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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 98.10.26. 토요법회 설법] 김제원 교무님
채규진 교우 <원불교를 만나서> 에 대해, 제가 몇 말씀 덧붙이겠습니다.
I. 채규진 교우의 어린이법회 경험
1)어릴 때의 불연
채규진 교우가, 어릴 적에 원불교와 인연이 있었지요?
어릴 적에 서원문을 외운다든가, 교무님을 가까이한다든가, 퀴즈대회를 한다든가, 성가를 부른다든가ㅡ 어릴 때의 이러한 교육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어린이성가는 법문을 쉽게 푼 것이에요. 여러분들, 나중에 아이 낳으면, 태교부터 그런 노래를 들려주세요.
어릴 때부터 원불교 다닌 사람은 특장점을 가져요. 중간에 원불교 잠깐 쉬더라도, 인연 때문에 다시 나옵니다. 채규진 교우도 어머니 인연 때문에 다시 온 것일 겁니다.
어릴 때 다녔던 사람들은, 중간에 잠깐 쉬다가 오더라도, 어색해하지 않아요. 부담스러워하지 않습니다. 편안해요. 그냥 우리 집에요, 내 집이에요.
대신에 어릴 적부터 다닌 사람들은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아요. 건성건성합니다.
나이 들어서 온 사람들은 법이 좋아서 온다든가, 의심이 있거나, 철학적 사유 때문에 오거든요. 깊이 있게 들어가요.
대신, 나이 들어서 온 사람들은 한 번 꼴으면 툭툭 나갑니다.
어릴 적부터 온 사람들은, 꼴아서 안 나오다가도 다시 나와요.
여러분, 가족교화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어린 조카들에게 어린이법회를 경험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아이에게 부처님과 인연을 맺어주는 것이 교육상 효과가 상당히 큽니다. 영어학원 보다 훨씬 나아요.
2)채규진 교우가 불렀던 성가
[힘센 사람]
이기기만 하는 사람은 욕심쟁이죠. 지기만 하는 사람은 못난이래요.
진 사람을 이끌어주고, 이긴 사람 따라가는, 바로바로 그 사람이 정말 힘세죠.
‘강자 약자의 진화상 요법’ 법문을 노래로 한 것입니다.
힘 센 사람은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권력이 없어진다 생각해보세요. 진짜 힘 센 사람은 어떤 경계도 이길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3)대종사 일대기 만화책
채규진 교우가 어릴 때, 대종사님의 일대기를 다룬 만화책을 봤다고 합니다. 만화가 전달력이 큽니다. 우리나라가 좀 문제예요. 외국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만화를 보거든요. 우리는 만화는 어릴 때만 보는 거라 생각합니다.
II. 회자정리
會者定離
“만남이라는 것은 이별이 정해져있다”는 뜻입니다.
인과의 원리, 순환의 원리, 변화의 원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먼저 가시든가, 내가 먼저 갑니다. 모두 변화합니다.
어제인가 그제인가,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눈물을 흘리면서 선처를 호소했어요. 국세청장이 엄청난 권력이거든요. 국세청장이 회사 없애버리려면 맘대로 없앨 수 있어요. 어떤 회사도 죽여 버릴 수 있습니다. 그 정도의 권력입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입니다. 권력이라는 것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곧 내려가는 것이지요. 대통령도 5년 하면 내려가야 하잖아요.
우리가 변화하는 진리를 배울 때, 집착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들어가면, 변화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양면을 봐야 합니다. 변과 불변.)
제가 교무하면서 처음에 가슴앓이를 많이 했어요. 교당 잘 다니다가, 연락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이 있어요. 혼자 오해해서 떠난 사람이 있어요. 싸우고 떠난 사람 있고요, 창피해서 떠난 사람이 있어요. 제가 날밤을 새면서, 잠을 못 잔 적도 있습니다. 배신감이나 서운함 때문에요. 우리 만남이 이것밖에 안되었나, 내가 정을 못주었던가 생각하면서요.
여러분들도 여러 이별의 경험을 합니다. 사별할 때도 있고요, 이별할 때도 있습니다. 이별이 감당 안 되면, 병이 오거나 목숨을 바치거나 화풀이를 합니다. 적당히는 하는 것도 좋습니다.
