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적어도 실속 중요
투자위험 적고 운영도 간편 … 스몰비어·세탁편의점 등 인기
지난 연말 인사에서 3년 연속 부장 승진에 실패한 김봉남(50·가명)씨는 창업을 결심했다. 조직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이직보다는 창업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창업 아이템을 알아보며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김씨는 미련 없이 사표를 냈다. 다음날 늦잠 자고 점심께 자리에서 일어난 김씨는 경기도 신도시에 봐둔 오피스텔 상가로 향했다. 그가 준비한 창업 아이템은 세탁편의점이다.
아이템을 두고 고민하던 그는 먼저 조건을 생각했다. 혼자 일하고, 창업 초기 비용이 적고, 특별한 기술 없이 시작해야 했다. 세탁편의점이 자신의 조건에 맞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발품을 팔아 입지를 알아봤다. 그의 눈에 신도시 오피스텔촌이 들어왔다.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대형 오피스텔 단지 인근에 세탁소는 단 한곳이란 점이 무릎을 쳤다. 세탁 기술을 익힐 시간이 부족한 그는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를 선택했다.
그가 찾아간 세탁전문 브랜드 크린토피아에는 세탁편의점과 세탁멀티숍, 두 가지 형식의 점포가 있다. 세탁편의점은 정장·와이셔츠·코트 등을 맡기면 본사에서 이를 세탁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탁멀티숍은 물세탁 전용 세탁기와 건조기를 설치해 고객들이 간편하게 세탁서비스를 받는 점포다. 고객이 직접 세탁기를 돌리고 그 사이 기다렸다가 세탁물을 가져가거나 약간의 비용을 더 내고 점주에게 맡기고 나중에 찾아가는 방식이다.
점주 입장에서는 365일 코인세탁 운영으로 기존 세탁편의점보다 좀 더 빨리 초기 투자비용을 건질 수 있다. 업체가 제시한 창업비용은 점포 임차비용을 제외하고 세탁편의점의 경우 16.5 ㎡(5평) 기준으로 1500만원이, 세탁멀티숍의 경우에는 50㎡(15평) 기준으로 9000만원이 든다. 김씨는 자신이 초보창업자인 점을 감안해 세탁편의점을 선택했다.
올해 창업시장은 소자본 창업이 강세다. ‘저위험·저수익·저투자’가 특징이다. 목돈 들이지 않고 도전할 만한 아이템이 인기다. 스몰비어 전문점도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년 사이 스몰비어 가맹점만 400곳이 생길 정도로 인기다. 33㎡(10평) 크기 매장을 여는 창업 비용은 약 5000만원이다. 여기에 임대료를 더해도 1억원이면 창업할 수 있다. 100㎡(30평) 규모의 호프 창업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다.
스몰비어 창업비용 호프집 3분의 1
호프집은 투자가 꽤 필요한 업종이다. 넓은 홀에 다양한 메뉴를 구비한 곳이 대다수다. 그래서 초기 창업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점포 보증금, 권리금, 인테리어, 월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넓은 홀에서 맥주 주문을 받으려면 종업원도 여러 명 필요하다. 다양한 맥주 안주가 필요해 미리 준비하는 재료비도 만만치않다. 김종규 봉구비어 팀장은 “요즘 고객이 원하는 건 적당한 안주에 맥주 한잔”이라며 “이를 위해 군살을 모두 빼고 등장한 아이템이 스몰비어”라고 설명했다.
봉구비어 창업 비용은 33㎡ 기준 5130만원이다. 인테리어와 가구 3450만원, 주방용품이 950만원, 브랜드 300만원, 교육 200만원, 기타 비용 230만원이다. 임대 비용은 장소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500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대개 주택가 골목길이나 번화가 뒷골목에 점포를 잡아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다. 김 팀장은 “유흥가에는 호프뿐만 아니라 다양한 술집이 자리잡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며 “한적한 뒷골목에서 운영 비용을 아끼며 단골을 확보하는 사업의 생존 확률이 더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앞세운 소자본 창업 아이템 가운데 퓨전분식집도 인기다. 주먹밥·컵밥·밥버거를 제공하는 퓨전한식은 학원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 2년 간 약 500곳의 점포가 등장했다. 크기는 16.5㎡(5평)~33㎡(10평) 사이다. 퓨전분식업체인 지지고의 경우 23㎡(7평) 기준 창업비용은 3500만원이다.
이 중 인테리어와 외장 공사, 간판 비용이 2000만원이고 가맹비와 교육비 보증금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분식비로 세련된 카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꾸몄다. 이곳 대표 상품인 컵밥의 가격은 3500원. 지지고 관계자는 “잘 되는 매장은 컵밥만 하루 150개가 나간다”며 “순수입만 500만원을 남기는 곳도 있다”고 소개했다.
예비창업자들이 퓨전분식집을 선택한 이유는 적은 창업비용 외에도 간편한 운영시스템이 있다. 본사에서 제공하는 편리한 조리시스템 덕에 1~2인의 인원만으로도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테이크아웃이라는 강점도 있다. 퓨전분식집 매장은 대부분 33㎡ 이내다. 매장 규모는 작지만 컵밥과 밥버거가 테이크아웃 아이템이라 매장 규모에 구애 받지 않고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퓨전분식은 1인 가구 수 증가와 간편한 식사를 선호하는 문화와 맞물려 당분간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커피도 빼놓을 수 없는 소자본 아이템이다.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2008년 1조9130억원에서 지난해 4조1300억원으로 불과 4년 사이에 2배 이상으로 커졌다. 커피 수입량은 2008년 10만7000t에서 지난해 11만5000만t톤으로 증가했다. 성인 1인당 연간 약 293잔의 커피를 마신 분량이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성인들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거의 모두 하루에 한잔씩은 커피를 마신다는 의미다. 커피전문점이 지난 수년 간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한국 성인 매일 커피 한잔꼴 마셔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달라진 점은 커피의 가격이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아메리카노 가격이 4000~4500원 정도이며, 메뉴에 따라 5000~7000원대의 가격이 책정돼 있다. 1500~3000원대의 저가형 전략을 앞세운 소자본 커피전문점이 빠르게 증가한 이유다. 저가 전략이 가능한 데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창업 비용이 있다.
전국에서 2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소자본 커피전문점 커피베이의 창업 비용은 27㎡(8평) 기준 3950만원이다. 커피 제조 기기가 1700만원, 내외부 인테리어와 가구 비용이 2000만원, 집기 및 비품이 250만원이다. 커피베이 안상미 대리는 “본사에서 직영하는 인테리어 팀이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가맹비나 교육비, 물품 보증금도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훨씬 저렴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