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이 재현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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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이라는 영화가 있다. 1968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시리즈물로 그 이후에 여덟개가 더 만들어져 모두 아홉개가 되었다. 마지막에 나온 것은 2017년 작품(혹성탈출: 종의 전쟁)이다. 본래 이 영화는 1963년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불(Pierre Boulle, 1912~1994)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주제는 과학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점점 퇴보하고 유인원은 진화를 거듭하여 그 두 종사이에서 주도권다툼을 벌인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초의 작품에서 유인원들에게 붙들려 있던 인간들이 탈출에 성공한다. 그들은 우주선을 타고 마침내 새로운 땅에 도착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지구였다!
영화의 주제와 상관없이 오늘 이 영화가 내 마음에 떠오른 이유는 그들이 그토록 벗어나려고 했던 땅이 바로 지구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이 마침내 도착한 곳도 바로 지구였다! 나는 이 영화가 나의 인생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지구를 떠나 우주 저 너머에 있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기를 간절히 고대했다. 그 세상은 하늘나라요 천국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사십년의 세월이 지나 오랜 분투 끝에 나는 마침내 내가 도착한 곳이 바로 다름 아닌 이 지구임을 깨달았다. 이 지구가 바로 내가 그토록 가기를 바라던 천국이었던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불이 의도한 것은 이런 이야기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유인원과 인간의 싸움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말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조나단 스위프트가 걸리버여행기를 통해서 당시의 사회에 반성을 촉구한 것처럼 유인원들이 다스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제시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영화 혹성탈출 제1편을 다시금 생각하면서 나의 삶을 다시금 반성하고 조정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실 이 작업은 최근 몇 년 동안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한평생을 천국에 대한 소망으로 살아온 사람이 그 생각을 조정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에 깊이 박혀 있는 그림과 개념과 이미지, 그리고 소망을 바꾸는 작업은 사실 그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며 자신이 죽는 과정일 수도 있다. 사람이 자신의 신념과 사상을 부정하는 것은 곧 자신을 죽이는 일이다. 다만 자신의 신념과 사상이 그릇되었음을 조금씩 깨달아간다면 그것은 구도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성경은 진리의 책이다. 진리는 거짓의 세상에서는 언제나 배척을 당한다. 아합이 다스리던 시대에 예언자 엘리야는 배척을 당하여 저 멀리 시돈 땅으로 피신해야 했다.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득도하고 탐욕에 사로잡힌 왕 헤롯에게 죽임을 당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파하시다가 예루살렘의 기득권 세력에게 체포되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십자가에 처형되셨다. 그후 제자들도 유대인들의 미움을 받았으며 나중에는 로마황제들의 정치적 희생물이 되었다. 진리를 따르는 자들이 세상에서는 환난을 당할 것이라고 성경은 여러 곳에서 가르쳐준다.
신구약 성경을 막론하고 진리를 따르는 이들은 모두 고난을 당했는데, 왜 그 동안 나는 평안과 은혜만을 구하고 살았을까? 구원받기를 소원하며 천당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니 그것은 구도의 길이 아니라 염원의 길이었다고 생각된다. 하나님을 향하여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도 신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하거나 하나님의 뜻을 왜곡한 종교적 활동은 우상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과 같다고 예언자들은 일찍이 갈파(喝破)했다.
혼자 은둔자로 살면서 구도의 길을 걸으며 인생과 진리에 대하여 생각하고 글을 쓴다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반응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겠지만, 매주일 강단에서 설교를 하는 목회자로서 구도의 길을 걷는 것은 때로 용기가 필요하다. 나 스스로 돌아볼 때 어떤 것을 진리로 믿고 가르쳐왔는지 뻔히 아는데 그것을 부정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미친 짓이다. 사도 바울의 처지가 이해되기도 하다.
그러나 양심과 이성을 버릴 수 없다면 나의 길을 계속 가야 한다. 그것만이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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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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