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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언 >
이 소설은 2016년에 웹 소설 플랫폼인 ‘문피아’에 등재한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소설입니다.
( ‘문피아’에서 제 작가명은 “맘세하루” 입니다. )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기 위해서 전재하오니 함께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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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파북 밀사
“너희 둘이 이 사람 부축해서 내 드론으로 모시고 오너라!”
짱개 강봉구가 두 아우에게 이르고 얼른 자기 드론 BU -11로 뛰어갔다.
“대장님, 다 보셨지요? 전거리 12호 교화소 위치 확인되겠습니까?”
짱개가 자기 드론 조종기를 들고 삼통사 본부의 김세희 단장에게 송신했다.
-“예. 지금 확인하고 있는데, 조종기 화면 지도에 곧 목표지점이 표시될 거예요. 저분을 거기까지 어떻게 운송하시려고요?”
귓속의 이어 피스(earpiece)에서 김 단장의 답신이 들려왔다.
짱개네와 노인 남자가 나눈 얘기는 수백 킬로미터나 멀리 있는 경기 시흥시 삼통사 본부의 김 단장에게 다 들리고, 드론 BU의 카메라에 잡힌 영상도 모두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예, 우선 제 드론에 저분을 앉혀서 제가 원격조종으로 띄우고, 덩치와 떡대가 좌우에서 함께 날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교화소 인근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내려놓고, 드론을 회수해서 제가 타고 가서 현지 상황을 보고 작전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짱개가 자기 생각을 김 단장에게 조리 있게 설명했다.
-”아, 그래요? 그러면 되겠네요. 음.. 거리는 거기서 4km 정도밖에 안 되네요. 그 교화소는 수감 인원이 5천 명이나 된대요. 아마 경비가 만만치 않을 거니까, 아예 멀찍이 내려서 현장을 살펴보면서 함께 의논하도록 합시다.”
그 짧은 시간에 짱개가 운송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기특해서 김세희가 안심하고 행동개시를 수락했다.
짱개가 지상 40cm에서 정지 비행 중인 드론 BU -11의 내장 스피커와 마이크 볼륨을 노인네 수준에 맞추고 있는 동안 떡대가 노인 남자를 안고 달려왔다.
“응, 내 드론에 앉혀드려라. 내가 원격으로 조종할 거니까 너희 둘이 함께 날아가도록 해. 아저씨! 이건 우리가 타고 다니는 날틀입니다. 교화소 쪽으로 날아갈 건데, 가시면서 교화소가 잘 보이는 안전한 곳에 내릴 수 있도록 이 친구들한테 얘기를 좀 해주세요. 아시겠죠?”
짱개가 어리둥절해 있는 노인 남자에게 차분히 설명해주자 남자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감을 잡은 덩치와 떡대는 남자를 드론 BU -11의 U자형 안장에 앉히고, 수직 지지봉 안전벨트로 남자의 몸을 붙들어 맨 다음 남자가 양손으로 지지봉을 잡게 했다.
덩치와 떡대가 자기들의 드론 BU -12와 13에 올라앉자, 짱개는 드론 BU -11을 공중으로 서서히 띄워 올렸고, 덩치와 떡대도 자기들의 드론을 직접 조종하여 드론 BU -11의 좌우에 바싹 붙어서 함께 날아가기 시작했다.
낮은 민둥산을 넘어 날아간 지 채 10분도 안 돼서 그들의 시야에 멀리 교화소 망루의 희미한 탐조등 불빛이 들어왔다.
“저 앞쪽이 에미나이 수감소고 뒤쪽이 남자 수감소입네다. 지금 에미나이 수감소를 증축 중이라서리, 요 앞쪽 담장은 허물어져 있시요.”
전거리 12호 교화소 200여 미터 지점에서 노인 남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알려줬다.
자세히 살펴보니 폭이 100m쯤 되는 교화소 담벼락 양쪽 망루에서 탐조등을 교차해서 돌려가며 땅바닥을 비추고 있다. 정문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교화소 뒤쪽은 더 길어서 망루가 4개쯤 더 있는 것 같다.
