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숲길 : 삼나무 전시림(한남산림 경영림)의 산책로. 국내 최초의 산림경영(Smart Wood) 인증림으로 국립산림과학원 난대림연구소의 제주시험림 안에 있다.
숲을 사랑하는 분에게, 이제 막 걷기의 즐거움에 맛들인 분께, 그리고 청징한 공기와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가 몹시도 그리운 분께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이 길은 비자림로의 삼나무 숲(제주시)에서 시작해 한라산 중산간 동쪽자락의 거대한 원시림을 남북으로 종단해 사려니 오름(서귀포시 남원읍)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5.5km의 아름다운 숲길이다. 이 길이 ‘선물’이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산지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평지 숲길’이라는 희소성 때문이다. 평탄한 원시림 15.5km. 어린이-어르신도 즐겁다 이 길은 어린이도 또 어르신도 산책 삼아 걸을 수 있을 만큼 평탄하다. 게다가 이 숲은 아주 특별하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국립산림과학원(난대림연구소)이 수십 년간 정성 들여 가꾸어온 시험림, 인간간섭을 차단하며 완벽하게 보전해온 해발 500m 안팎 한라산 중산간지대의 원시림으로 이뤄졌다.
명상하며 걷는 숲길, 자연과 소통하는 숲길, 그래서 그 숲 기운을 통해 나를 정화하는 생명의 숲길. 아마도 이양하 선생이 살아계시다면 예서 ‘신록예찬’ 2편을 읊지 않았을까 상상도한다.
아득한 옛날 제주 들녘을 호령하던 테우리(말몰이꾼)들과 사농바치(사냥꾼)들이 숲길을 걸었다.
그 길을 화전민들과 숯을 굽는 사람 그리고 표고버섯을 따는 사람들이 걸었다.
한라산 맑은 물도 걸었고 노루 오소리도 걸었고 휘파람새도 걸었다.
그 길을 아이들도 걸어가고 어른들도 걸어간다. 졸참나무도 서어나무도 함께 걸어간다.
우리는 그 길을 사려니 숲길이라 부르며 걸어간다.
숲의 사전적 정의는 ‘나무가 무성하게 들어찬 곳’이다. 빗물을 머금어 ‘거대한 녹색 댐’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소음을 차단해 ‘아름다운 방음벽’이라고도 한다. 1ha의 숲이 하루 44명분의 산소를 공급한다던가, 연간 16t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12t의 산소를 방출한다는 숲의 이로움은 말하면 잔소리가 된 지 오래. 그럼에도 숲은 늘 사람에게 경이로운 존재고 신비로운 곳이다. 그 날 그 숲에서다. 거대한 삼나무가 드리운 진초록의 숲 그늘, 청징하다 못해 알싸하게 느껴진 짙은 숲 향이 내 찌든 폐부 깊숙이 파고들던 그때. 숲의 정령처럼 불쑥 나타난 이름 모를 새의 노랫소리에 꽉 막혔던 오감은 고무풍선 터지듯 한순간 동시에 활짝 뚫렸다. 그곳은 시인 조기조가 읊던 ‘새의 나라’였다. ‘새의 나라에 왔다 새소리가 들리는 곳은 새의 나라다 새는 사랑하겠다고 운다지 그래서 울음이 노래가 된다지 새의 나라에 와서 노래를 배운다 울어 노래가 되는 울음을 배운다’고 했던.
▲ 이렇듯 평화롭고 장대한 숲 풍경, 사려니 숲길은 이 한라산 동남부의 해발 500m내외 중산간지대에를 아우르는 오름의 잔등 아래 원시림에 숨겨져 있다.
트레킹 정보(사려니 숲길)
▽사려니 숲길=숲길은 길다. 15.5km나 된다. 네다섯 시간은 족히 걸린다. 중간쯤에 성판악과 붉은오름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있다.
▽주요 포인트=숲 길은 출발지점부터 도착지점까지 10개 포인트로 구성됐다. 각 포인트는 저마다 독특한 테마를 갖고 있다.
1 숲에 ON! ‘사려니 숲길 들머리’: 숲의 모든 것 전시. 수종별 목재 및 표고 재배장 전시, 목공체험. 피톤치드를 발산하는 편백나무조각 목걸이 선물.
2 참꽃나무 숲 ‘제주인의 꽃’:5월에 피는 진달랫과 빨간 꽃.
3 새왓내의 아이들 ‘숲 속의 아이들’: 유치원 초등생을 위한 숲 해설 및 체험 프로그램. 새왓내는 천미천 계곡의 작은 물길.
4 숲 Dream ‘청소년들이여, 숲에 강 놀게’: 중고교생을 위한 ‘자연 나눔’ 프로그램. 물찻오름 입구.
5 월든 ‘치유와 명상의 숲’: 사려니 숲길 한중간에 자리 잡은 명상의 숲. 자연 나눔, 명상, 시 낭송, 숲체조, 사려니 숲이야기 프로그램 운영.
6 서어나무 숲 ‘가꾸는 숲’: 서어나무는 15m까지 자라는 낙엽활엽교목으로 화전, 숯, 표고재배 등 제주도 산림문화 형성에 큰 몫을 해왔다.
7 암반욕: 돌 많은 제주도에서 전래해온 민간요법. 햇빛으로 달궈진 뜨거운 돌을 안거나 바위에 누워 땀을 내는 것으로 바위가 발산하는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준다고 한다.
8 더불어 숲 ‘숲과 사람들’: 숯 가마터와 19세기의 화전, 버려진 표고재배장 등 제주도의 산림문화를 볼 수 있는 곳.
9 삼나무 숲 ‘나무를 심는 사람들’: ‘난대산림연구소’의 한남시험림에 조성된 울창한 삼나무 숲(1930년대 조림)은 사려니 숲길에서도 백미에 속하는 진풍경. 성장속도가 빠른 삼나무는 제주도와 한라산의 감귤 밭(바람막이용) 및 산림녹화를 위해 심어졌다.
10 사려니 오름:말발굽 형태의 분석구(해발 513m). 표고 98m의 정상까지는 30분쯤 걸리는데 한라산 중산간지대의 원시림 바다가 펼치는 장관을 목도한다.
▽ 숲길 들머리 찾아가기=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국도 11호선으로 남행하다 5·16도로가 시작되는 교래입구 삼거리에서 좌회전, 지방도 1112호선(비자림로)을 따라 삼나무 숲 도로를 5분쯤 가면 길 오른쪽에 임도 입구(물찻오름)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