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가본 승봉도, 사승봉도 및 풀등
‘승봉도’ 해안산책로 정비로 더욱 아름다운 섬 변모
썰물 때 만 솟아오르는 거대한 모래섬 ‘풀등’
승봉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속한 섬으로 면적 2.22㎢, 해안선 길이 9.5km이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45km, 덕적도에서 남동쪽으로 14km 해상에 위치하고 있다. 370여 년 전에 신씨와 황씨라는 두 어부가 고기잡이를 하다가 풍랑을 만나 이곳에 정착하면서 이들의 성을 따서 처음에는 신황도라 하였는데, 그후 이곳의 지형이 봉황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모양을 닮아 지금의 명칭으로 불리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주민은 대부분 어업보다는 농업에 많이 종사하며, 농산물로는 쌀, 보리, 콩, 마늘,고추 등이 생산된다. 연근해에서는 꽃게, 새우, 숭어, 우럭, 노래미, 조기, 민어, 갈치 등이 잡히며, 굴 채취와 김 양식이 이루어진다. 인구는 150여 명, 85가구가 살고 있다. 초등학교도 있다. 학생 2명에 선생님 1명. 폐교 직전 외지에서 젊은 부부가 이사와 폐교를 면했다 한다. 작은 섬에 사람도 많이 살지 않기 때문에 여름 휴가철 이외에는 사람 구경하기조차 힘든 곳이다.
작아서 더욱 아름다운 섬. 그 때문일까. 부쩍 TV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TV 드라마 <느낌> <마지막 승부> 등을 비롯, 영화 <패밀리>,<묘도야화>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해안을 따라 부채바위, 남대문바위, 촛대바위, 부두치해안산책로까지 걸어서 섬 한바퀴를 도는데 3-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승봉도는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의 경우 1시간 30분이면 간다. 스마트호가 매일 8시에 출발하며 주말에는 오후 배도 있다. 자월도를 거쳐 바로 승봉도로 가거나 자월도-이작도를 거쳐 승봉도로 간다. 차를 실을 수 있는 대부고속훼리호도 있는 데 이 배 역시 8시에 출발하며 소요시간은 약 2시간이다.(배 시간은 계절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사전에 꼭 확인하여야 한다)
인천-승봉도 간 여객선 운임은 스마트호의 경우 편도 23,700원. 섬 방문을 홍보하기 위해 옹진군에서는 매년 봄부터 여름까지 인터넷으로 예약할 경우에 한해 50% 할인행사를 해오고 있는데 이 행사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운영된다. 이 기간에 옹진군 섬여행을 하면 경비를 절약할 수도 있다. 전국 어디든 섬여행시는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신분증이 없으면 승선을 시키지않으므로 이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강화된 부분이다.
승봉도는 작은 섬이기 때문에 공용버스나 택시 등 섬 안에 대중교통수단이 없다. 왠만하면 걸어서 다니지만 차가 필요할 경우에는 경운기나 민박집 승합차 또는 트럭을 이용한다. 승봉도에서 하루 이상 머무를 경우 민박집에 부탁하면 승합차나 트럭이 선착장까지 나오며, 시간절약을 위해 섬을 급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경우에도 민박집에 부탁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태워다 준다.
필자는 승봉도 방문이 이번이 세 번째. 2011년 여름 가족여행차 3박4일 일정으로 대이작도-승봉도-사승봉도를 돌아본 적이 있고, 2014년에는 함께 문학활동을 하는 시인 몇 명과 함께 안내 겸 동행했다. 이번 여행은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과 그의 제자 모임인 석전시 동인 9명이 함께 했다.
3년 전에도 머물렀던 도깨비펜션(010-9047-3770)이라는 곳을 예약 후 승봉도 행 여객선 스마트호에 승선, 갑판에 나가 바닷바람을 맞는다. 섬을 자주 다니는 편인데도 배 만 타면 마음이 설렌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항구를 떠나는 배. 미지의 세계를 향해 탐험을 떠나는 기분이다. 언제나처럼 갈매기떼들이 제일 먼저 반긴다. 10여 분 지나면 인천대교 밑을 지나고 좌우로 팔미도, 영흥도, 무의도 등 낮익은 섬들도 우리를 배웅한다. 1시간 쯤 갔을까? 자월도에 잠시 들른 후 다시 소이작도-대이작도를 거쳐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어진 9시 40분 경 승봉도 선착장에 이른다. 승봉도 선착장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은 방금 지나온 대이작도. 우측으로는 무인도인 공경도도 보인다.
