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4.8]

[전정일]

2015. 4. 8. 물날. 날씨: 흐린 하늘이다 낮에 해가 좀 나더니 저녁에는 찬 기운이 돌아 차갑다.

아침열기-봄 음식 만들기-점심-청소-맑은샘회의(낮은샘, 높은샘 따로)-마침회-봄 음식 동네 나누기

[봄을 먹다]

 아이들이 쑥을 뜯고 꽃을 땄습니다. 불린 쌀을 방앗간에서 빻아왔지요. 쑥설기와 쑥차, 쑥지짐, 쑥개떡, 꽃지짐, 쑥인절미, 가마솥밥과 봄나물 모둠으로 나눠 봄 음식을 만드는데 학교가 봄 냄새로 가득찼습니다. 일찍 오신 오제어머니, 김지안어머니와 단희어머니가 봄음식 만들기를 도와주셨어요. 고운 쌀가루를 체에 내리는 모습이 어찌나 이쁜지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반죽해서 치대고, 지지고, 찌고, 볶고, 비비고, 치고, 무치고 아이들 손에 봄이 익어갑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렇게 봄 제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재미가 좋습니다. 해마다 하니 쑥개떡, 꽃지짐, 쑥지짐, 쑥튀김 모두 해봤는데 이번에는 쑥설기를 맡았습니다. 지우가 이끔이고, 영호와 인웅이, 지은이와 우철이 다섯이 쑥설기를 맡았는데 손끝이 야무진 지빈이가 식구 행사로 빠지게 되어 가장 작은 모둠이네요. 어제 아이들과 만든 <쑥덕쑥덕> 노래를 부르며 시작을 했어요. 쌀가루를 체에 내린 뒤 고운 쌀가루와 쑥을 버무려 찜솥에 얹어 찌면 되는 간단한 차례인데 조리할 불이 부족해 한참이 걸립니다. 더욱이 찔 때 물을 내려줘여 하는 걸 깜박해서 가운데가 설어버렸지 뭡니까? 그래도 따듯할 때는 맛이 있는데 식으니 쑥맛이 너무 강해 손이 자꾸 가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가장 인기없는 쑥설기가 돼버렸네요. 물론 맛나게 먹은 사람들도 있지만. 쑥차를 만들려고 쑥을 덖고 비비는데 쑥향이 정말 좋습니다. 뜨거운 불판에서 덖는 일이라 아이들이 할 수 없어 선생이 하는데 정말 열기가 뜨겁습니다. 어쨌든 아이들이 비비고 다시 선생이 덖고, 아홉 번 넘게 했으니 정성은 충분히 들어간 셈이지요. 문득 옛날 하동에서 녹차를 아홉번 덖고 비빌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성두마을 회관에서 땀 뻘뻘 흘리며 녹차중 가장 으뜸으로 치는 우전을 만들었는데 맛이 참 좋았지요.

 아이들은 역시 다른 모둠에서 하는 봄 음식을 맛보러 다니느라 바쁩니다. 따듯할 때 많이 먹여야 하는데 그러면 점심 밥을 못 먹을까봐 조금 먹는데, 식은 뒤 먹으려니 많이 아쉽습니다. 다음에는 따듯할 때 많이 먹고 점심을 조금 먹는 것도 방법이지 싶어요. 꽃이 활짝 핀 꽃지짐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습니다. 찐덕찐덕 찰진 인절미, 고소하고 부드러운 쑥지짐, 쫄깃쫄깃 쑥개떡 맛에 봄이 들어오는 듯 합니다. 잔치날 같아서 이곳저곳 다니는 아이들이지만 자기 모둠에서 하는 일은 모두 잘 마무리하고 뒷정리까지 일을 아주 잘합니다.  해마다 늘 하는 일이고 늘 일과 놀이로 자라는 아이들이라 일머리가 있고 손끝이 야무진 거지요. 그래도 선생들이 할 일은 많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든 활동에는 미리 준비하고 먼저 챙기고 뒷 마무리까지 선생들은 쉴 틈이 없지요. 봄 음식만들기 이끔이를 하는 조한별 선생을 도와 미리 쑥을 씻고, 나물을 정리하고, 쑥을 찌고, 배분을 알맞게 해내는 선생들이 있어 가능한 활동들입니다. 이렇게 모두가 함께 하는 큰 교육활동을 하는 날이면 모두 마치고도 다시 치우고 뒷정리하는 몫까지 마무리짓는 몸놀림과 일머리가 자연스럽습니다. 모든 활동의 앞과 뒤에 필요한 일을 있음을 아이들은 선생들과 함께 하며 배우고 익혀갑니다. 점심은 봄나물과 가마솥으로 지은 밥에 봄나물을 넣어 먹는 비빔밥인데 아주 맛이 있어 평소보다 아이들이 밥을 더 먹습니다. 보통 채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밥을 조금 먹어 비빔밥이 조금씩 남는데 오늘을 평소보다 훨씬 적게 남았어요.

