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한 살 더 먹고
설을 보내며 떡국을 먹었다.
설날이면 차례상을 차려 놓고 조상님들께 예를 올린 다음
으레 복 많이 받으란 덕담도 나눈다.
그런데 복은 누가 주는 걸까?
가래떡을 엽전처럼 얇게 썰어 끓이면 떡국이 된다.
그걸 먹으면 배(腹)에 엽전이 들어가 볼록해질 테니
그걸 복 받은 것이라고나 할까?
물론 우스갯소리로 해본 말이지만
하늘은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이고
(Heaven helps those who helps themself)
잘 살면 하늘과 신령이 도와준다는 것이니
(天佑神助)
이래저래 자신은 자신이 돕고 천명을 따라야 할 테다.
나이 칠십이 되면 마음 가는 대로 행해도 흠이 없다 한다.
(從心所慾不踰矩)
그래서 나이 칠십을 종심이라 하지만
종심을 넘어 열 번째 떡국을 먹었으니
긴 긴 긴장의 세월에서 조금은 비켜서고 싶다.
하면 어찌 살아가야 할까?
착실하기만 하다면 그것은 인생이 아니다.
언제나 돌다리를 두드리고 걷는, 그것은 딱딱하고 편하지 않다.
바람에게 말했지, 나를 밀어 올려 달라고.
나는 새들과 어울려 나는 것을 배웠지.
남녘을 향해, 바다를 건너 나는 비상하였다.
이성이라고? 지겨운 노릇!
이성은 너무 빨리 우리의 목표를 채워버린다.
망설이며 고백하지만,
나는 몸서리치게 늙은 여인을 사랑했지.
그 늙은 여인은 진리라 불렸다. / 니체의 '남국' 중에서
진리란 참된 이치 또는 참된 도리라 한다.
그것은 참된 것이기에 거짓된 것에 맞서고
그것은 이치 또는 도리이기에 부조리와 구분된다.
영어에서는 변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Eternal Truth'라 쓰기도 하고
만유에 통한다는 뜻에서
'Universal Truth'라 쓰기도 하는데
그런데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수년 동안 면벽 정진한 이로 유명한 성철스님은
뼈에 사무치는 열반송을 남겼다.
한평생 남녀 무리를 속이는 일만 했다는 것인데
生平欺狂男女群(생평기광남녀군)
그래서 한이 천 갈래 만 갈래라 했는데
活沒阿鼻恨萬端(활몰아비한만단)
그래서 그 죄업이 수미산을 넘고도 남는다 했는데
彌天罪業過須彌(미천 죄업과수미)
그래서 피를 토하며 서산에 걸려 넘어가질 못한다 했는데
一輪吐紅掛碧山(일륜토홍괘벽산)
그렇다면 어찌했어야 한단 말인가?
불경을 품고 절간에 드나들어도
성경을 끼고 교회당에 드나들어도
사서삼경에 통달하고 공자묘를 알현해도
그래도 할 짓 다 하며 사는 걸 보면
아니지, 그래도 잘 살지 못하는 걸 보면
어찌해야 한단 말이냐?
허나, 삶이 무언지도 모른 채 그냥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늙은 여인을 사랑할 수밖에 없겠다.
들판에 홀로 쓸쓸히 서있는 노야(老爺)여!
이제 저지를 힘도 시간도 없다면
옆에 끼고 있는 늙은 여인이나 사랑하자.
첫댓글 옆에 끼고 있는 늙은 여인 말고
몸서리를 치더라도 딴 늙은 여인을 사랑하고 싶네요. 문득, 석촌 형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주책바가지인가요?
니체가 말하는 늙은여인은
오래 된 지혜를 뜻한다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저도 박시인과 같은 해석을 하고싶네요.
그러다 동서가 되지 아마~~~ㅎ
@석촌 뒈질려고 빌빌골골 오늘 낼, 오늘 낼, 하는 놈이
여자라면 5족을 못 쓰는 걸 보면
저도 남자긴 남자인가뷰. 석촌 형님!
허기사 머스마는 짚 한 단 들 힘만 있으면 뇨자를 생각한다고 들었어요.
@박민순 ㅎㅎ
인생에 선배이신 님에 말씀
옆에 있는 늙은여인이나 사랑하자
참 잘하셨어요
그래도 옆에 있다는게 인생살이중에 잴 좋은 행복입니다^
네에 그렇습니다.
옆에 있는 늙어가는 영감을 한 달 여 동안 자꾸 미워하다가,
새해 떡국 먹고 조금 철이 들어서 다시 예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ㅎㅎ
40년 가까이 기를 쓰며 맞추고 살았어도 아직도 더 맞춰야 하다니..
참으로 힘든 인생입니다.. ^^
왜 미워하나요?
