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에 담긴 뜻
윷놀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져 왔던 민속놀이다. 윷놀이 판은 가운데의 한 점을 중심으로 하여 주위에 28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28수를 가리킨다는 설과 북두칠성을 상징한다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
조선 선조 때의 문인 김문표(金文杓)는 윷판설[柶圖說]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윷판의 바깥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요, 안의 모진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니, 즉 하늘이 땅바닥까지 둘러싼 것이다. 별의 가운데 있는 것은 추성(樞星)이요, 옆에 벌여 있는 것은 28수(二十八宿)를 본뜬 것이다. 북신(北辰: 북극성)이 그 자리에 있으며, 뭇별이 둘러싼 것을 말한다.”
지금의 윷판은 정사각형으로 된 것이 대부분인데, 이는 후대로 내려오면서 변형된 것이다. 원래는 원 안에 十자 모양을 그린 것이었다. 고대 암각화나 전래의 윷판 및 문헌에 등장하는 윷판은 모두가 둥근 모양이다. 이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가 났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고대의 우주관을 반영한 것이다.
윷판은 29개의 점으로 되어 있는데, 그 가운뎃점이 북극성이고 나머지 28점은 28수를 상징하
는 것이다. 28수란 고대 중국에서 하늘의 적도를 따라 그 부근에 있는 별들을 28개 구역으로 나누어 부른 이름이다. 각 구역에는 여러 개의 별자리들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을 수(宿)로 정했다. 이러한 수는 전부 28개가 되므로 통칭 28수라고 부른다. ‘집’이라는 뜻의 사(舍)를 붙여 ‘28사’라고도 한다.
그런데 북극성을 둘러싸고 있는 이 28개의 별이 28수가 아니라, 4방위의 북두칠성을 나타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즉 네 계절에 따른 북두칠성의 움직임이 있는 천문도가 윷판이라는 것이다. 북두칠성은 예부터 방향과 그 기울어짐에 따라 시간을 아는 지표로 쓰였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북두칠성은 인간의 수명과 길흉을 관장하는 신성한 별로 의식되었다. 지금도 사찰의 삼성각에는 북두칠성이 치성광여래 또는 칠원성군이란 이름으로 모셔져 있다.
윷판을 보면 도, 개, 걸, 윷, 모의 다섯 점을 가다가 가운뎃점쪽으로 두 점이 구부러져, 북두칠성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로 보아 윷판의 28개 점이 북두칠성의 상징이라는 설이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이 윷판은 고대인의 천문관인 천원지방과 성수(星宿)를 아우른 우주관이 고스란히 그 안에 녹아 있음에는 틀림없다.
윷가락의 호칭은 일반적으로 도, 개, 걸, 윷, 모라 부르는데, 이는 부여의 족장 이름인 저가(猪加), 구가(狗加), 마가(馬加), 우가(牛加)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즉 돼지, 개, 말, 소 등은 이들 부족의 토템이었다.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에서 각각 따 온 것이다.
도는 돼지의 원말 돝의 ㅌ 탈락형이다. 아직도 지방에서는 돼지고기를 돝고기라 하는 데가 있다. 돼지라는 말은 돝에 새끼를 뜻하는 접사 ‘아지’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돝아지>도야지>돼지로 변한 말이다. 시골에서는 돼지를 부를 때 지금도 ‘돌돌’이라 부르는데, 이것도 돝과 관계가 있다.
개는 지금도 개다.
걸은 양의 옛말이다. 자전에 羊自 자를 ‘숫양 결’이라 적고 있는데, 반절로는 ‘居謁 切’이라 하였으니 원음은 ‘갈’임을 알 수 있다. 또 갈(羯) 자를 ‘불깐양 갈’로 읽는다. 이로 보아 ‘걸’은 이 ‘갈’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윷은 소인데, 소의 방언에 ‘슈, 슛, 쇼’라고 함을 보아 알 수 있다. 윷의 중세어는 ‘ ㅿ + ㅠㅊ ’이다. 국어 음운변화의 규칙인 ㅅ>ㅿ>ㅇ에 따라 슛> ㅿ + ㅠㅊ>윳으로 변한 것인데, 다만 현재는 맞춤법 규정에 의하여 윷으로 표기할 뿐이다.
모는 말인데, 15세기 국어는 ‘ㅁ+、+ㄹ’이다. 몽골어와 만주어로는 ‘모린’인데 어근은 ‘몰’이다. 이 ‘몰’은 ‘ㅁ+、+ㄹ’ 과 같은 뿌리다. ‘말을 몰다’ 할 때의 동사 어간 ‘몰’도 ‘ㅁ+、+ㄹ’ 과 밑동을 같이 한다. 윷가락의 모는 이 ‘몰’의 ㄹ 탈락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윷놀이의 끗수는 동물의 몸 크기와 빠르기가 적용된 것 같다. 키 높이로 보면 말>소>양>개>돼지의 순이 되고, 속도로 보면 말이 가장 빠르고 돼지가 가장 느리다. 그래서 말 곧 모는 5칸을 가는 데 비하여 가장 느린 돼지 곧 도는 한 칸밖에 가지 못한다.
◆ ‘ ㅿ + ㅠㅊ ’ 자는 ㅿ아래 ㅠㅊ 자가 워딩되지 않아 + 기호를 넣어 표기한 것이니 양지하기 바람.
‘ㅁ+、+ㄹ’도 역시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