허물어진 담장 이쪽으로 한창 공사 중인 여러 채의 감방이 벽면용 벽돌만 반쯤 쌓아 올리다 멈춘 채로 온갖 건축자재가 여기저기 흩어져 쌓여있다.
공사장 둘레에는 엉성한 철망 바리케이드가 몇 개 놓여있고 감시 병사 막사로 보이는 작은 천막이 있는데, 수감자가 모두 감방 안에서 취침 중인 시간이라 그런지 순찰하는 보초병은 보이지 않는다.
“형님, 여기에 내려서 살펴보는 게 좋겠지예?”
“응, 그래. 거기에 착륙하고 대기해라. 내가 곧바로 날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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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께서는 어느 감방에 있는지 혹시 아십니까?”
아우들과 합류한 짱개가 노인 남자에게 물었다.
“에미네가 맨날 드나드는 걸 봐서리 알고 있시요. 저~그 왼쪽 끝에서 세 번째 감방이우다.”
남자가 매일 농장에 일 나가는 아내를 숨어서 훔쳐봐서 다행히 수감된 감방을 알고 있다.
“단장님! 비가 와서 그런지 경비가 아주 허술해 보입니다. 침투해서 부인을 만나게 하는 건 일도 아닌데, 아예 교화소를 해방 시켜버리면 어떻겠습니까?”
짱개가 김세희 단장에게 엄청난 제안을 했다.
-“그러네요. 제 생각도 그러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탈출해도 나중에 어차피 대부분 다시 붙잡혀 오겠지만, 단 몇 명이라도 성공하면 좋고, 잠시라도 자유의 몸이 되는 게 소원일 테니까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김세희 단장도 짱개의 제안에 선뜻 동의했다.
“예,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제 나름대로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교화소 안으로 넘어 들어가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짱개가 올 때처럼 노인 남자를 자기 드론에 태워서 덩치와 짱개를 동행 시켜 감시 망루 위로 넘어 들어가게 했다.
남자의 아내가 수감된 감방 근처에 내린 뒤, 짱개도 드론을 타고 가 다시 합류해서 어둡고 조용한 감방 주변을 살펴보았다.
“내가 여기서 망을 보고 있을 테니까 너희 둘이 모시고 가서, 부인을 만나면 함께 여기로 모시고 오너라. 문이 잠겨있으면 레이저 건으로 부수고! 다른 수감자들에게도 잘 설명해서 모두 조용히 데려오고!”
“예, 형님! 자, 부인 만나러 가십시다.”
허리춤에 1W급 레이저 권총을 찬 덩치와 떡대가 노인 남자를 부축해서 감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감방문에 밖에서 채워놓은 자물통을 두 개의 레이저 건으로 초점 맞춰 레이저 빔을 쏘자, 벌겋게 달궈진 자물쇠 고리는 소리도 없이 금세 녹아내려 쉽게 열렸다.
잠시 후 덩치와 떡대가 남자와 부인을 안고 나오는데, 뒤에서 수감자들이 줄을 지어 소리 없이 따라 나왔다.
“두 분을 아까 그 장소에 모셔다드릴 겁니다. 도착하면 이 고리를 풀고 내려서 우리가 다시 갈 때까지 기다리고 계십시오. 아시겠죠?”
짱개가 덩치와 떡대의 드론 안장에 앉힌 부부에게 조용히 설명했고,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덩치와 떡대가 자기들의 드론 BU -12와 13을 하늘 높이 띄워서 망루 넘어 목표지점으로 날려 보냈다.
“여러분들은 여기 잠시 기다리다가 제가 저 망루의 탐조등을 부수면 그때 교화소 밖으로 도망치십시오. 감시 병사들은 저희가 처리할 거니까 내일 아침까지는 추격이 없을 겁니다.”
짱개가 공중에 떠 있는 자기 드론의 조종기 화면을 살펴보면서 모여든 수감자들에게 조용히 설명했다.
“그러시면 우리는 함께 못 가고 각자 알아서 도망쳐야 됩네까?”