 학교 마치고 5, 6학년이 함께 동네 분들에게 음식을 나눠드리기로 했는데 맑은샘회의가 늦어져 5학년들이 동네 경로당과 동사무소, 어린이집, 동네 회사와 이웃집에 봄 음식을 돌렸습니다. 나눔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더 큰 배움과 기쁨을 안겨주지요.

[진격의 거인]

 낮 공부는 높은샘, 낮은샘 따로 하는 맑은샘회의인데 아주 오래 걸렸습니다. 좀 일찍 마치고 봄음식을 나누면 좋겠다 부탁했는데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보통 때보다 더 길게 끝이 났어요. 가장 큰 논란은 몇몇 아이가 인터넷에서 본 진격의 거인 노래를 자주 부르고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말로 이상한 노래를 부르지 말자는 주제인데 들어보니 조금 생각해 볼 게 많습니다. 어른들이 도와줘야 할 몫이 있어 보입니다. 진격의 거인이란 일본 만화와 영화가 아주 잔혹해서 19세 이상 어른들이 보게 되어있는데 어찌 된건지 아이들이 노래를 따라하고 흥얼거리는 게 아이들 눈에도 이건 아니다 싶었나 맑은샘회의 때보다 줄곧 나오고 있어요. 이미 지난 회의에서 부르지 말자고 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 셈입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모두 까닭이 있습니다. 음이 좋고 재미있고 신이 난다는 것도 있고, 어찌 하다보니 컴퓨터로 그런 노래를 듣고 영상을 보는 것도 쉽게 끊기 힘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왜 그걸 부르면 안되는 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그걸 주로 부른 아이들이 하는 말입니다. 자기 의견을 뚜렷하게 잘 말할 줄 아는 아이들이라 정직하게 속내를 말하는 것이 참 고맙습니다. 가사를 적어 놓고 자꾸 부르는 열성파도 있지요. 이럴 때면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동의할 만한 규칙과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선생들도 더 말하게 되고 어린이들도 줄기차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시간 반이 넘게 맑은샘회의를 하고 말았습니다. 결론으로 먼저 학교에서 이미 약속한 것이니 학교에서 부르지 말자고 하고, 컴퓨터와 손전화 이야기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로 끝이 났지요. 예전에도 컴퓨터 사용을 두고 학교와 가정에서 가꿔야 할 문화와 규칙을 두고 한참 논의가 있었는데 그때도 비슷했습니다. 아이들의 넘치는 호기심은 막을 수 없으니 알맞게 규칙을 정해 어린이문화를 가꿔가자는 것이지요. 집에서도 어린이들 연령 제한이 있는 영상물을 철저하게 지켜서 보게하고, 부모님 손전화를 아이들이 쓰지 않도록, 컴퓨터 놀이 또한 학교 규칙대로 되도록 하지 않도록 권하고, 꼭 필요한 때는 약속을 정해 하도록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늘 유혹하는 대중매체와 대단한 전자기기 앞에서 모든 학교들이 마주하는 이야기이고,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충분히 하고 싶은 것들이라 학교와 가정에서 알맞게 살피고 진지하게 가꿀 몫인 셈입니다. 아이들 탓이 아닌 것이니 환경과 구조, 삶의 방식을 바꾸고 더 신나고 즐거운 건강하고 생산하는 일과 놀이가 가득하도록 애쓸 게 많습니다. 예전에 쓴 글을 보니 다시 새롭게 가다듬을 게 많기는 하나 정신과 방향은 비슷해보입니다.

 교사마침회 마치고 삽을 들고 학교 앞 길 옆 땅을 뒤집으러 가는데 <학교마치고 모둠살이>하는 우철이와 예준이가 같이 하겠다고 삽을 잡습니다. 덕분에 재미나게 한참 삽질을 했습니다. 옥수수 심기에 딱 좋아 여름 아이들이 옥수수를 많이 먹을 수 있겠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이야기| 교사마당

전정일 | 등급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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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87 |추천 0 | 2011.04.14. 13:00

컴퓨터와 인터넷 이야기

 이맘때면 해마다 늘 어린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곤 했다. 그래서 더 살피고 어린이들 삶속에 깊어 들어가자 했는데 역시 올해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요즘 학교에서 컴퓨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높은샘 몇몇 어린이들이 인터넷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다른 어린이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일어나 맑은샘회의, 교사회 회의에서 줄곧 다루고 있다. 재작년에도 곤충사이트 때문에 인터넷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컴퓨터가 우리 삶의 일부로 날마다 쓰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삶에서 어느 정도, 어떤 쓰임새로 다가와 있는지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어린이들이 한다는 블로그를 들어가 살펴보니 일본 만화를 옮겨 놓은 것들이 중심이고 댓글을 달고 달아주는 것이 즐거움이 될만큼 푹 빠져 있는 어린이도 있다. 만화의 내용도 그렇지만 퍼나르는 다른 그림과 글도 정말 어린이들에게 전혀 알맞지 않은 줄임말과 거친말 투성이다. 여러 감정이 뒤섞이며 어린이들 삶을 다시 생각해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머리를 스친다.