III. 보왕삼매론
규진 교우가 보왕삼매론 얘기하셨는데요. 제가 뽑아왔습니다.
론(論)은 조사(祖師)가 하신 것입니다. 보왕삼매론을 처음 읽으면, 강렬함이 아주 큽니다. 왜냐하면, 대체로 기도하거나 신앙할 때 좋은 것을 원하는데, 보왕삼매론은 좋은 것을 원하지 말라는 얘기거든요.
하나씩 함께 읽겠습니다.
1.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몸에 병이 없으면, 건강하게 제생의세 사업을 해야할텐데, 그러지 않고, 날 새기로 술을 마신다든지 이 여자 저 여자를 탐한다든지 에너지를 딴 데 써버리지요.
대종사님, 정산종사님, 대산종사님, 좌산종사님도 병이 많으셨습니다.
스승님들은 병이 있을 법해요. 중생의 병과 스승님들의 병은 다릅니다. 중생들이 병이 온 것은 악업을 지어서입니다. 불보살들은 선업을 지어서 병이 옵니다. 인과품에 나옵니다. 대종사님께 누군가 “대종사님 같은 분이, 왜 병이 있으십니까?” 라고 묻자, 대종사님께서 답하시기를, “내가 인과의 이치를 알고 나서는 대체로 죄를 짓지 않았다마는, 때로는 알아도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 말 안 듣는 중생들을 제도하는 과정에서 죄를 짓는 경우가 있다. 이때 받는 사람에게 억하심정이 있기 때문에, 업으로 온다”고 하셨습니다.
정산종사님은 “인과가 무서워서 정당한 일을 하지 못한다면 인과를 모르는 것만 못하다”는 법문을 하셨지요.
저도 교무하면서 업을 많이 짓습니다. 죄업도 짓지마는, 때로는 단체의 질서를 살리기 위해서 업을 짓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지요. 좋은 일이라 해서 업을 안 받는 것이 아닙니다.
대산종사님은 병을 얻으셔서 오히려 힘을 얻으셨다합니다. 정산종사님은 병이 오셨지만 전혀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보통사람들은 병원에 가서 누워 있다보면, 걸어다니는 사람들도 부럽다하거든요. 그런데 나아보세요. 부러워하기는 무슨. 죄업 짓느라 정신없지요.
그래서 병이 한 번 씩 있어져야 해요. 그래야 건방지지 않습니다.
2.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곤란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 사치한 마음이 듭니다.
본인이 크게 고생을 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로열패밀리 의식이 있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무시합니다. 교당에서도 설거지 한 번 안해요. 자기 집에서도 일하는 아주머니가 따로 있거든요. 곤란을 안 겪으면 물정을 모르는 겁니다. 그러면서 사치한 마음이 듭니다.
중생과 불보살의 근심과 곤란이 다릅니다. 중생들은 죄업을 지어서 근심과 곤란이지요. 대종사님은 곤란을 찾아갔습니다. 어려웠던 나라 조선,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영광 골짜기에 찾아들어가서 몸을 받으셨어요. 일부러 그러신 겁니다. 중생제도 하시기 위해서 그러신 겁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부유하게 성장한 사람들이 불쌍해요.
그리고, 너무 가난하게 성장하게 한 사람은 거지근성이 있을 수 있어요. 너무 가난했던 사람들은 기어이 돈을 쫓아갑니다. 사람을 만날 때도, 친구를 사귈 때도, 남자를 잡아도 그래요. 거지근성이거든요. 참 안타까워요.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릴 때 남들이 돈 쓸 때 못 쓰는 것이 얼마나 한이었겠습니까. 하지만 한恨으로만 생각하면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인과를 생각해야지요.
잘살다가 망한 것이, 아주 좋습니다
내가 잘 사는 사람은 교만하면 안 됩니다. 부모 인연으로 잘 사는 사람들 많지요. 다 빚입니다. 복권 당첨한 사람들, 결국엔 더 가난해진 것 아시지요. 왜 그러느냐. 태도 마음 습관이 바뀌지 않아서 그렇거든요. 환경이 바뀌어봤자 소용없습니다.