펜션에서 나온 승합차를 타고 민박집에 도착, 짐을 풀었다. 민박집은 이일레해수욕장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다. 이일레해수욕장은 길이 1.3km 폭 400m로, 잘 다듬어진 모래사장 뒤로 울창한 숲을 배경 삼고 있어 여름철 많은 피서객들이 찾는 곳이다. 서해안 대부분이 갯벌로 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썰물 때라도 갯벌이 나타나지 않아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백사장의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도 낮아 어린아이나 노인이 있는 가족이라도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숙소 창문을 열면 바로 아래가 이일레해수욕장. 멀리 상공경도, 하공경도가 보이고 우측으로 사승봉도도 시야에 들어온다. 공경도 뒤로 까마득하게 서산 대산항까지 시야에 잡힌다. 굳이 돌아다니지않고 펜션에서 창문 밖 바다와 해수욕장 만 바라보고 있어도 힐링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숙소는 펜션형이라 주방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우리 일행은 민박집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
점심식사 후 이일레해수욕장에서 갯벌 체험을 하고, 이어서 펜션 낚싯배를 이용, 그물고기잡이 체험도 해본다. 촛대바위 인근 바다로 나가 미리 쳐놓은 그물을 당긴다. 우럭, 가오리, 게 등 다양한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있다. 일행들은 고기가 그물에 걸려 올라올 때 마다 환호성을 지른다.
갯벌 및 그물고기잡이 체험 후 4시경부터 부두치해변에 있는 해안산책로를 걸어봤다. 이곳 해안산책로는 2010년에 설치한 것으로 길이 323.6m, 폭 1.5m 정도의 목제데크길로 중간에 목섬이 위치하고 있어 경관이 특히 아름답다. 목섬은 썰물 때는 모래사장이 이어져 건너갈 수 있다. 목섬 앞 코너에는 정자가 세워져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3년 전 왔을 때는 해안데크산책로까지 만 되어 있었는데 2017년 들어 촛대바위로 넘어가는 숲길을 정비하고 산봉우리에는 전망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자까지 세워 관광 및 트레킹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힐링 섬으로서의 면모를 대폭 정비해 놨다.
해안데크산책로 끝에서 산봉우리 정상 정자까지는 약 7분 정도. 정자에 오르면 사방이 트여 가슴까지 훤히 열리는 기분이다. 지나온 해안산책로와 목섬이 그림같이 내려다 보이고 목섬 뒤 금도까지 선명하게 시야에 잡힌다.
또, 북서쪽으로는 촛대바위 해안의 아름다운 곡선도 내려다 보이고, 동쪽으로는 부도와 영흥도도 눈에 들어온다.
정자에서 승봉도 주변 바다와 섬들을 관망한 후 북측 촛대바위 해안으로 내려갔다. 전에는 해안산책로와 촛대바위 가는 길이 따로 되어 있어 불편했는데 이젠 해안산책로가 촛대바위 해안까지 연장되어 트레킹 코스로도 좋고 시간절약도 할 수 있다.
정자에서 6-7분 정도만 내려가면 촛대바위 해안. 승봉도의 대표적 명소인 촛대바위 역시 작년까지는 물이 빠졌을 때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젠 이곳에도 데크산책로를 만들어 만조시에도 촛대바위 앞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정비하였다.
촛대바위 해안으로 들어가는 코너에서는 삼형제바위가 있고 곧 촛대바위에 이른다. 모양이 촛대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촛대바위를 본 후 필자 일행은 당산 숲길을 거쳐 펜션으로 돌아왔다.
당산 오르는 숲길은 30년 이상된 울창한 해송숲길. 해발 92.8m 높이의 나즈막한 야산이라 걷기에 부담이 없고 산림욕장으로 그만이다. 당산 숲길에는 체육시설도 있고 쉴 수 있는 정자도 있다. 청정지역이라 상쾌하기 그지없다. 피톤치드가 온 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약 30분 숲길을 걷다보면 삼거리 출구에 이른다. 부두치 해안데크길-산봉우리 전망대 정자-삼형제바위 및 촛대바위- 촛대바위 해안-당산 숲길-마을 및 이일레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이젠 승봉도 산책로 중 가장 멋진 트레킹 코스로 자리잡은 것 같다.
다음날, 부채바위 및 남대문바위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펜션을 나섰다. 펜션에서 약 20분 쯤 걸으면 부채바위 해안에 이른다. 예상했던 대로 아침은 만조 때라 부채바위는 바다 한가운데 바위섬으로 서 있다. 남대문바위는 물이 빠져야 부채바위 해안을 거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포기하고 오후에 물이 빠졌을 때 가기로 하고 펜션으로 돌아왔다.
아침식사 후 펜션 소유의 낚싯배로 사승봉도 및 풀등을 돌아봤다. 사승봉도와 대이작도 사이에 ‘풀등’이 선명하게 보인다.
승봉도 선착장에서 배로 5-6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떠 있는 사승봉도는 무인도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 소유의 섬이다. 섬 안에 관리인이 있어 캠핑객 등을 관리한다. 사승봉도를 섬내에서는 사도라고도 부른다.
썰물 때 사승봉도 우측은 무려 길이 4km, 폭 2km에 걸친 광활한 은빛백사장이 펼쳐진다. 섬 중앙에는 해송, 참나무, 오리나무, 칡넝굴 등이 울창한 정글 산이 솟아 있고, 좌측은 바위해안이다. 사승봉도는 해질 때면 바닷물로 떨어지는 낙조 또한 장관이다. 서서히 바닷물이 빠지면서 광활한 모래사장이 드러난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사승봉도 모래사장에는 여기저기 크고 작은 바위 암초들이 산재해 있어 바다밑 생태를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사승봉도 바로 건너 섬은 대이작도. 대이작도 우측 끝은 계남마을로, 1967년에 촬영하고 이미자의 노래로 유명한 영화 ‘섬마을 선생’을 촬영했던 곳이다. 당시 촬영장소였던 계남분교가 사승봉도에서도 지척으로 건너다보인다.
