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장(제물론) 26절
[원문]
옛날에 장주(莊周)가 나비가 되었다. 그는 나비가 되어 펄펄 날아다녔다. 자기자신은 유쾌하게 느꼈지만 자기가 장주임을 알지 못하였다. 갑자기 꿈을 깨니 엄연히 자신은 장주였다. 그러니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던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되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장주와 나비에는 반드시 분별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만물의 조화’(物化)라고 한다.
[해설]
나비 꿈(胡蝶夢)이라고 불리는 이번 절은 장자철학의 골격을 이루는 2장(齊物論)의 마지막 문장이다. 장자는 여기서 두 가지의 가지런함(齊)을 말하고 있다. 첫째는 꿈 속의 세계와 꿈을 깬 세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장주로 의식하고 있는 자와 나비로 의식하고 있는 자 중에 누가 정말 나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깨어 있는 세계를 실재(實在)하는 의식세계로 보며, 꿈이 나타나는 가상(假象)세계를 무의식 세계로 본다. 그런데 위의 꿈 속에서는 자신을 나비로 의식하고 있으며, 나비는 꿈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사실로 의식하고 있다. 꿈을 깨고 보니 내가 조금 전에 있었던 세계가 가상세계인 꿈 속이었다. 나는 장주이며 나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비롯해, 나비로서 느꼈던 모든 것들이 현실이 아니었다.
장자도 꿈의 세계와 꿈을 깬 세계를 구분하고, 나비와 장주인 자신을 구분한다. 그런데도 그 두 영역 중 어느 쪽이 실재의 세계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왜냐하면 꿈 속 세계에서의 나비도 그 세계에서 마주친 모든 상황을 의식하고 있고, 꿈을 깬 세계에서의 장자도 이 세계에서 마주친 모든 상황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 두 세계를 만물의 변화(物化)라고 하면서 차이가 없이 가지런하다고 말한다.
[해설 도움글]
1. 『장자』 2장(齊物論) 22절
“꿈 속에서 술을 마시며 즐기던 자가 아침이 되어 울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꿈 속에서 슬피 울던 자가 아침에는 즐거이 사냥을 나가기도 합니다. 막 꿈을 꾸고 있을 때에는 그것이 꿈인 줄을 알지 못합니다. 꿈 속에서 또 꿈을 점치기도 합니다. 꿈을 깬 뒤에야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큰 깨어남이 있어야만 비로소 이 삶이 큰 꿈임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깨어 있다고 생각하고 버젓이 아는 체를 하여 임금이니 목동이니 하지만, 고루한 일이지요. 나는 당신과 더불어 함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역시 꿈인 것입니다. 이러한 말을 사람들은 지극히 묘하다고 할 것입니다. 만년 뒤에 위대한 성인을 한 번 만나서 그 뜻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아침 저녁으로 만나는 것이나 같은 일입니다.”
2. 장자 17장(秋水) 8절
“⋯ 도에는 시작도 끝도 없지만, 물건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 그래서 물건의 공용이란 믿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비었다가도 어떤 때는 차게 마련이어서 그 형세에는 일정한 모양이 없다. 늙어가는 나이는 막을 수가 없고, 흘러가는 시간은 멈추게 할 수가 없다. 생성소멸과 찼다가는 비는 일을 반복하여 그치면 또 시작을 한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위대한 도의 뜻을 얘가하고 만물의 이치를 논하는 까닭인 것이다. 물건의 생성은 말이 뛰는 것도 같고 달리는 것도 같이 변화한다.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을 하겠는가? 무엇을 하지 않겠는가? 그대로 스스로 변화하게 내버려 두면 그뿐인 것이다.”
3. 변화가 본질이라는 말
◾ 일장춘몽(一場春夢) / 제행무상(諸行無常) / 만물유전(萬物流轉)
4. 어디까지가 나인가? (『무경계』, 켄 윌버 저)
◾ 페르조나/그림자, 자아(마음)/신체(몸), 전유기체(켄타우로스)/환경, 합일의식
5. 유식학 : 5식(감각) 〈 6식(의식) 〈 7식(말라식) 〈 8식(아뢰야식) 〈 9식(아마라식)
〈이어지는 강의 예고〉
▪604회(2025.3.20) : 장자해설 34회, 이태호(철학박사/통청 인문학아카데미 원장/『노자가 묻는다』 저자) ▪605회(2025.3.27) : 화이트헤드의 상대성원리, 이태호(철학박사/통청 인문학아카데미 원 장/전 한국화이트헤드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