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새날이의 고입시험이 있어서 천안에 다녀왔습니다. 예고입시를 위해 바이올린 실기 시험이 있어서입니다. 좀 더 일찍 제대로 된 준비를 했으면 좋을 텐데 저희가 결단을 빨리 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새날이 학교의 음악 선생님이 발 벗고 나서시는 바람에 그나마 본격적인 준비가 올 2월부터 시작됐습니다.
목요일 오후 2시에 면접 및 신체검사가 있어서 12시에 출발했습니다. 안면도에 있는 목사님 딸은 성악을 준비하는데 사정이 있어서 목사님은 금요일 아침에 오기로 하고 사모님과 딸이 저희 차로 함께 갔습니다. 20분 전에 도착했는데 운동장에 학부모 차로 가득 찼습니다. 저는 좀 있다가 가려고 차안에 남았습니다. 그야말로 다양한 차의 전시장 같았습니다. 국산차와 외제차, 경차와 중대형차, RV차, 음악 학원차 등 등. 비싸 보이는 여러 대의 외제차를 보면서 얼마 전부터 시작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배 목사님의 자제 가운데 충남예고를 10년 전에 입학했었는데 그 때 사모님으로부터 학부모의 치맛바람에 대해서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정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입학 아닌 합격하기도 전부터 걱정을 했는데 그 법으로 인해서 상황이 많이 달라질 거란 기대를 해봅니다.
차에서 내려 강당으로 가기 위해 계단으로 올라가서 다시 운동장을 내려 보는데 유독 눈에 띄는 차가 하나 있었습니다. 낡은 파란색 포터! 차 하나로 모든 것이 평가될 수는 없겠지만 저는 보면서 많은 위로가 됐습니다. 아마 저보다야 경제 사정이 낫겠지만 그리 넉넉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자식을 위해 힘들어도 예고에 보내는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일정이 끝나고 예약해 둔 모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학교 근처에 있는 교회에 가서 마지막으로 피아노 쌤과 맞춰보고 잠을 잤습니다. 도로 옆이라 지나다니는 차에 잠을 설쳤습니다.
아침을 기사 식당에서 간단히 먹고 8시40분까지 학교로 갔습니다. 순서를 추첨했는데 9명중 6번째였습니다. 저희는 강당에서 기다리다 10시 20분 쯤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새날이를 만났습니다. 망쳤다고 한숨을 짓는 새날이 말에 가슴 철렁했지만 그 말의 의미를 믿고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좀 늦게 시작한 성악은 18명 중 17번째였습니다. 아침에 온 목사님과 함께 기다리다 저를 제외한 집사람과 새날이 그리고 목사님 내외는 한 번 들어본다고 실기가 행해지는 건물 뒤편으로 갔습니다. 저는 가지고 간 책을 다 읽으려고 강당에 있다가 끝났다는 말을 듣고 합류를 했습니다. 그 친구도 아쉬웠는지 울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울음에 의미가 있음을 역시 믿기로 했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차로 가는데 어제 본 포터가 주차해 있었습니다. 그 차의 주인공이 꼭 합격하기를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이 발표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감사하고 새로운 시작이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합격하면 다음 주 금요일 오전 성경공부는 휴강입니다. 합격자 소집일이기 때문입니다. 한 주 더 휴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