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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1
병역 의무가 정말 신성한 것이라면 군대에 제발로 갈 사람도 많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그때 그러한 이야기까지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보통 나는 그 대신 미국이나 일본의 예를 들어 모병제 군대의 사기나
기술적 수준이 오히려 훨씬 더 높다는 것,
모병제 군대에서는 군인이 가족을 거느리고 살고 전문가 의식을 지닌 탓에
구타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2~3년을 낭비하고 평생 심리적인 상처를 치유하느니
( 술자리에서 한국남자들이 군대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군대 내에서 당한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언사나 대우에 대해 심리적으로 치유를 하고픈 심리라고 박노자가 전 파트에서 말했어)
차라리 세금을 더 내서라도 모병제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느냐" 고
마지막으로 물어보곤 했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도 못했다"는 식의 대답을 했지만,
"메스컴에서 그러한 이야기가 없었으니까 나도 생각을 못했다"라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었다.
예외적으로 '운동권'에 속하는 극소수 학생들이
"피치자들에게 군생활을 통해서 복종의 논리를 주입하려는 남한 지배층이
통일 이후에도 징병제를 고집할 것"이라는 식으로 자신의 비판의식과 고민이 담겨 있는 고찰형 대답을 하곤 했다.
여기서 나는 또 하나 충격적인 발견을 할 수 있다.
유럽사회나 소련 지식인 그룹에서 일반적으로 당연시하는 비판적인 사회의식을 가지려면,
이 나라에서는 '운동권'이라는 일종의 '반란자'대열에 속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군대라는 것이 지배층의 이익을 위한 훈육기관이라는,
우리로서는 일반적으로 당연한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반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나는 한국 학생들의 군대 의식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남학생뿐만 아니라 여학생에게도 분위기가 허용되는 대로
"남자들이 제대 후 심리적인 변화를 보이는가?"
와 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성숙해진다는 상투적인 대답도 있었지만, 어떤 여성들은 제대한 남성의 인격에 많은 문제점이 생긴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거의 의무적이다 싶을 만큼 집단적으로 벌어지는 음담패설의 영향으로 여성에 대한 냉소주의,
소비주의적 경향이 강해진다는 관측이 있었다.
여자친구를 존중해 주고 애인과의 관계를 낭만적으로 보던 순수한 남성들도
제대 이후에는 남녀관계를 단순한 '교미' 이상으로 보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여학생들에게 많았다.
고참들에게 거의 의무적으로 자신의 성경험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을
애인에 대한 일종의 '의무적인 배신'으로 보는 여학생도 있었다.
이성관계에 대한 순수한 개념들이 복무기간에 다 깨진다는 지적 이외에,
군대에서 배운 신참에 대한 폭행습관이 결국 제대 후 상습적인 가정폭력으로 이어진다는 흥미로운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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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이자 하급자에 대한 무제한적인 폭력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정당하다는 것을 한번 배운 사람들로서는
약자이자 일종의 이류 시민인 아내나 아이들을 존중해주고 평등하게 대해주기를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군대에서의 폭력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만성적인 우울증 등을 자기 남자친구에게서 발견했다는
여성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들을때 징병제로 인한 한민족의 피해규모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입대해서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살인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결사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사회적, 신체적인 피해를 자신이 당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낫다고 생각했다.
한민족도 20세기에 국토를 거의 파괴시킨 6 25전쟁, 남북의 군사적 대치와 역대 군사정권의 횡포 등
각종 군사적인 폭력에 대단히 많이 시달렸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한국 학생 중에도 나와 같은 평화주의적 신념을 지닌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어서
일종의 '동지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물론 학생들은 대부분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평화 지향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나부터 입대를 거부해야 정권이 전쟁 도발을 못한다는 서구 반전운동식의 확고한 입대 거부 의지를 가진 이가
별로 없었다.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산다는, 전체주의적 사회의 그릇된 상식이 대다수 응답자들에게 충분히 내면화되어 있었다.
'나와 국가의 대립' 이야기를 꺼내면 웃음부터 터뜨리거나 이 화제를 하나의 환상으로 치부해
다른 이야기로 돌리는 사람들을 봤을 때,
나는 비로소 한국적인 상황에서 국가권력에 대해 형이상적인 원칙에 따라 저항한다는 것이
어느정도 희생을 요구하는 것인지 온 몸으로 느꼈다.
