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지옥 김밥 천국
글쓴이: 박윤진
어떤 분이 저에게 아주 웃긴 이야기라면서 깔깔거리며 다가옵니다. 자신이 깁밥천국이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그 가게 벽에 이런 낙서가 있더랍니다.
"예수 지옥 김밥 천국"
이 낙서는 낙서가 아니요 성경입니다. 인간이 왜 예수를 미워할 수 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 줍니다. 반면, 누가 예수를 사랑한다고 하면 그가 왜 예수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여실히 잘 보여줍니다.
인간에게 예수는 지옥입니다. 인간의 천국은 인간의 노력의 댓가로 쌓아올린 바벨탑이어야 하는데, 예수는 인간의 어떤 행위와 노력도 무시하시기 때문입니다. 율법을 99단계 까지 지키다가 단 한 번 실수했더니, 이미 지켰다고 생각했던 99단계 전체가 죄로 발각되는 지옥이 바로 예수입니다. 이제 십자가를 알았다고 정립했더니 자신이 정립한 그 예수가 바로 자신의 죄악 덩어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 예수 안이라는 지옥입니다. 어떤 형태든 '내가' 주섬 주섬 모아둔 것은 모두 죄로 판명나는 곳이 십자가라는 지옥입니다.
인간의 수고를 칭찬하지 않습니다. 오직 은혜만 넘칩니다. 인간에게 동기 부여도 하지 않습니다. 인간동기 부여는 곧 죄의 부추김이기 때문입니다. 경쟁도 없습니다. 누가 죄의 충실한 노예인가만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치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싶습니다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더니 그것 조차 죄랍니다. 아니, 내가 그냥 존재라는 것 자체가 죄의 원단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 정도 되니, 예수 지옥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요즘 교회의 벽에서는 이런 비명같은 낙서가 나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수고를 칭찬하고 동기부여해서 살아있는 보람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경쟁의 장으로 변한 곳에서 위대한 신앙의 영웅탄생을 기다리는 장기자랑이 즐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놓고는 성경한줄 인용해서 예수 천국이라고 합니다.
요즘 교회는 김밥집 벽 보다도 못합니다.
김밥은 천국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따르는 군중들이 어떤 이적 때문이 아니라, 그저 배가 고프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다윗은 자신의 원수들을 향해 '자신의 배'를 신으로 섬기는 무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몸뚱아리 유지시켜주는 곳, 이 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내 속에 들어와 오직 내 것으로만 사용되고 내 몸만 유익하게 해 주는 음식이라말로 복음이요, 그 음식을 주는 식당은 천국이며, 천국을 호령하는 돈이 메시야인 것입니다.
십자가를 버린 채 예수를 사랑한다는 말은 자신이 예수를 음식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나의 배를 채워 줄 요깃거리로서의 예수는 김밥과 다른 것이 없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를 평생 염려하는 인간이 무엇을 해야 구원을 얻을까 해서 의사결정한 것이 예수라면 그것은 죄의 소산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예수는 그렇게 죄인에게 들켜서 머리 긁적이며 나오는 술래잡기의 패배자가 아닙니다. 온 우주를 십자가 사건으로 통일시키시는 참 주인이십니다.
가벼운 낙서도 섣불리 지나칠 수 없는 것은 그 말 한 마디마다에서 내 죄가 흘러넘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 안에서는 결코 정죄함이 없다고 하니까 그럼 아무 죄나 막 지으면서 살겠다고들 합니다. 이러한 발상의 밑바닥에는 내가 어떤 죄는 지었고 어떤 죄는 짓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내가 범하지 않은 죄만큼은 나는 의롭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죄라는 것은 어떤 개체가 범했던 범하지 않았던 이미 우리 뼈 속 깊숙히 베어있는 것입니다. 내가 짓지 않은 죄도 내 죄입니다. 뉴스를 장식하는 수많은 사건 사고의 주인공이 바로 내 자신입니다. 어떤 죄를 범한 자와 자신을 구별함으로써 챙기려는 것은 자신의 의이지, 그냥 은혜로 주어지는 십자가 공로는 결코 아닙니다. 결국 인간이 주장하는 개별성 혹은 인격은 죄에 함몰된 채로 피의 긍휼만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입니다.
예수 지옥 김밥 천국이라는 죄를 서슴치 않고 적고 그것이 너무도 웃겨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이 땅의 구조 속에서 성도는 김밥보다도 못한 예수 안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찾아 보아도 내 배를 채우기 위한 예수의 선물이란 없습니다. 오히려 계속 세상 밖으로 끌려나가게 되고, 세상의 쓰레기처럼 되고, 마치 죽음을 짊어지고 가고 있는 무덤지기처럼 세상을 십자가 죽음을 통해서만 보게 됩니다. 그 죽음만이 참 죽음인 것을 자신의 거짓 죽어감과 견주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이럴 때마다 탄식으로 돕는 성령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어린 양의 보좌만을 쳐다보면서 장차 올 영광은 현재의 고난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기쁨에 도취되곤 합니다. 그래서 성도는 김밥 보다도 못한 예수 안에서 즉, 자신의 죄와 십자가 용서 사이에서 곤고한 자로 살면서 다시 오실 예수와 함께 현장감있게 동행합니다.
예수 천국은 김밥 천국의 지배아래 있는 짐승들에게는 영영 발견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예수를 보게될 때 그들은 정녕 예수때문에 지옥으로 가게될 것입니다. 그 낙서의 주인은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요, 예수가 지옥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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