“예, 그렇습니다. 저 친구들 날틀이 돌아오면 우리 셋이서 이 교화소 감방문을 모두 부수고 경비 병사들도 처치해야 하니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을 모두 함께 모시고 갈 수는 없는 저희 처지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셔서 여기에 다시 오지 않기를 기원해 드리겠습니다.”
“그럼유!~ 이렇게 탈옥 시켜 주시는 것만 해도 어딘디유. 어차피 한곳으로 몰려갈 것도 아니지 않슴메?”
“그려, 맞는 말씀이구만. 우리 걱정일랑 마시고, 나머지 수감자들도 모두 구해주시구다레.”
“철근에다 옷가지를 말아서 횃불을 만듭세다! 여럿이 뭉쳐서 도망가면 훨씬 수월할 거 아니갔소?”
“내래 운전을 할 수 있응께, 저놈들 트럭을 뺏어서 함께 타고 나가면 멀리까지 도망칠 수 있을 것이우다!”
자유의 몸이 된다는 기쁨에 들뜬 수감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탈출할 묘안들을 내놓았다.
잠시 후 덩치와 떡대의 드론이 돌아왔다.
“나는 드론을 띄워 망루를 무력화시키고 감시 병사 막사를 처리할 거니까, 너희 둘은 감방을 돌면서 신속히 자물통을 부수고 수감자들에게 안내방송을 하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형님!”
공중에 대기 중이던 짱개의 드론 BU -11이 쏜살같이 날아서 망루에 접근하고, 덩치와 떡대의 드론 BU -12와 13도 양쪽으로 나뉘어 낮게 날면서 감방들의 문을 향했다.
-피육! 푸슉
-“으엌! 으아아아앜!”
망루 한쪽의 탐조등이 드론 BU -11의 레이저 건에서 발사한 레이저 빔에 맞아서 순식간에 부숴줬다. 이어서 정조준 사격에 다리를 맞은 탐조등수는 그 자리에 고꾸라져 비명을 질렀다. 움직일 수는 없지만 죽지는 않을 것이다.
*** ***
동해, 육지에서 20km쯤 떨어진 남북이 대치하는 북방한계선(NLL) 근처 해상.
정오가 가까워져 오는 대낮인데 전에 없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이 한 척도 보이지 않는다.
남쪽 해상에도 100톤급 선박 한 척 외에는 아무런 배도 보이지 않는다.
파도도 높지 않은 망망한 대해에는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이 오히려 알 수 없는 어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잠시 후 멀리 북한 내륙으로부터 쾌속정 한 척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하얀 한반도 깃발을 꽂은 10인승 규모의 꽤 큰 쾌속정은 5분도 안 돼서 남쪽에 정박 중인 선박의 200여 미터 앞에서 선수를 북으로 돌리며 멈춰 섰다.
남쪽 선박에서도 한반도 깃발이 올라가더니, 이내 좌측 선현에 내려져 있던 작은 4인승 반잠수정 한 척이 시동을 걸고 북쪽으로 움직여 나가기 시작했다.
반잠수정은 북쪽에서 내려온 쾌속정의 안내를 받으며 속도를 맞추고, 뒤를 따라 북쪽으로 항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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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잠수정은 출발한 지 한 시간쯤 지난 뒤, 북한 원산항 북쪽 6km 지점의 호화스러운 보트가 정박해 있는 어느 작은 항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별장인 602 특각(초대소)가 있는 곳이다.
부두에는 무장한 경비병들은 보이지 않고 인민복을 입은 여남은 명의 남자들이 차렷 자세로 도열해있다.
잠시 후 반잠수정에서 양복 차림의 보통 체격인 한 60대의 신사가 내려서고 그 뒤를 두 명의 젊은 남자가 보디가드처럼 따랐다.
“어서 오십시오, 유진중 의장님!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는 최룡해입니다.”
맨 앞에 서 있던 진회색 인민복 차림의 나이 든 사내가 거수경례를 붙이며 노신사를 공손히 마중했다.
놀랍게도 그는 북한 서열 2위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룡해이다.