모쪼록 사랑하며 살아야지요.
명절에 각종 기름지고 당도높은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새봄을 맞기위해
부족했던 칼로리 보충하라는
선조들의 지혜같아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더군요
저는 생일이 늦어서
정말 음력설이 지나야 한살을 더 먹거되는 계산인데
그러지 않으신분들은 생일 지나야 한살을 더 먹는것이니
여전히 지금처럼 여인을 사랑하십시오
네에 좋은말씀이에요.
니체가 신을 부정하고 기성질서에 도전하면서 저지르라고 했지만
결국 오랫동안 의지해온 윤리 지혜 이웃들을 사랑할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사실 이중어법인 셈이지요.
이젤님은 이젤님 뜻대로~~~
저는 음식 만들지 않아도
딸사위 있으니
끼니 꼭 챙겨먹게되니
확~~~찐자가 됩니다
낼 출국하고 나면
봄을 위하여 노력~~!!!
점심에 두딸네 가족이랑
남한산성가서 왁자왁자 점심하고
집으로 와
손주재롱보며 웃고 하다보니
사는맛 난 명절이었습니다
아직은 신나도 좋겠죠? ㅎ
이제 곧 둘만 남겠지만
충전의 힘으로
그렁저렁 살아내야죠
그럼요, 그걸 누가 말리겠어요.
한 살 더 먹으나
덜 먹을 때나
죽어야 살겠기에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저는 매일 죽습니다
한 남자랑 한 평생 사는 것이
곧
종교이고
도가 아닌가 싶어요
삶이 종교라면 구원받을 것이요
도라면 신선이 될테니
그냥 뭐 직진하는게 좋겠지요.
우리가 한 살 더 먹어야 자손들이 무럭무럭
자란다고 본다면 설웁지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년에는 옛말에 ‘이 세상에서 노력 없이 얻는
것은 나이밖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수고하고 땀을 흘려야 얻을
수 있습니다.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삽니까?
그런데 옛말처럼 나이만은 예외이지요.
세월은 가만히 두어도 흘러가기에 한 해가 지나면
누구나 한 살을 더 먹게 되지요.
하지만 그것도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인생이 끝나면 나이 먹는 것도 사라지고 말지요
너무나 허무한 인생이 아닐는지요?
늘 강건하시고 격조 높은 수려한글
감사드립니다
~단결~!
맞아요.
살아있기에 나이도 세어보는거지요.
그러다가 이게 뭐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그러는 중에 진로를 바꾸거나 무얼 궁구하게되기도 하는데
베르그송은 그걸 창조적 진화라 했데요.
그게 잘 안되면 답보생활이 되는건데, 그래서 니체는 늙은여인이나 끼고 살란다고 했을겁니다.
그러나저러나 나이는 남고 후손도 남는다고 해야겠습니다.
몸서리치게 늙은 여인을 사랑했다는 니체의 시가 많이 와닿습니다
저는 평생 젊은 여인만 사랑할수 밖에 없습니다
제아내가 8살아래이고 딸은 36세 아래입니다
ㅎㅎ
재미있는 댓글입니다.
사랑?
그 사랑이 무엇일까요?
아가페니 에로스니 하는 학술적인 논리보다
사회적, 가정적인 둘레에 갇히어서라도
그 감정, 내가 느끼는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면..
하지만, 아니겠지요..
현실적인 환경, 인지적인 사고 등 그 모든 것을
사회적인 인간(人間)이기에 무시할 수 없는
울타리안에서 적응하며 살고 있는 것이겠지요..
옳은 이야기입니다.
함께 살아가려면 울타리사랑이
제일이겠지요.
삶이란게 무엇인지 그 해답을 얻어보려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을 따라가도 허상일 뿐이라는
깨달음에 이르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얻어지지 않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그 너머에서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자유을
얻는 길임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선배님,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편히 주무세요...
네에 덕분에 잘 잤습니다. ㅎㅎ
요즘은 그저 무탈하고 마음 평온하게 하루 잘 지내고 밤을 맞이하는게 크나큰 복록인 거같습니다 그저 단순하게 살자 하루를 무탈하게 살자입니다
아무렴요
잘먹고 잘자면 되겠지요.
그 늙은 여인과의 언어를 많이 풀어 주시고 맨입으로 받아 읽는 기쁨에 뇌의 배부름을 오늘도… ㅋㅋ
고맙습니다 도깨비님^^
진정한 사랑에 나이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나름 강한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 1인 입니다.
결국 물거품으로 사라진 인어공주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제일 큰 이유도 사랑 때문이었었습니다. ^^~
네에 그래요.
빅톨 위고의 말인데요
자기가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걸 느낄때 그게 제일의 행복이랍니다.
네 마지막. 그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