 날마다 컴퓨터로 일을 하거나 컴퓨터를 즐겨 쓰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 어린이들이기에 무조건 어린이들만 탓할 수도 없고 탓해서도 안된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어린이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하는 큰 주제이기도 하다. 어린이들과 세 차례 이야기를 나눴고 줄곧 나눌 계획이라 교사회에서도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블로그 활동을 하는 어린이들과 함께 풀어야 할 이야기, 어린이 삶을 가꾸는데 컴퓨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학교 규칙으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꺼냈다. 또한 블로그 활동으로 어른들처럼 똑같이 자기 감정을 담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크크", "키득키득", "헐" 들과 같은 단순한 댓글 하나에 기분이 바뀌는 모습을 보니 "중독", "종"이란 말이 절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늘 아이들을 유혹하고 재미를 주는 컴퓨터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써야 하는지, 꼭 써야 하는 까닭이 있는지, 컴퓨터를 써서 도움이 되는 것들은 무엇인지, 학교에서 정한 규칙은 무엇인지,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방식과 내용,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와 선생과 부모가 알아야 할 어린이 마음은 무엇인지, 부모와 선생이 함께 정해서 애써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낱낱이 정리되어야 함을 느낀다.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이고 심각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서 늘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여러 쓰임새 가운데 나쁜 것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함께 살아가려는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주며, 종으로 만드니 더 그렇다.

 어린이들도 컴퓨터 게임의 중독성, 눈의 피로함, 건강의 문제, 인터넷에서 못된 사진을 볼 수도 있고 욕설을 배울 수 있다는 것, 뜻도 모르고 인테넷 줄임말과 거친말들을 따라할 수 있다는 것, 정해진 시간을 넘길 수 있다는 점, 부모님에게 시켜달라고 조르고 안돼면 짜증을 내는 것이 좋지 않은 점들로 이야기 한다. 어떤 어린이는 재미를 느껴가는데 막지 말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만큼 컴퓨터가 열려있는 탓이다.

 줄곧 이야기가 되겠지만 먼저 많이 빠져있는 어린이는 바로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하기로 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이번 기회로 컴퓨터를 쓰는 규칙을 다시 살피자 했다. 물론 [블로그 활동은 하지 않는다]를 학교 규칙으로 하는 것이 선생들 생각이라 이야기 하고, 컴퓨터를 알맞게 쓰기 위한 공부 계획도 세우기로 했다. 또한 블로그 활동을 줄곧 하고 싶어하는 세 어린이는 집에서 부모님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들과 줄곧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살펴볼수록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것들을 어른들이 얼마나 보여주고 있는지 우리의 삶을 살피는 것부터 아이에게 늘 져주거나 아이 혼자 컴퓨터를 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세히 들여다봐야한다. 기준과 원칙이 있다 해도 금세 경계를 넘어서는 몰입과 집중력이 대단한 우리 아이들이니 더 그렇다. 바뻐서 아이들과 함께 하기 어려움을 컴퓨터와 텔레비젼, 게임기로 해결하는 부모님들은 없지만 약간의 틈이 늘 문제이다.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겠다. 집에서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고 온 세 어린이와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집마다 어린이들과 정한 규칙이 달랐다. 어느 집은 주마다 두 시간, 어느 집은 이십 분, 쓰임새도 여러 가지다. 영화 보기, 자료 찾기, 게임, 블로그 활동, 전자편지 쓰기 따위들로 크게는 쉽고 편하고 재미있는 도구로 컴퓨터를 쓰고 있다. 컴퓨터 게임에 빠지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집부터 너그러움과 엄격함 정도도 다 달랐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 먼저 교사회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앞으로 높은 학년에게 나가는 조사 과제들은  컴퓨터를 써서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정말 꼭 써야할 일이 있을 때는 모둠 선생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제안하기로 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 생각을 고집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선생들 생각이 모두 그렇다. 건강과 버릇을 들이고 감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초등 교육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되도록 가까이 하지 않은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건강한 놀이 문화로 어린이 삶을 가꾸고 싶을 뿐이다.