3.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장애가 없으면, 넘칩니다. 큰 원력이 있으면 모를까. 스승의 지도를 잘 받고 성자의 법문에 신심을 가지면 모를까. 범부들은 넘치게 돼있습니다. 육근문 개폐를 못해요. 젊을 때 막 쓰지요. 몸살 나지요. 정신 기운이 쇠해져요. 신경증이 나고, 우울증이 납니다.
마음에 장애가 왔을 때,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추어잡게 됩니다. 경계 속에서 성장하거든요. 비경계 속에서는 연습하는 것입니다. 매듭이 언제 커지나. 경계 속에서 커집니다. 경계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말입니다.
4. 수행하는 데 마魔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법이 올라가면, 올라간 만큼 마(魔)가 더 생깁니다. 다 시험이 있는 것입니다. 그 시험이 없으면 사람이 풀어져요. 서원은 경계 속에서 점검됩니다.
마음에 힘이 없으면, 마(魔)로 인해서 병이 오고 상처를 입습니다. 도망가게 됩니다. 마(魔)가 문제가 아닙니다. 마(魔)를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자력이 없으면 타력이라도 확실히 잡고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경계 속에서, 마(魔) 속에서, 오히려 수행이 됩니다.
법(法)과 마(魔)가 상전(相戰)해야, 여래위 가서 중생들의 마음을 알고 제도의 만능을 갖춥니다.
정산종사님 법문을 보시면 그런 생각이 안 드세요? “정산종사님이 어떻게 우리들의 마음들을, 우리 문제점들을 다 아시고 짚어 주셨을까?”
대종사님 정산종사님도 자신 속의 마(魔)들을ㅡ일어나기 싫은 마음, 원망하는 마음, 화가 나는 마음ㅡ 다 공부하셨기 때문에, 그런 법문을 내시는 겁니다. 마(魔)를 통해서 교화의 재료를 공부하신 겁니다.
훈타원 양도신 교우님 제가 많이 가까이 했습니다. 그 분이 감기 한 번도 안 걸리신 분이에요. 일흔 여덟인가 드셔서, 조금 아프셨어요. 그때 저한테 말씀하셨어요. 다른 사람이 아프다고 말하면, 그동안은 꾀병인줄 알거나 그냥 그런가 보다 싶었대요. 실감이 안 났대요.
안 아파보면 그럴 수 있구나 싶었어요. 돈 없는 사람, 힘없는 사람 심정은, 안 겪어 본 사람들은 잘 모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劫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일이 쉽게 되면, 안 좋은 경험을 한 겁니다. 조금 공부했는데 시험문제가 우연히 거기서 나왔어요. 약속에 늦게 갔는데, 우연히 그 사람도 늦게 와서 괜찮았어요. 안 좋은 경험입니다.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쉽게 되면 안 됩니다.
큰일은 여러 겁을 거쳐서 합니다. 서가모니 부처님도 500생을 닦아서 부처님이 되셨다합니다. 큰일은 한 생에 거쳐서 되기 어렵습니다.
진짜 큰일은, 보통 정성이 아니고서는 어렵습니다. 날마다 해가 뜨고 날마다 사람이 밥을 먹듯이, 수행을 하지 않으면 상시응용주의사항을 따르지 않으면, 법위에 올라가지 못합니다.
쉽게 되면 경솔해지고요, 자만합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에서 큰 도인 안 나오고요, 머리가 좋은 사람 중에 국가경제를 키운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회사 CEO 중에 성격에 느린 사람이 없어요. 종교단체에는 있어요. 기업에서는 한 명도 없습니다. CEO 중에 말 길게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 짧습니다.
어떤 일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닙니다. 이건희 회장도 21년간 지도자 수업 받았습니다. 순임금이 17년간 지도자 수업 받았습니다. 잭 웰치도 20년간 지도자 수업 받았습니다. 쉽게 되는 것이 없어요.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내가 이끗을 챙기면, 의리가 상하고 떠나게 되고 때로는 악연이 되기도 합니다. 형제간에도 도움이 안 되면 가까이 안합니다. 저도, 때로 외부교무님들 불러요. 그런데 자리이타가 안 되면, 생각이 달라져요. 관계라는 것은 자리이타가 되어야죠. 자리이타가 도입니다.
