 분이 다 예사로운 분들이 아니시군요.
격조 높은 문화의 향기가 느껴지고
곱게들 나이드신 모습이 아주 품위가 있습니다.
항상 사색하고 집필하시며 깨어계신 석촌 선배님은
지금같은 총기와 강건함을 백세까지, 그 이상도 유지하시리라고 봅니다.
항상 지금처럼 꼿꼿하게 좌정하셔서 望九, 望百, 그 너머까지 쭈욱~~ ^^
이 설날에 응원드립니다. ^^
아이구우 과찬이네요.
하지만 정신만은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요.
어머 저 여류분들이 석촌님 여사친이셨군요 그런데 이제 여기저기 편찮으시구나요 ㅠㅠ 그래도 이렇게 글로 만나는 것은 90까지 됩니다 시력만 잘 관리 하시면 글로 소통하는데 나이가 무신 저도 석촌님 글 동무 여사친 해주세요 ㅎㅎ
여사친이라구요?
그러면 제가 황감하지요.
내 네째 아우 55년생보다 365 일이나 어린 공주신데.ㅎ
그래도 뭐 친하게 지내자는거야 좋은일이죠.
실버시대의 이성 친구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혼자 살던 할배는 홀애비 냄새부터 날아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녀 둘이 어울리면 서로의 체취가 상쇄된다던데
그게 맞나 모르겠네요.ㅎ
하긴 혼자면 면도도 건너띄는 경우도 있지만
둘이면 깔끔떨어야 하니
그런것일수도 있겠네요.
문학인이시군요. 저는 특별히 수학을 좋아하고 잘해서 부모님의 추천하심으로 공학도의 길을 평생 걸어가고 있습니다만 책읽기도 좋아하고 그래요. 석촌님의 책이 있으시면 사서 읽어 보고싶습니다.
공학도, 그러시군요.
저야 뭐 변변치 못한데요
이곳에 올려진 글들이나 수필방에 올려진 글들이 저의 문학 민낯입니다.
망구망구 할망구
그거이 구십을 바라본다 해서 망구 라는 것을
새삼 인식합니다.
근데 할망구는 들어봤지만
할아망구라고는 안하던데요 ㅎㅎ.
할아방구는 들어봤지만요.
늘 석촌님 곁에 계시던 그 고운 분이
저는 석촌님 애인 분인줄 알았지 뭐예요.
아차산에서 뵙던 사모님께
일러줄까 말까 고민도 했었는데요.
히히~~
설 잘 보내고
홀가분한 마음에
석촌님께
찝자 붙는
장난꾸러기 페이지~~
룰루~~
이건 뭐 사위 기다리는 막간에
심심한 모양인데
아무려면 어때요.ㅎ
사위들이나 많이 사랑해줘요.
살아 있고 다양한 문화 생활 ~~선배님 역시 최고 입니다.
고마워요.
남매란 그리 고상한 뜻이 숨겨져 있었네요!
저도 남매가 여럿 있었으면 하고 새해엔 기대해 보겠습니다.
꼭 그리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