사승봉도를 둘러본 후 11시 40분 경 낚싯배를 타고 풀등으로 건너갔다. 풀등 역시 배로 사승봉도에서 5분 정도면 건너갈 수 있다. 풀등은 밀물 때는 바다였다가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솟아오르는 거대한 모래섬이다. 풀등은 간조시에는 3시간 정도 모래섬이 솟아올랐다가 만조가 되면 다시 바다 속으로 잠겨버리는 '바다의 신기루'다. 그 규모가 무려 30만평이 넘는다.
'풀등'은 '풀치'라고도 부르는 데 그 이름의 유래는 몇가지가 있다. 모래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을 모래풀이라고 불러왔는데 그 모래톱의 등성이가 드러난다고 해서 풀등이라고 부른다는 설과, 풀치는 물이 흐르는 곳의 가장자리에 두둑하게 생긴 언덕 모양의 둔치에 모래풀이라는 단어를 합쳐서 풀치라고 한다는 설이 있다. 또, 갈치 새끼인 풀치 떼들이 푸른 바다를 길게 휘어가는 모양새라고 해서 풀치라고 불렀다는 설이 주민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 실제 이작도 섬 모퉁이에서 내려다 보면 풀치는 영락없이 갈치 떼가 바다 한 가운데를 휘젓고 가는 모습이다. 하루에 두 번씩, 음력 보름과 말께인 사리 때 가장 크게 모습을 드러낸다. 풀등 전체 모습은 대이작도 부아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잘 볼 수 있다.
풀등은 이어도의 16배 크기로 동서 약 3.59km, 남북 1.15km에 이른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 때는 길이가 5km까지 드러난다. 해수에 잠겨 있는 부분까지 포함하면 32.49k㎡, 길이가 동서 9.8km, 남북 4.4km에 달한다고 한다. 풀등에 올라 모래섬을 걷다보면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않는다. 섬인지 육지인지 구별이 안갈 정도이다.
모래섬 위에 S자 물길도 보인다. 3년 전 방문했을 때는 이런 물길이 없었다. 바다 속으로 잠겼다 매일 다시 솟아나오다 보니 물길이나 무늬가 매번 새롭게 변할 것이다.
모래섬의 해안선 곡선이 유연하고 아름답다. 모래섬이 넓다보니 고운 모래판 지역도 있고 바닷물 웅덩이 지역도 보인다. 모래위에 남겨진 누군가의 발자국. 바다 속으로 잠겼다가 새로 솟아오른 후 인간이 파낸 최초의 흔적이다. 곡선 해안은 연인들의 산책길이기도 하다. 멀리 연인인 듯한 두 사람의 걷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모래사장에는 자연이 만들어낸 수많은 예술품들이 널려 있다. 물이 빠지면서 모래 위에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여인의 나신 모양, 불꽃 모양도 있고 꽃 모양도 눈에 띈다.(풀등에 관한 자세한 기사는 본지 ‘2014년 11월호’ 참조)
풀등에서 약 1시간 20분 정도 머문 후 물이 빠진 시간에 맞춰 부채바위도 가봤다. 부채바위 해안 코너를 돌면 승봉도의 명물 남대문바위를 만난다. 남대문 보다는 코키리 모양이다. 부채바위는 바위의 펼쳐진 모양이 부채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고, 남대문바위는 거대한 암석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있는 바위 모양이 남대문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남대문보다는 코키리를 더 닮은 것 같다.
부채바위에는 옛날 유배생활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서 시를 쓰던 선조들이 유배가 풀린 후 시험장에서 이 글을 쓰니 장원급제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부채바위에 햇빛이 비치면 바위가 황금색으로 물든다.
또, 남대문바위에는 조선시대 다른 섬으로 연인이 시집을 가게 되자 그녀를 사랑한 남자와 함께 이 문을 넘어 당신의 영원한 여자가 되리라며 사랑을 맹세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곳은 갯바위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우럭과 놀래미가 많이 잡혀 낚시매니아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 한다.
승봉도 및 주변 섬들을 둘러보고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작아서 더욱 아름다운 섬 승봉도. 바다의 신기루 사승봉도 및 풀등을 떠나면서 생각해 본다. 오세영 시인의 말처럼 “섬은 외롭지만 섬이 없는 바다는 더 황막할 것”이다. 아무리 작아도 그 섬이 있는 한 바다는 덜 외롭고 덜 황막할 것이다. 그래서 ‘섬은 아름다운 것’일런지도 모른다.(글,사진/임윤식)
첫댓글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해변입니다. 젊은 제자들과의 어울림도 좋고요.
몇년 전에 다녀온 곳인데 일부 수정하여 다시오린 겁니다. 참 좋은 섬이지요. 저는 가족여행, 문학모임에서 두번 등 세번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