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기프트카드' 거부
은행.카드사와 상품권 시장 다툼...소비자 결제못해 불만
광주 남구 봉선동에 사는 주부 이모씨(40)는 백화점 봄 세일기간 중인 지난 주말 한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기프트카드'로 결제하려다 직원으로부터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기프트카드와 가맹계약이 돼 있지 않아 사용이 불가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이씨는 다른 신용카드로 계산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시중은행과 카드사들이 상품권 대용으로 출시하고 있는 기프트카드가 대형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사용을 거부당하는 등 소비자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3대 백화점들이 은행과 카드사들이 출시한 기프트카드 통용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이는 각 백화점들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권 시장이 은행 및 카드사에게 잠식당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상품권시장에서 뛰어들려는 은행 및 카드사와 시장을 지키려는 백화점 간의 영역 다툼에 엉뚱한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꼴이다.
BC카드 관계자는 “백화점과 각 은행 및 카드사의 가맹계약은 모두 이뤄진 상태”라며 “따라서 카드단말기가 설치된 곳이면 어디서나 기프트카드 사용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기프트카드를 거부하는 이유는 자사가 발행하는 상품권을 보호하겠다는 차원이다”며 “고객의 요구에 따라 GS백화점의 경우 얼마전부터 기프트카드 결제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 백화점들은 직원들에게 원천적으로 기프트카드 사용를 받지 말라는 교육을 실시하거나 단말기에서 기프트카드 인식번호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들의 이같은 행태는 상품권 발행이 많을수록 현금 조달이 늘어나고, 또한 일정 비율 이상을 사용해야만 잔액의 현금환불을 할 수 있는 등 자금운용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백화점측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자금결제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백화점들은 은행 및 카드사들이 상품권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수단으로 기프트카드를 발급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한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은 소비를 활성화하고 고정고객 확대와 신규고객 창출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기프트카드의 경우 차별성이나 경쟁력확보, 신규 및 고정 고객 창출이라는 메리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은행과 카드사들이 상품권 시장에 끼어들어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려는 수단으로 상품권과 형태를 달리한 기프트카드를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02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 기프트카드는 상품권에 비해 유대 및 사용이 편리하고 사용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잔액 환불도 쉬워 지난 한 해 시장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정도로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은용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