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이번 시즌은 시작 전부터 수도 없이 듣고 있는 말 가운데 하나가, 외국인선수들의 기량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훨씬 못미친다는 평가다. 한편으로는, 감독들이 굳이 빅맨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정말 쓸만한 자원이 없겠느냐는 반문도 있다. 지도자들이 단신 선수보다는 장신 선수를 더 선호하는 건 맞는 말 같다.
그래서일까. 외국인선수의 무게감에 따라, 각 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제도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시로 바뀌는 제도로 인해 원치 않는 전력 손실을 받아들이게 된 팀들이 나온 것은 맞다.
'Captain' 김영환, 매 경기 3번과 4번 플레이 병행. 문제 없다!
필자는 사실, 창원 LG 세이커스가 외국인선수를 2명 모두 리그 경력이 없는 새로운 인물들로 데려오기를 바랬었다. '리빌딩'을 선언한 첫 시즌. 리빌딩이니까 성적은 완전히 포기하자는 생각은 아니었다. 같은 팀원이다. 외국인선수가 에이스이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LG는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높다'는 인식이 이어지는 것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우였다. 문태영(울산 모비스)과 애런 헤인즈(서울 SK)가 동시에 빠져나간 상황에서, 새로운 에이스가 등장했다. 바로, 김영환이다. 김영환은 LG가 부산 KT 소닉붐과 2:2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양우섭과 함께 영입한 선수다. 이적생이지만, 김진 감독은 그에게 주장을 맡겼다. 믿음을 주면서 책임감도 부탁한 것이다.
김영환은 코트에 서면 에이스, 코트 밖에서는 리더가 됐다. 풀타임 주전이 되고, 채 한 시즌도 지나지 않아서 적응을 마쳤다. KT에서의 지난 4시즌 동안 25분 이상 뛴 적이 없었지만, 현재 LG에서는 36분 5초를 소화하고 있다. 평균 15.2득점을 기록하며 전체 8위(국내 3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의 LG는 외곽포의 팀이다. 19일 현재, 경기당 가장 많은 7.9개를 성공시키고 있고, 성공률도 36.2%로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37.1%)에 이어 2위다. 그 중심에 또한, 김영환이 있다. 경기당 2.6개를 터트리며 1위고, 성공률도 37.2%(40위)로 고감도를 자랑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3.8리바운드(38위)와 2.8어시스트(13위), 스틸도 경기당 1.4개(14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도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득점이 안되면 다른 것으로 제 몫을 해낸다. 공헌도가 높은 선수다.
김영환은 3번 스몰포워드 뿐 아니라, 4번 파워포워드도 맡고 있다. 삼성전까지 팀의 21경기에 모두 출전한 김영환. 대부분 3번으로 나왔는데, 4번으로 시작한 경기도 두 차례(1R 고양 오리온스전 / 1R 안양 KGC인삼공사전) 있었다. 그런데 1쿼터에 3번을 봐도, 이후에는 상황에 따라서 4번 역할도 한다. 매 경기, 그 안에서 달라지는 것이다. 내외곽 공격이 모두 가능한 김영환이다. 2점슛과 자유투 성공률이 각각 51.2%와 73.7%다.
지난 16일,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그를 만났었다. LG는 삼성에 69-60으로 승리, 시즌 첫 3연승과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김영환은 4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4스틸 기록). 삼성과 동률인데, 상대전적에서는 LG가 2승 1패로 앞선다.
김영환은 매 경기 3번과 4번 역할을 병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로드) 벤슨이 있어 부담은 없다. 다만, 4번을 볼 때는 리바운드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 고 말했다. 그리고 "연승 같은 것을 떠나서, 팀 분위기는 좋다. 젊은팀이어서 그런지, 지더라도 빨리 털어버리고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고 덧붙였다. 사실, 나이와 프로 경력을 떠나서 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선수는 없다.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대로, 이겼다고 해서 크게 들뜨지도 않는 것이 올 시즌의 LG 모습이다. 결과를 떠나,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든든한 조력자', 로드 벤슨과 아이라 클라크!
2011~12시즌이 끝나고, 외국인선수 제도가 다시 바뀌었다. 1인 보유 및 출전에서, 2인 보유 및 1인 출전으로 돌아왔다. LG는 드래프트를 통해 경력자 2명을 선택했다. 원주 동부 프로미 2연속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 주역이었던 로드 벤슨을 전체 2순위로 지명했고, 2라운드 9순위(전체 19순위)로는 서울 삼성 썬더스에 중반부터 합류했던 아이라 클라크의 이름을 호명했다.