노신사는 거수경례로 답례를 한 다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렇다면 최룡해에게 극진한 예우 갖춘 마중을 받고 있는, 남쪽에서 올라간 이 노신사는 도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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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시오, 유 의장 동지! 내레 이렇게 만나서 반갑수다.”
최룡해에 의해 특각 내 호화로운 회의실로 안내된 손님에게 하얀 인민복 차림의 몸집이 거대한 사내가 뻣뻣한 자세로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했다.
바로 북한의 통치자인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다.
“예, 위원장님. 저 유진중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노신사가 공손한 말씨로 악수를 받는데, 허리는 세운 채 머리만 묵례 수준으로 굽혔다.
북한의 통치자인 김정은이 앞에서 전혀 쫄지도 않고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는 이 노신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유 의장에 유진중?
그럼 혹시 이 사람이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 합참의장으로 있던 바로 그 유진중 대장이란 말인가?
푹신한 고급의자의 응접 테이블 같은 회의 탁자 상석에 김정은이 앉으며 유진중에게 손으로 앞쪽에 앉으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유 장군이 착석하자 뒤에서 쭈뼛거리던 최룡해는 김정은이 아무런 지시를 안 내리자 뒷걸음으로 3미터쯤 물러나서 벽 앞에 서 있는 두 명의 갈색 인민복 차림의 보위병 앞에 어정쩡하게 섰다.
유 장군과 함께 온 두 사람은 문밖에서 대기하는지 보이지 않고, 회의실 안에는 다섯 명 외에는 아무도 없다.
“내래, 유 의장에게는 천안함 건에 대해서 솔직히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바이오. 그 사건 때문에 유 의장께서 현직에서 물러나게 되어서 유감입네다.”
김정은이 정색을 한 얼굴로 노신사에게 고개를 끄덕여가며 진정한 마음을 전하려고 애쓴다.
“예, 위원장님께서 그렇게 사과를 해주시니 저 개인적인 유감은 해소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해서 숨져간 46명 우리 측 젊은 병사들의 죽음은 그냥 사과 한마디로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노신사가 꼿꼿한 자세를 견지한 채로 김정은에게 자기의 소신을 밝힌다.
그렇다면 이 노신사는 전 합참의장인 유진중 예비역 대장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현역도 아닌 그가 지금 어떻게 여기 원산 특각에 와서 김정은에게 귀빈 대접을 받으며 독대를 하고 있단 말인가?
“아, 그래서 반세기 넘게 쌍방 간에 응어리진 오해와 원한을 풀고 앞날을 얘기하고자 이렇게 만나고 있는 것 아니갔소? 찬찬히 얘기하면서 지난날 선대들에 의해 축적된 불신은 차차 해소하도록 합세다!”
김정은이 왼손을 들어 유진중의 말을 막으며 자기의 뜻을 전했다.
“알겠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국정을 책임진 분의 특사로 온 사람입니다. 저도 저를 보내신 분의 뜻을 충분히 전달해 드릴 것이니까, 위원장님께서도 진솔하게 말씀해 주시면 제가 그대로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진중이 고개를 숙여 보이며 자기가 남한 대통령의 특사임을 상기시켰다.
아, 그렇다면 이 유진중 대장은 지금 한국 대통령의 개인적인 밀사로 와서 북한 최고 지도자와 면담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래요. 나도 가리는 것 없이 솔직하게 다 말할 거이니까, 궁금한 거는 무슨 질문이든 다 하도록 하시오!”
김정은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유진중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러시면 제일 먼저, 가장 중요한 것부터 솔직하게 여쭤보겠습니다. 북한에서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는 그 타격 대상이 남한입니까?”
순간 김정은의 덩치 큰 몸집이 전기에라도 감전된 듯 움찔하고 움직였다.
미처 예상 못 한 너무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놀랐는지, 김정은의 얼굴이 금세 경직되며 순간적으로 붉게 물들었다.
저만치 서 있던 최룡해가 깜짝 놀라서 허리춤의 권총집에 손을 대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
목석처럼 서 있던 보위병 두 명도 그를 따라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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