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준 독립신문 객원논설위원(2003.8.5)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는 지난 8월 4일 현대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哀悼)하기 위해 검은 리본을 달기로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타종목(他種目)에도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의외(意外)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다. 현대라는 그룹은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에 중심적(中心的)인 역할(役割)을 했고, 그 성과(成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훌륭했기 때문이다.
現代그룹의 創業主 故 정주영 왕회장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의 일등공신(一等功臣)이었을 뿐만 아니라, 2002년 월드컵 유치도 그의 여섯째 아들인 정몽준 대한 축구협회장에 지시했고, 진두지휘하면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現代그룹은 他그룹에 비해 두배 이상의 스포츠팀을 육성하고 있다. 故 정주영 王회장은 이러한 공로로 1986년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했다. 1987년 올림픽 개막을 1년여 앞두고 그 당시 전두환(全斗煥) 대통령(大統領)은 대한체육회장을 후임 대통령이 된 노태우 장군으로 전격 교체했다.
그 당시 정주영 회장의 직언이 생각난다.
대한체육회장 취임축하 리셉션 자리에서였다. 기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대한체육회장을 바꾸어 버린 처사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메인 테이블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정 장이 큰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저 사람을 이렇게 하면 안되지..." 서슬이 시퍼렇던 全斗煥 大通領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이토록 배짱이 두둑했던 故 정주영 회장. 그는 왜 아들에게 더 버틸만한 용기를 물려주지 못했던 것인가...
그래서 정몽헌회장의 他界가 우리를 더 안타깝고 애절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 스포츠 발전에 큰 뜻을 펼쳐온 現代그룹이 혹시 구심점(求心點) 없이 겉돌지나 않을까 저으기 걱정이 된다.
이제 우리는 누구보다 겸손했으며, 上下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페어플레이를 그토록 존중했던 故 정몽헌 회장의 처절했던 결단의 순간을 생각해 봐야한다.
민족 장래를 위한 대북사업을 좁은 시각의 잣대로만 재려고 했다던지, 의리도 신의도 없이 한순간에 배반해 버리는 권력(權力)의 주체(主體)를, 그의 죽음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연의 사태에 대해 이대로는 안된다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연한 자세로 받아들여야한다.
그를 죽음으로 휘몰아 넣은 것,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답답한 마음으로 곰곰히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冥福)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