필자의 생각과는 달랐지만, 그것 또한 기우였다. 벤슨이 최소 3순위 안에 뽑힐 것이라는 예상은 많은 사람들이 했다. 하지만, 클라크가 19번째까지 남아있을 거라고는 대부분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도 종종 신기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김진 감독은 2명을 의도적으로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선수로 택했다고 말했다. 그 선수들의 컨디션, 팀에서 국내선수와의 조합 문제도 있고, 또 상황과 상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김진 감독은 벤슨과 클라크가 팀의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돕는 역할을 해주기를 원했다. 이들이 팀 내 최다득점을 올리고, 승기를 잡음에 있어 결정적인 공격이나 수비를 여전히 많이 하고 있지만, 감독이 자신들에게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다. 중거리슛 능력이 있는 벤슨과 3점슛도 있는 클라크가 자제하면서 페인트존에서의 득점을 노리고, 리바운드와 수비, (외곽으로의) 패스에 신경을 쓰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력적인 벤슨과 클라크다. 벤슨은 26분 29초를 뛰며 평균 14.4득점(12위)과 11.3리바운드(2위), 2.3어시스트(23위), 1스틸(30위), 1.2블록(5위). 13회(최근 6경기 연속)의 더블더블 기록을 가지고 있다. 클라크는 14분 14초를 뛰면서 평균 10득점(31위)과 4.7리바운드(25위) 등을 기록하고 있다. 더블더블은 1회. 벤슨은 21경기를 모두 뛰었고, 15경기에 선발출전했다. 클라크는 개막전을 제외한 20경기(6경기 선발)에 나왔다.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벤슨은 동부에서도 그랬지만, 수비자 3초가 폐지된 첫 시즌에 그는 LG에서도 '전술 그 자체'가 되었다. 지금 LG 뿐만 아니라, 3점 공격이 많은 팀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좋은 시선만 있지 않았다. 단조롭다는 시각이 많은데, 어쨌든 벤슨은 패스의 질도 좋고, 국내선수들이 페네트레이션을 노리면 스크린도 잘 걸어준다. 삼성전에서 16득점(3점 3개)을 기록한 신인 박래훈은 접전이던 4쿼터 초반 4점차로 벌리는 중거리슛을 성공시킨 상황에 대해, "드라이빙을 할지 점퍼를 쏠지 잠시 고민하는 중에 벤슨이 와서 스크린을 걸어줘 편하게 슛을 던졌다." 고 말했다.
그리고 클라크. 그의 존재감은 최근 들어 유감없이 발휘됐다. 벤슨이 1라운드 마지막부터 2라운드 초반까지 주춤했던 순간이 있다. 그때 클라크가 해줬다. 2차 연장 경기에서 결정적인 득점들과 블록이 있었고, 삼성전에서도 3쿼터에 공격리바운드와 3점플레이로 상대의 전반 14점 리드를 모두 지웠다. 실력도 있지만, 인성과 친화력까지 좋은 훌륭한 선수들이다. 벤슨은 종종 흥분하지만, 경기 내에서 그렇다. 팀의 맏형인 클라크는 동료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LG와 김영환, 함께 飛上을 꿈꾸다!
'창원'은 LG와 김영환이 가지고 있는 공통분모다. LG의 연고지가 창원이며, 김영환도 고향이 창원이다.
리빌딩 원년. LG는 결과보다도 과정을 소중히 여기며 앞으로 나가고 있다. 'Leader & Ace'. 김영환도 팀의 리빌딩 과정에서 주축선수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도 물론이다. 풀타임 첫 시즌이어서인지, 최근 주춤하는 모습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잘하고 있으며, 시즌 전 자존심에 입은 상처를 씻기 위해서도 더욱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LG가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노리고 이번 시즌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정상의 자리에 도전할 그날을 위해서 단단히 하는 큰 가치가 있는 순간이다. LG와 김영환의 목표는 하나다. 창원을 우승의 열기로 가득 채우는 것! 송골매의 비상을 꿈꾸며 오늘도 달린다.
[창원 LG 세이커스 담당]
첫댓글 역시나 이상하리만치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입니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찍어주는 스탯만 보더라도 이미 올시즌 kbl을 ㅌㅌㅌ 털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 주간 mvp, 월간 mvp 수상은 커녕 한표도 받을까 말까..올스타 투표도 드림팀 포워드에서 5위... 그렇다고 팀성적이 나쁜것도 아니고....김영환을 봐주는 분들은 대다수가 창원팬 아니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골수 농구 팬들 뿐이죠...마음이 아픕니다...그런데 그래서 더더욱 김영환에게 애정이 가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음...KGC팬 입장으로써..타 팀 선주중 젤 탐나는 선수중 한명입니다...농구도 정말 잘하는데다가 팀 분위기 메이킹도 잘하고... 그만큼 굉장히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