그런데 살아보면 잘 안되요. 결혼해서 왜 싸워요? 거의 다 “네 덕 좀 보자”는 것 때문입니다. 주면 오는데, 주지 않고 먼저 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니까 싸우는 겁니다.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 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막지 않는 사람들로써 원림園林으로 삼아라.”
GE의 회장이 강의를 했어요. 한국 기업의 강점이 일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것과 직원들이 말을 잘 듣는 것이라 했습니다. 말을 잘 듣는 것은 강점이면서, 약점이기도 합니다. 말을 잘 안 듣는 것이 약점이면서도 강점입니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볼 때는, 너무 순종하기를 바라지 말라. 내 뜻대로만 되기를 바라지 말라는 말이지요.
임금들은 아첨꾼을 좋아합니다. 사기를 지은 사마천이 궁형을 당했습니다. 43살 때 일입니다. 그 사람이 왜 그랬나. 변방의 장수가 잘못했을 때, 처형을 하면 안 된다고 사마천이 직언을 했어요. 왕이 기분 나쁘다고 궁형을 시켰어요. 사마천이 사기를 집필하다가 잘렸어요. 나머지 10여 년 더 노력해서 사기를 완성했습니다. 동양고전의 최고는 삼국지, 수호지 아닙니다. 논어도 아닙니다. 사마천의 사기입니다.
이 법문은 누구한테 하는 말이지요? 아랫사람한테 하는 말이 아닙니다. 윗사람에게 하는 말입니다.
8. 공덕을 베풀되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을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과보 즉 대가를 받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상想을 내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깊은 웅덩이에 빠졌다 합시다. 딴 사람들이 안 구해주고 지나갈 때는 괜찮아요. 그런데 내가 떡을 사준 사람이 그냥 지나가면, 더 미워요. 똑같이 지나갔을 뿐이거든요.
원불교 공부는 무념공부입니다. 상相을 놓아버리는 공부입니다. 한 바 없이 하는 공부입니다.
잘 안돼요. 그래도, 그런 마음이 들었을 때도, 그 순간에 다시 챙겨야한다는 말입니다. 과보를 바라는 마음이 들지요. 여러분, 받은 건 잊어버려도, 준 건 다 기억하잖아요? 거꾸로 해야해요. 준 것은 잊어버리세요. 받은 것은 다 기억하세요.
이걸 해결하는 방법이 있어요. “내생(來生)에 내 것 갚으려면 애쓰겠다.”라고 생각하세요. 삼세인과를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적은 이익으로 부자가 되라”.
허황된 사람들은 돈을 벌어도, 이소성대보다는 ‘빠방’하는 데로 갑니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은 가난하게 살게 됩니다. 다단계에 달려든다든지.
이익이 너무 많이 되면,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게 자기만 아는 정보예요? 여기에 당하는 사람들은 이익을 분에 넘치게 요구하고 있어요.
이익을 과도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은 그런 게 와도 털어버립니다.
10.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려 하면 원망하는 마음을 돋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내가 당했을 때, 너무 밝히려고 하지 말라는 말인데요. 현대사회에서는 밝혀야 합니다. 그러나 밝히더라도, 또는 안 밝히더라도, 어떤 마음이냐가 중요하거든요. 밝히려는 그 마음이 주로 원망하는 마음이 아닌가요. 그러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너무 안 밝혀도 됩니다. 족족 안 따져도 돼요. 안 밝혀도, 호리도 틀림없이 주고받게 됩니다. 다들 억울하게 당했다고 말합니다. 다들 당하기만 했으면, 가해자는 어디에 있지요?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이 생에 기억이 없다면, 전생에 내가 지은 것도 있습니다.
억울하게 당한 것은 때로는 법적으로 밝힐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원망하는 마음으로 할 것이 아닙니다. (법조인들이 원망할 사람이 없게끔 제도를 정비한다는 등 사전예방도 중요합니다.)
보왕삼매론 끝났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환경은 내 공부의 자료입니다.
