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과 수녀님 말씀을
금방 까먹는
난 청개구리 복사
매번 놀다
미사 5분 전
손도 씻지 않고
부랴부랴
복사 옷 갈아입고
후다닥
제대 봉헌 초에 불 옮기고
태연히
신부님을 기다린다.
수녀님은 항상 내게 말씀하셨지
“바오로, 미사 경전 좌우에
너의 지문만 또렷하게 있단다.
부디 손을 씻고
복사에 임하길 바란다.“
(바닥을 바라보며)
네~
오늘은 일요일
새벽 미사 복사 서는 날
새벽 미사는 내게 식은 죽 먹기...
이래 봐도
365일 새벽 미사 개근한 몸이다.
성당 마당에서 딱지치기 하는데
벌써 9시 우리 미사 시간
기도 소리 작다 하신다.
게다가
성가가 돌림 노래 되어버렸다.
분명 남아서 성가 연습할 텐데...
겨우 성가 연습을 마치고
성당 마당에서 구슬치기 하는데
수녀님이 부르신다.
아니나 다를까
11시 교중 미사 복사 대신 서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넵~
미사 시간 5분 전
부랴부랴
후다닥
그리고
태연히
신부님을 기다린다.
미사를 마치고
한숨을 내쉰다.
역시 교중 미사 너무 길어
수녀님이 주시는 떡으로
대충 점심을 해결하고
또 다시
성당 마당에 모였다.
이번에는 맨손 야구
찜~봉~시간
힘들어 잠시 앉았다가
축구공이 굴러와
또 공놀이를 한다.
해님이 집에 가자고 하실 때쯤
어김없이 수녀님이 부르신다.
누가 아프니 복사 대신 서렴
은근히 배고픈 시간
수녀님 간식에 모른척 넘어간다.
예~
미사 시간 5분 전
부랴부랴
후다닥
그리고
태연히
신부님을 기다린다.
중/고등부 미사 시간은
아무리 피곤해도
복사 형들이 쬐려봐서
실수하면 큰 일
조심 또 조심
제대 봉헌 초 조심스레 끄고
옷 갈아입다
남아있는 포도주 보인다.
복사 형들이 말했지
포도주 맛있다고
좌우를 살피고
남아있는 미사주(酒) 마신다.
신부님과 수녀님께 인사드리고
집으로 향한다.
영성체를 네 번씩이나 모셔서인지
주(酒)님 때문인지
하늘과 땅이
사~알~짝~ 돌아간다.
이부자리 묵주기도 드린다.
우리또래
나사렛 사람인 벗을 만나서
또 한참을 떠들고 노는데
엄마가 깨우신다.
오늘 일요일
새벽 미사 복사 서야한다고
숨이 깔딱 깔딱
해방촌 고개 꼭대기
미사 시간 5분 전
부랴부랴
후다닥
그리고
태연히
신부님을 기다린다.
2023년 8월 22일
故최익철 베네딕도 신부님 선종일
눈감고 베네딕도 신부님 그리며
청개구리 복사
쌀집 막내아들 바오로 이*윤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