1997년 초 나는 경희대 전임강사로 다시 한국에 오게 되어 노르웨이로 가기까지 3년 동안
학생들과 군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미 '죽을 고생'의 의미와 구타를 통해서 성인이 되는 군대의 독특한 '교육법'을 대충 파악한 나는,
경희대 학생들과 상담하면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 군대 내 구타를 일소하겠다는 정권의 홍보와 달리, 구타사건의 빈도가 줄어들고 강도가 낮아졌을 뿐이지
물리적 폭력이라는 '교육방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전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물어본 응답자 중 절대 다수가 군대에서 정기적으로 맞았다고 대답했고,
특전사나 해병대에서 복무한 응답자들은 매주 몇 번 씩의 구타가 거의 관례였다고 대답했다.
구타문제의 여론화와 부대 내 공중전화 설치, 부모와의 면회 횟수 증가 등이 구타의 강도를 나름대로 떨어트렸지만,
이를 서구 군대식의 구타 엄금과 동일시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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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병역 의무에 대한 저항의식이 반체제운동이 활발하던 1990년대 초에 비해 오히려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개신교 계통의 교파를 제외하고는 신앙적, 양심적 동기에 따른 병역 거부라는,
서구에서는 매우 흔한 개인의 권리 행사가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된 중산층은 군대라는 억압적 체제와 정면 충돌하기 보다는
보통 병역을 대거 기피하는 지도층을 모방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자식들의 군 복무에서 특권적인 여권을 획득하려고 한다.
적어도 아이를 전방근무에서 빼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그 가정의 특권층 소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된 셈이다.
셋째, 한국의 대학교 교수로서 내가 느낀 것은, 군복무가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학습효과를 가차없이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학생은 특전사 복무 이후에 신경박약증, 악몽, 손떨림, 대인관계 기피 등 구타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외국어 공부를 아예 중단하고 말았다.
그렇게까지 가지 않더라도, 군대에 갔다온 남학생들은 대부분 교수를 공포의 대상인 '장교'들과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하며
교수와 접촉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최소화하려고 한다.
의무 군대가 초래하는 학습효과 저하 현상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 지배층이
그래도 징병제를 신성시하고 성역화하는 것은,
그들이 '노동력의 질' 보다 '노동력의 충성심과 맹종'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매우 잘 보여준다.
첫댓글 내 동생도 군대가기전엔 순둥순둥했었는데 제대후엔 좋게말하면 씩씩해지고, 왠지 꼴마초된것 같아서 좀 그랬는데..사회에서는 그게 '남자다운' 거라니까 어느새 나도 그런 변화를 당연한걸로 인식하고 있었나봐..진짜 남자다운게 뭐지?싶다..
뭔가 생각이 많아진다.... 여태까지 당연시여기던게 당연한게 아니구나
군대 개썩었어 씨발 내친구 허리디스크 수술했는데 군병원서 재활하려고 복귀하고 바로 병원 보내달라니까 대대장이 기분이 안좋아서 안보내줄 수도 있데 ㅋㅋ 나니??? 애새끼 허리가 장애라서 재활을 바로 해야하는데 니기분나빠서 안보내줘??? 병원간다고 휴가받을때도 중대장 씹새가 까먹고 지 휴가나가서 애는 하염없이 기다리고 ㅡㅡ 당장 수술해야하는데 뭐?? 까먹고 휴가??시발 존나 썩었어
모병제로하면 적어도 이런 부패는 없어지지않을까 너무 안타까워
내 친구들도 군대 내에서 큰 사고도 당했고 구타도 당했었대 그리고 자살하는 선임들 많이 봤대. 한두명이 아니라고... 군대 의무를 너무 당연시 여기지 않았음 좋겠다. 남성들이 나라를 위해 이년을 희생하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좀 뒤집어봤으면 좋겠어서 글 퍼왔어 ㅠㅠ
남자답다 라는 말 자체가 항상 난 불편.. 남자답다, 여자답다 라는 말이 남녀 불평등의 기반이되기도 하지.. 남자다운건 용감해야하고 힘도 좋아야하고 진취적이여야하고 반면 여자다운건 섬세해야하고 부드러워야하고 순종적이여야하지 남자,여자 라는 타이틀이 우리 생각을 지배하고있기에 여자가 담배피면 지랄 남자가 주방에들어가면 지랄 진짜 존나 지랄같아
군대 갓다와서 사람 되는 게 아니라 군대 특유의 정신이라 그래야 되나 군대 안에서 통용되는 사고방식을 그대로 사회에서도 적용하려고 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듯... 군대 갔다온 남자들의 군대문화 생각보다 강함.
거기서 마초성향도 강해지고 보수화되는 경우도 많고...
암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획일화하고 다루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군대니까 그 자체가 정상적인 사회는 아니라고 봄.