규진 교우가 이야기했듯이, 은생어해입니다. 恩生於害. 은혜가 해에서 생깁니다. 미국에서는 사업에서 실패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상을 줍니다. 우리나라는 그걸 하는 회사가 에버랜드입니다. 실패담을 이야기하면 상을 줍니다. 실패에서 은혜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업이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성장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가난했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 아팠기 때문에 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IV. 부모님 은혜
규진 교우가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얘기하셨어요.
효는 보은한다는 말입니다. 효의 대상은 부모 뿐만 아니라, 국가, 스승, 친구 모두가 됩니다. 모두 다 효입니다. 효는 사은에 보은하는 것입니다.
집안에서 효자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국가에 효를 하겠습니까? 나에게 생존의 절대적 은혜를 주신 부모에게 감사함을 못 느끼는 사람이, 무엇을 하겠습니까. 설사 부모가 지혜가 부족해서 습관 때문에 성격 때문에 업력이 있어서 인연 때문에, 나에게 못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지라도, 부모의 은혜덕분에 이 몸을 받아서 숨 쉬고 있는 것입니다. 태어나게 해준 것만으로도 절대적 은혜라는 말씀을 제가 드렸었습니다.
V. 4단에 매일 심고문자 보내는 일
규진 교우가 4단에 매일 심고문자를 보낸다고 합니다. 제가 칭찬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요. 일반 2단의 강성조 교우가 하루도 안 빼고 단원들에게 법문을 보냅니다. 몇 년째입니다. 하루도 안 빼놓고 그렇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보통 근기가 아니에요.
규진 교우 보니까, 영미부 일하고, 장보러 간다고하면 차 끌고 와서 도와줍니다. 안양에서 여기까지 와서 일 하는 것을 보고, 책임감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교육을 잘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든지 핑계댈 수 있거든요. 안양에서 온다고 핑계 댈 수 있거든요.
지금 우리 교당에, 부산에서 온 사람 있고요, 인천에서 온 사람 있어요. 신림 사는 사람이 너무 멀어서 못 오겠다고 나한테 말한 적이 있어요. 너보다 멀리 오는 사람이 절반이라 대답했어요. 마음에 있지요. 구도심이나 신심이나, 마음을 어떻게 결정했는가에 달렸어요. 얼마나 재미있어하느냐에 달렸어요.
단원이 어떠한가도 중요합니다. 여러분 어떠세요? 단이? 제가 원불교학과 다닐 때, 학기마다 방이 바뀌어요. 제가 대학원까지 학교를 5년 다녔으니까, 방이 10번 바뀌었습니다. 교무는 이사 인생입니다. 그 중에 어느 방에 살 때는, 제가 외박 나갔다가 빵을 사 들어가는 곳이 있고요. 어느 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빵집 들어갔다가도 그냥 나와요. 제가 못됐지요.
여러분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강연이라던데, 누가 생일이라는데, 내가 뭐라도 사다주자라고 마음을 내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그런 마음을 내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단회에 한 번도 뭐 안 사간 사람 있어요. 올 때마다 얻어먹는 사람이 있지요? 그러면 안 됩니다. 내 돈만 돈입니까? 내 돈이 아까우면, 다른 돈도 아까운 것입니다. 교당에서 그렇게 불량하면, 딴 데 가서는 얼마나 더 그럴까요. 이 좋은 사람에게도 돈이 아까우면, 누구에게 돈을 안 아낄까요. 걱정됩니다.
VI. 신용을 지키는 규진 교우
우리 규진 교우가 온지 1년이 좀 넘었습니다. 어릴 때 원불교를 다녔기 때문인지, 빨리 안착했다고 생각합니다. 결석도 별로 안하시고요.
규진 교우가 항상 법회 전에 와있더라고요. 제가 눈 여겨 봤습니다. 신용을 지키는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늦는 사람은 다른 데서도 늦어요. 규진 교우는 어디 가서도 환영받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참 흐뭇합니다.
VII. 문답시간
질문 있으면 하십시오.
문1) 사회생활을 하면서, 프로가 되려고 노력을 하는데요. 그러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경계 때문에 그런가’ 고민이 되고, ‘원력이 부족한가’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어떻게 점검해야하는지요.
