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 사진에서 30년의 시차를 초월한다. [2008 8 26 한국의산천] (정확히 계산해서 28년의 차이가 난다)
치마바위 같은 장소에서 1980년 촬영한 사진과 2008년 8월에 촬영한 사진을 보며.
중학교 2년 부터 우이암, 주봉에서 바위를 배우며 암벽등반을 시작한지가 4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뜸했던 바위코스 치마바위 28년전 그곳에서 촬영한 사진이 있었다. 두 사진을 보며 잠시 지난 시절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거대한 우주의 공간에서 30년이란 시간의 티끌에도 못미치지만 인생 7~80에서 30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무엇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지난 시절을 잠시 돌아봅니다.
▲ 1980년 도봉산 용어천 계곡 치마바위에서 ⓒ 2008 한국의산천
니카바지에 모직(울)체크 무늬 남방 그리고 스타킹에 탱크같은 등산화 비브람을 신은 후배 최지훈(지호: 파란헬멧)의 빌레이를 받으며 선등하고 있는 저(하얀헬멧)입니다. 그 당시 하네스(안전벨트)는 상하단이 모두 연결된것이 주종을 이루었습니다. 상당히 답답하고 더웠습니다. 빌레이의 자일 끝이 오른쪽으로 향해있는 이유는 치마바위 제일 오른쪽 계곡위의 언더 크랙을 통과해서 겁없이 이곳까지 이동하였습니다. 물론 하켄을 두개 정도 중간에 박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위 사진에서 보이는것처럼 빌레이어 머리 앞 부분 크랙에 나이프 하켄을 하나 박아 놓고 확보를 하고 위 슬랩 바로 아래 스텐스까지 확보지점 없이 바로 올라야 했습니다.
귀(耳)가 안좋아 소리를 잘 못듣는 그는 軍 면제 혜택을 받고 많이 괴로워하며... 저를 많이 따랐습니다. 산행을 할때 나는 언제나 그와 같이 했던 시간을 생각하곤 합니다. 1986년 제가 백운대 후면(예선), 족두리 바위 맞은편 코끼리바위 크랙(본선)의 암벽대회 나갈때에는 그곳까지 제 집사람이 힘들다고 제 어린 아들을 업고 산에 올랐던 추억도 있습니다.
나 : 야 너는 애인도 없냐? 지훈: 응 난 여자보다 형이 더 좋아... (※ 그는 귀가 잘 안들리는 핸디캡으로 인해 소심해지고 사람 만나는것을 싫어 하였습니다)
그 후 운악산 빙폭 훈련중 상단에서 3명이 추락하며 후배 지훈이와 후배 곽명자는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먼나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보고 싶을 때 만날 수 없음이 남은 자의 슬픔이다.
▲ 2008년 치마바위에서 ⓒ 2008 한국의산천 그전보다 자세는 유연해 졌으나 파워면에서는 그 시절보다 여실히 쳐짐을 스스로 느꼈다. 그렇게 어쩔수 없이 세월이 흐르나 봅니다.
▲ 1980년 군 제대 후 찾아와서 바위하며 박아놓은 시몽 앵글하켄 ⓒ 2008 한국의산천
녹슬은 하켄 하나 바위틈에 박힌 녹슬은 앵글 하켄을 발견하는 순간 나는 잠시 현기증이 일어났다. 그 오래 전 젊음의 시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는 멀미였으리라 오래 전 이곳에는 나이프하켄이 박혀 있었다. 왼쪽 언더크랙을 횡단하기 위해 그곳에 카라비너를 걸었으나 맥없이 빠져 버렸기에 그 당시 값이 꽤 비싼 독일제 앵글하켄 시몽을 두드려 박았다. 이곳에 약 30년 가까이 아직도 그 자리에 박혀있다. 녹은 잠들지 않고, 녹은 그 쇠를 먹고 산다고 하더니, 잠들지 않는 녹으로 인하여 하켄이 제 구실을 할지 의문이다. 오랜 시간의 흐름을 보았다.
▲ 용어천계곡 치마바위 전경 ⓒ 2008 한국의산천 중·고교시절 선배 이건영 兄과 우리 친구들은 인수와 선인을 오르고 틈틈히 이곳을 찾아 암벽 훈련을 하였습니다. 젊음의 추억이 고스란히 서린 장소입니다. 이곳에 야영들어 올 때 선배 창수형은 말했습니다. 너희들 양주 한병 준비해와... 바위하다가 까지고 다치면 소독해야하니까.. 밤이 깊어지자 그 형은 그 양주를 마셔버렸습니다 저희는 참 순진했지요 ㅎ
▲ 용어천계곡 치마바위 전경 ⓒ 2008 한국의산천 1980년에는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역층으로 이루어진 바위의 언더크랙을 이용하여 왼쪽으로 이동한 다음 디에드로 오버행 구간으로 진입하여 슬랩으로 올랐습니다.
사춘기 까까머리 학창시절, 우울했던 젊음을 배낭에 넣고 산행을 같이 했던 岳友들... 그들중에는 대부분 산을 떠나 사회에 안착하고 살거나 또 다른 취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일부 친구들은 아직도 산으로의 끝나지 않은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그려 진짜 산꾼은 산에 집착하지 않는다. 산은 이미 우리들의 가슴에 들어와 있지 않은가. 산 자체로부터 초월해 있지 않다면 산을 오르는 행위는 가치없는 일이다. 언제쯤 내 가슴에 존재하는 산 정상에 올라 하늘로 통하는 문의 빗장을 열수있을까? 그래 사람은 각자대로 운명의 길을 살아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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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의산천 원문보기 글쓴이: 한국의산천
첫댓글 30년의 시차가 녹쓸어 보이지만, 조금도 변하지 안고 산사람들의 마음을 꼭 잡아 주고 있어 존경스럽습니다. 끓는 양은 냄비를 보아 오던 얄팍한 눈매로는 보이지 안는 정이 흐릅니다. 꽃삽 어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