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蔘鷄湯)은 어린 닭에다가 찹쌀, 인삼, 대추, 밤, 황기 등을 넣고 푹 고아서 만든 닭 요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삼이 들어가지 않으면 삼계탕이 아니다. 즉, 인삼은 필수로 들어간다. 한국의 대표적인 보양식이며, 특히 복날에 주로 먹는 여름 보양식이다.
대부분의 보양식이 그렇듯이, 삼계탕도 열량이 꽤나 높아서 삼계탕 한 그릇이 밥 세 공기의 열량을 뛰어 넘는다고 한다. 물론, 찹쌀 등 부재료의 영향도 있지만 칼로리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닭 한 마리와 국물에 스며든 기름기까지 통째로 먹는 탓이 크다. 그런데 사실 삼계탕에서 나오는 기름은 기름 축에도 못 낀다. 치킨은 이건 양도 양이지만, 조류 내부의 기름이 국물에 섞이는 것과 끓는 외부 기름에 튀겨내는 것은 기름의 질에 있어서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자는 기름을 추출, 보관하고 온도를 높이는 과정에서의 산패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피할 방법이 없다.
닭 한마리를 통째로 끓이는 음식이기 때문에 고칼로리, 고지방, 고단백 식품이다. 그래도 기름과 소금이 녹아든 국물을 마시지 않고 닭껍질도 발라 먹는다면 다른 건 그럭저럭 해결되는데, 단백질의 경우 하루 권장량 55g 넘는 115.3g이나 된다. 삼계탕이 아니라 반계탕을 먹어도 한끼만으로 하루치 단백질 권장량을 채우는 셈. 육체노동에 종사하거나 운동선수가 아닌 한 자주 먹을 음식은 못된다.
삼계탕은 의외로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은 음식이다. 과거 조선시대에 복날이 오면 서민은 개고기를 넣은 개장국을, 양반은 주로 소고기를 넣은 육개장을 먹었다고 한다. # 하지만 인삼을 넣은 역사가 짧다는 것이지 삼계탕의 원조격인 음식이라 할 수 있는 닭백숙은 삼국시대부터 먹었으며, 조선시대에도 엄연히 존재했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 가정에서 그나마 자주 해먹었던 고기 요리였다. 어디까지나 인삼이나 약재를 같이 넣고 삶는 방식이 생소할 뿐.
현대 삼계탕은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인 중 부유층이 백숙이나 닭국물에 인삼가루를 넣어 만든 것이 그 시초였다. 다만 당대에는 백숙에다가 닭백숙의 한 종류로 여겨지던 수준이었다. 광복 이후 1950년대에 '계삼탕'을 파는 식당이 생겨났고 6.25 전쟁 이후 1960년대에 비로소 삼계탕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되었다. 1960년대 들어 냉장고가 보급되며 유통방식이 개선되어 인삼을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되자 삼계탕에 인삼가루를 넣는 식이 아닌 말린 인삼을 넣는 식으로 요리 형태가 바뀌고 이에 따라 이름도 바뀌면서 지금의 삼계탕이 되었다. 이후 개장국의 하향세와 엇갈리면서 복날 음식의 대표주자가 삼계탕이 되었다.
오늘날 삼계탕은 닭을 삶는다는 조리법은 같지만, 말린 인삼보다 주로 수삼을 넣고 이따금 곁가지 한약재를 넣는다. 또한 수삼 대신 인삼 배양근을 넣기도 한다. 주 재료는 이름과 같이 삼과 계인데, 영계와 6년근 산삼을 넣어야 제대로 된 음식이지만 실제로는 35일 정도 기른 중병아리와 3~4년근 장뇌삼으로 대강 만드는 게 보통이다.
알을 낳기 위한 산란계는 당연히 암컷 병아리를 길러서 나오므로 수평아리는 종계(씨를 뿌리기 위한 수탉)가 아니면 쓸모가 없다. 이 때문에 이 수평아리들은 대부분 태어난 그 날 분쇄기로 직행한다. 하지만 이 수평아리들의 일부를 웅추(雄雛)라고 부르면서 적당한 크기로 길러서 삼계탕용으로 납품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45일 정도를 길렀는데 이 정도로도 중닭, 즉 영계의 크기에는 이르지 못한다. 그나마 이후에는 30~35일 정도를 길러서 내놓는데 이건 사료비와 닭의 크기에 따른 출하 가격의 절충점인 셈이다.
심지어 인삼 대신 비슷한 맛이 나는 뿌리 약재인 황기를 넣기도 한다. 이러면 황기백숙이 되는 거지만, 그냥 삼계탕이라고도 한다. 식사량이 적은 여자나 어린이를 위해, 또는 중닭을 사용하기 위해 한 그릇에 닭을 세로로 반 쪼개 넣은 반계탕이란 변형이 있다. 그런데 명색은 삼계탕집인데 이런 반계탕만 파는 집도 있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대추가 닭의 나쁜 성분을 흡수해 주므로 대추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무근. 몸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롭지는 않으므로 먹어도 상관없다. 황교익은 수요미식회 삼계탕 편에서 이러한 속설에 대해 '질 나쁜 대추, 관리가 안 된 건대추의 안 좋은 맛을 둘러대기 위해' 나쁜 성분을 흡수해서 그렇다는 거짓말이 퍼진 거라고 추측했다.
최근에는 삼계탕 한번 끓이기 적당한 분량의 부재료들을 따로 모아 포장해 파는 제품들도 있다. 적당히 닭 손질해서 같이 넣고 푹 끓이면 되고, 필요한 재료가 모두 들어있어서 추가로 살것이 없으니 간편하다.
아시아권 외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닭은 (아예 육식을 금하는 종파가 아닌 이상) 어떠한 종교적 금기에도 걸리지 않는데다 너무 맛이 맵거나 향이 강하지도 않고, 닭을 삶는 요리는 어느 나라에든 하나쯤은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한국으로 여행을 오면 한 번쯤은 삼계탕을 찾는데, 한국인들이 여름 보양식으로 먹는 것과 다르게 외국인들은 주로 겨울철에 특히 많이 찾는다.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관광 왔을 때 즐겨찾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고춧가루 듬뿍 든 시뻘건 음식만 있는 줄만 알았던 일본인에게 컬처쇼크라고 한다. 채팅으로 일본인과 얘기하다 보면 "한국에 놀러 갈 계획인데 삼계탕 잘하는 집 좀 추천해주세요" 같은 질문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다만 일본에는 주로 겨울에 먹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어느정도 인지도가 생겼는지 간편식 캔으로 나온 삼계탕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일본의 유명 아이돌 가수 그룹 아라시의 막내인 마츠모토 준도 무척 좋아하는 요리이다.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골계 삼계탕'이 소개되자 상당히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였고 시식하고 난후 '당장 신청하자!'라고 할 정도로 좋아했다.
자국 음식에 대해 자부심이 높은 중국인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는 한식 메뉴이기도 하다. 서울 시내의 유명한 삼계탕집에는 항상 중국인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룬 모습을 볼 수 있으며, 10여 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 (레토르트 등으로) 삼계탕을 수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고 한다.
첫댓글 오늘, 초복날에 가족들과 삼계탕 드시고 무병장수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