자발적으로 가서 직업군인이면 문제가 다른 거지만
국민의 반이 군대를 거쳐 가는 나라가, 그리고 그 안에서 그런 문화를 배운 사람들이 만드는 사회가, 정상적이고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긴 힘들 거란 생각이 든다
22222꽃신신은여자로써 남친이 군대를 제대하고얼마나 보수적으로 변하고 위계질서를중요시하는지 체감함
33333333333 계속 70-80년대 군부독재의 성향이 보이는건......... 무서울정도임 심지어 초등학생때 수련회 받으면 획일화로 기합받고 빨간 모자 쓴 조교있고..... 군대 문화의 피해를 너무 많이 받음
철드는게 아니라 상처받고오는거구나.... 그래 뭔가 1,2학년때 순수하고 바른남자애들이 다녀오면 좀... 이상?해지는거보고 그냥 나이드니까 현실에 물드는거겠지생각했는데...ㅠㅠ
하............ ㄴ ㅐ가 오래전부터 생각 하던것 그대로 여기다가 누가 쓰셨네
철 드는 좋은 점도 있지만 군대는 사실상 우리나라 전후에 강대국들에게 휩쓸리고 분단의 아픔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예지..... 철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효과가 너무 커서 차라리 사회적인 분위기를 바꿔 전국민 투표했음 좋겠어. 남녀 모두 1년씩 다녀오는것도 괜찮은데 여태껏 가부장적인 사회문화와 여자들이 군대가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
@칭칭이엄마 나도 그런 우스갯소리 들었음ㅋㅋㅋㅋㅋㅋ 그 말인 즉슨 여자가 군대가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비효율적이래.....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음....... 언니 의견도 무슨말인지는 알겠는데 '전시국가'인 한국의 특수성이라기에는 다른 나라들의 군대와는 너무 다른것같아. 위계질서는 중요하지만 그게 구타나 다른 안좋은 군대문화들이 상습적으로 묵인되서는 안되잖아....
으음 ㅋㅋㅋㅋ 박노자교수는 한국인보다 한국에 대해서 더 잘 분석하고 있다고 평가받으시는 분이고 저 본문에 나온 책은 서울대 필독도서에 들어간 책이야 ㅋㅋㅋㅋ
서울대 뿐 아니라 웬만한 대학들은 필독으로 정하고 있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라는 책인데 언니가 꼭 한번 읽어봤음 좋겠어 ㅋㅋㅋ 나도 읽으면서 통념이 많이 깨졌거든
@배이유 꼭읽어봐야겠어 남친도 추천해주고
@칭칭이엄마 웅웅 여시가 저분이 러시아 태생이라 모른다고 생각하는거 같아서 ㅋㅋㅋ 귀화하신지도 꽤 오래되셨고 오히려 객관적으로 (우리가 교육받아온 애국심을 떠나) 한국을 잘 평가한다고 생각들거든 서울대 필독도서란 설명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저명한 도서기때문에 신뢰도를 높이기위해 덧붙인 설명일 뿐이고 개인의 호불호는 당연 갈리겠지 ! 고마웡 ㅋㅋ
미국이나 일본의 예를 들어 모병제 군대의 사기나
기술적 수준이 오히려 훨씬 더 높다는 것
모병제 군대에서는 군인이 가족을 거느리고 살고 전문가 의식을 지닌 탓에
구타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2~3년을 낭비하고 평생 심리적인 상처를 치유하느니
차라리 세금을 더 내서라도 모병제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느냐" 진짜 생각도 못한 부분인데 정말 고려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군대.....안타깝다...
아 이건 정말 흥미돋이면서 안타깝다..
...우와 꼭 읽어봐야지ㅜㅜㅜ언니 이런글 올려줘서 고마워 뿅
그래서 군대는 편하게 갔다올수있음 최대한 편하게 갔다오는게 좋은거같아...
그래서 빨리 통일되어야한다고 생각함. 북한이 없어져야 모병제가 없어지지. 정신이 50년대 그대로인 북한이 있는데, 좀 헛소리같아. 배부른 소리? 누군 가고싶어서 갈까....
군대가 무서운게 개인의 성격, 창의성,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을 틀에 쑤셔넣어서임. 게다가 계급이 깡패라고 또라이 같은 선임 만나면 말도 못 하고....
동생이 군대에서 고생하고 성격이 변해서 온 누나 입장에선 박노자라는 사람이 좀 얄밉다. 우리도 바꾸고 싶은데 전쟁나면 어떡하라고.
휴... 전쟁이 안나면 얼마나 좋아....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뻐? 마쟈.... 일단 복지처우부터 개선해주고 이상한 세뇌교육이나 안시켰으면 ..... ㅋㅋㅋㅋ...
음...하긴 군대 안간 남자는 빨간줄그어지고 무조건 비난받는게 당연시 되니까.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어떤 종교 대체복무 요구도 다르게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