답)
원력과 신심이 약하면 경계가 이깁니다. 여러분 경계가 앞으로 엄청나게 올 것입니다. 그러면 경계가 죄입니까? 경계는 성이 무씨요, 이름이 죄라. 무죄입니다.
문제는, 내가 힘이 있는가 없는가 입니다. 진짜 소중한 내 안에 갖추어진 보물ㅡ원력, 존엄, 부처마음, 자성자리ㅡ을 어떤 경계에도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힘이 있는 사람에게는 경계가 공부의 재료가 됩니다. 원력이 약해버리면, 경계가 나를 갖고 놀아버려요. 현대사회는 경계의 힘이 옛날보다 훨씬 세요.
원력과 신심은 자력과 타력입니다. 깨닫기 전에는 원력과 신심의 힘으로 경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깨달은 후에도 자력과 타력이 필요하지만, 깨달음의 힘이 있습니다. 깨달음의 힘 때문에 경계에 속진 않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속아 넘어 갑니다. 경계에 무너져 버립니다.
원력과 신심을 받추어 주는 것이 바로 오뚝이ㅡ정성ㅡ입니다.
넘어지지 않는 사람, 자빠지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여러분 안 자빠지는 것을 원하지 마세요. 자빠졌을 때 일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마나 빨리 일어나느냐, 심신작용의 처리를 언제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꼴아가지고 일주일 가느냐, 이틀 가느냐, 한 시간 가느냐가 문제입니다. 꼴 수는 있습니다. 그 시간을 얼마나 짧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 시간은 경계의 크기에 따라도 달라집니다. 처음 당하는 경계는 사실 힘들 거든요.)
경계는 공부찬스입니다. 공부건입니다. 힘이 없으면, 경계를 원망합니다. 세상을 원망합니다. 경계를 탓합니다.
그런데, 경계가 알고 보면 사실은 사은이거든요. 사은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문2)
서원의 뜻 중에, “중생이 삼독오욕심을 버리고 불보살이 되려고 맹세하고 소원하는 것”이라는 풀이가 있습니다. 교무님께서 저희보고 저희가 이미 부처라고도 말씀하셨고, 서원을 세우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이미 부처면서도, 동시에 중생들이 세우는 서원을 세우라고 하시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요.
답) 나=부처=중생
나는 부처이면서 중생입니다.
일원상 서원문 보시면, “우리 어리석은 중생은” 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또 신분의성 보시면, 내가 부처임을 믿으라 하시거든요.
문3)
삼독오욕심이 있는데도, 서원을 세울 수 있는지요.
답)
서원은 무사심입니다. 사가 없는 마음입니다. 이기적 마음을 던져버리는 것이 서원입니다.
아직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서원 못 세웁니까? 삼독심이 있지만, 목표를 세울 수는 있잖아요. 꿈을 꿀 수 있고, 비젼을 세울 수 있잖아요.
‘나는 이런 놈이야’ ‘그러니까 여기까지만 할래’라고 꿈을 접어 버리거나, 꿈을 설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탐욕이 있으면서 서원을 세우는 것과, 탐욕 때문에 꿈을 설정하지 않는 것이 다릅니다. 탐욕 때문에 ‘여기까지만’ 목표를 세운다면, 서원이 아닙니다.
문4)
CEO 중에 성격이 느린 사람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보왕삼매론 5번째 내용ㅡ일이 쉽게 되지를 바라지 말라는 내용ㅡ과 어떤 관련이 있는 말씀이신지요.
답)
경솔한 사람은 CEO가 되기 어렵습니다. 너무 느린 사람도 어렵습니다. 양면을 이야기했습니다. 일이 쉽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두 가지입니다. 너무 경박한 것과 너무 느린 것 모두, 일이 쉽게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
오늘 질문 잘하시네요. 법회에 질문이 안 나오면, 법회가 재미없습니다. 우리나라만큼 질문 안 하는 나라가 없어요. 한국도 어린이들은 질문 잘 하거든요. 순수하잖아요. 유연해요. 알고자 합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순수하지 않고, 알고자하지 않고, 유연하지 않아요. 잘못된 겁니다.
오늘 질문한 사람들에게 박수쳐주세요.
설법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실시간 타이핑하시느니라 수고 많으셨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