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진명(34) 씨. 그는 매년 이맘 때면 바빠진다. 올해도 마찬가지. 커다란 백팩에 장화와 우비, 디지털카메라, 조그만 노트북까지 가득 담고 떠날 채비를 마쳤다. “재작년부터 여름휴가가 3일 더 생긴 기분”이라며 싱글벙글이다. 직장에 월차까지 내고 25일 낮 그가 찾은 곳은 인천 송도. 제3회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이다.
매년 7월 말이면 수만 명의 젊은이가 인천 송도로 향한다. 2박 3일간 인천 연수구 대우자동차판매 부지에서 치러져온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은 지난해 연인원 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공연장 근처인 송도유원지 근처에 위치한 모텔 등 숙박업소는 페스티벌 참가자들의 예약이 쇄도하고 결국 객실이 가득찬다. 음악팬들에게는 가히 매년 펼쳐지는 엑소더스나 하지(메카 성지순례)와 다름 없는 대이동이다. 고난 대신 즐거움이 자리한 여정이란 것만이 차이점이다.
27만㎡ 규모의 행사장 안에 주 무대인 빅탑스테이지 등 3개의 대형 공연무대가 설치되고 매일 정오부터 다음날 동틀 때까지 공연이 이어진다. 일부 관객들은 캠핑을 하고 직접 음식도 해먹는다. 특이한 복장을 입고 깃발을 든 사람들, 공연장 앞에서 괴성을 지르며 점프하는 사람들 뒤편엔 공연 중임에도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보며 음악을 듣는 사람도 공존한다.
이들은 이 페스티벌을 ‘해방구’, ‘광장’, ‘3일 동안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또 다른 세상’이라고들 한다. 인터넷포털사이트 다음 영국팝카페 운영자인 김용민씨도 카페 회원들과 함께 3년째 이곳을 찾는다. 김씨는 “자유와 음악이 있는 완전히 다른 세상, 음악팬들의 왕국에 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이 카페는 올해 처음 단체 티셔츠까지 300장 주문 제작해 올해도 송도로 향한다. 3년전 1회 때 만든 깃발 역시 필수품이다. 김씨는 “중년 아저씨가 큰 배낭을 메고 함께 즐기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꼭 음악팬이 아니어도 자유와 정열을 만끽하려고 찾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바깥 세상’의 지위와 체면은 축구장 50여개 크기의 행사장 안 세상에서 사라진다. 가수 양파(28)도 3년째 송도행 준비를 마쳤다. 올해도 친구들과 공연장을 돌아다니고 맥주잔도 기울이면서 색다른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그는 “연예인이지만 수만 명의 음악 팬 가운데 한 명이 돼 함께 호흡하는 짜릿한 기분이 좋다”며 “1년 내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광장 문화와 함께 음악 소비 형태의 근본적인 변화를 지적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씨는 “과거의 음악팬들은 집안에서 음반과 잡지를 끼고 뮤지션의 계보를 외우며 학자적으로 음악을 대했으나 이제는 음악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즐기며 현장에서 향유하는 이들이 주류로 떠올랐다”며 “광장의 놀이문화가 그대로 음악과 만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