 전체로 모든 식구들이 선생들의 뜻과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뜻을 모으면 좋겠다. 되도록 쓰지 않고, 쓸 때에는 꼭 기준이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컴퓨터 인터넷은 꼭 쓸 필요가 있을 때 쓰자. 꼭 필요하다는 것은 정말 책에서 찾기 힘든 궁금한 것을 절실하게 알고 싶거나 찾고 싶을 때이다. 먼저 스스로 뚜렷하게 하고 선생님과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눠 쓰도록 하자. 하루에 10분, 20분, 주마다 몇 시간으로 정해서 인터넷을 쓸 까닭이 굳이 없다. 정말 인터넷을 쓸 까닭이 뚜렷하고 부모님이 충분히 찬성하는 것이라면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스스로 인터넷을 쓸 까닭이 충분하지 않다면 쓰지 않도록 하자. 날마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쓰는 것이 버릇이 되지 말도록 하자.] 학교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집에서도 지킬 수 있도록 애쓰면 좋겠다.

 어린이들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자기 주장을 참 잘한다. 선생님과 부모님 생각은 알지만 그래도 쓰는 재미를 알았으니 막으면 싫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렇다. 재미있는 장난감이 생겼으니 늘 하고 싶은 마음을 어찌 막겠는가. 날마다 컴퓨터 앞에서 뭔가를 하는 교사와 부모들을 보면서 자라고 있으니 우리도 쓸 자유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회에서는 컴퓨터와 미디어를 주제로 알맞은 교육 꼭지를 잡아 높은 학년 어린이들과 함께 공부하기로 했다. 또한 어린이들이 주장하는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함께 애쓸 것을 찾기로 했다. 단 어린이들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뭐든지 빠르게 받아들이는 어린이들과 소박하고 정직한 어린이 마음을 가꾸며 지켜가기가 갈수록 힘든 세상이다. 텔레비전을 켜기만 하면 뭘 사라는 광고가 쏟아져 나오고, 전자편지에는 날마다 못된 사진과 몹쓸 글이 담긴 스팸메일이 날라오니 갈수록 어른들의 못된 문화가 주인으로 함께 살려는 어린이 삶을 해치고 왜곡시킨다. 부모와 교사가 애써서 막고 있는 게임기, 휴대폰, 인터넷도 늘 우리 어린이들을 유혹한다.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컴퓨터 놀이를 실컷 하고 싶고, 휴대폰과 게임기를 갖고 싶은게 요즘 아이들이다. 정말 조금의 틈을 놓치지 않고 어린이들은 빠르게 흡수해 문화로 만들어버린다. 또 자기가 하는 일들을 내보이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인지라 금세 다른 어린이에게 영향을 주며 문화로 만들어 버리니 어린이 삶을 놓고 깊이 생각해야 할 공동체 식구들과 어른들의 몫이 정말 크다. 한두 어린이 문제가 아닌 모두가 가꿔야 할 어린이 문화의 문제이며 온 식구들이 함께 일관된 태도로 다가서야 한다.

 2009년 백팔배를 어린이들과 함께 하며 쓴 글이 생각났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일 가운데 자라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가늠해 보며 선생들이 더 챙기고 살필 것을 찾는다. 물론 미리 애써서 막는다고 녀석들의 넘치는 호기심과 넘치는 도시 소비 사회의 유혹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늘 정직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며 더불어 건강한 놀이와 문화를 만드는 어른들을 보며 기준과 원칙을 녀석들 삶에 새기기를 바랄 뿐이지. 녀석들을 믿고 함께 헤쳐 나가는 길 말고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잘못은 꾸짖지만 아이들을 굳게 믿고 즐겁게 살아야지 서로 자라리라. 다시 정신 바짝 차리고 자연 속에서, 일놀이로, 정직하고 소박한 놀이 문화로 어린이 삶을 가꿀 때다."

[최재훈(유민아버지)]

진격의 거인은 내용이 너무 잔인해서 상당히 부적절한데요. 애니메이션을 극장판 처럼 만들어서 그림이 좋고 화려합니다. 음악도 그렇고. 아마 그냥 아이들 보는 애니메이션이겠거니. 부모님들이 잘 모르고 넘어가신 것 같은데. 사람 잡아먹는 내용이 주인지라... 아이들이 보면 꽤 충격받을 거에요. 어린 아이들에게는 부모에 의한 컨텐츠에 대한 검열(?)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은희(규태윤태모)]

여러모로 선생님들을 포함한 맑은샘 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우리 규태가 진격의 거인을 본 후로 내내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심지어 악보를 출력해서, 하도 졸라서 제가 출력해주었는데요, 피아노로 그 음을 따라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이미 본 것을 말조차 꺼내는 것도 안된다고 막는게 최선은 아닌 듯 하여 그래, 차라리 표현하고 싶은 만큼 하다 보면 알아서 잊어버리겠지 했는데 학교에서는 여전했던 거군요. 다시 한번 선생님들과 맑은샘 아이들에게 죄송하고 면목없습니다. 앞으로는 티비나 컴퓨터 등 영상매체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