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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의 아르카디아를 찾아... 원문보기 글쓴이: 아우라
오늘은 아름다운 날,
오늘 아침은 구름 한 점 없는 완연하고 쾌청한 봄 날. 그래서 무엇을 하면서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야 할까?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묵리골의 파수꾼, 존경하는 친구 묵리촌장(순례자들을 위한 평화로운 쉼터 운영)이 내 마음을 알고나 있는 듯, 전화를 해와 반가운 목소리로 “어이~ 아우라 별똥! 오늘 특별히 할 일 없으면 나랑 어디 좀 같이 가지 그래.” 하였다.
음~ 이런 걸 텔레파시라고 그런가 보다? 나는 속으로 잘됐다 싶어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고, 바로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뒤 나타난 묵리촌장은 총만 차지 않았지 영락없는 마카로니 웨스턴 서부영화에 나오는 무법자, 보안관(둘 중에 택일)으로 나타났다. 그럼 나의 복장은 이게 뭐야. 미리 얘기 좀 하지. 전쟁터에 나갈 땐 완전무장(完全武裝)을 해야 하는데, 하얀 정장의 차림이라니... 애라! 모르겠다. 그냥 가자.
어쨌거나 나는 궁금해서 “이봐~ 촌장!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거야.”라고 물었다. 촌장은 대뜸 “노인 봉사야! 오늘은 날씨도 무척 좋은데 ‘한택식물원’에 가서 꽃구경도 하고, 어르신들과 그냥 즐겁게 놀아 드리기만 하면 된다네.”라며 나는 자기를 무조건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그동안 남을 위해 관심을 두고 봉사를 해본 경험이 없었다. 내심 걱정도 되고 어설픈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정성을 다해 모시면 되겠지 하며 대충 따라나섰다.
우리 둘은 최연소 79세에서부터 최고령 84세까지의 다섯 어른을 약속 장소에서 반갑게 만나, 두 차에 나눠 타고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에 있는 ‘한택식물원’으로 곧바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말이 팔십 대의 노인네이지 외모뿐만 아니라 도저히 나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맑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분들이셨다. 또 운행 중 차내에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삶의 경험담을 들을 때는 재밌기도 했고, 때론 숙연해지기도 했다.
한택식물원에는 금방 도착, 그런데 주 출입구 주변은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다. 그 이유는 오늘이 바로 어린이날이었기에 가족동반으로 이곳을 많이 찾아온 것이다. 우리는 이에 아랑곳 하지않고 입장했고, 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잠시 주변을 살피고 좋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음식을 야외탁자 위에 정갈하게 차려놓고 간단한 의식을 행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다섯 어르신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진정으로 기원했다. 잠시 분위기가 숙연했다.
이때쯤 묵리촌장의 “우리를 위해 건배, 일노! 일노!! 파이팅!!!” 구호선창으로 드디어 야외파티는 시작되었다. 약 1시간 가까이 가무 없이 술과 안주, 그리고 촌장의 하모니카 연주가 그 즐거움을 더한층 돋게 했다. 또 김밥과 과일을 맛있게 먹으면서 그간 쌓인 정신적인 피로와 떨어진 체력을 다시 재충전할 수 있는 알토란같은 귀한 시간이 되었다. 이때 그것을 바탕으로 어르신들은 본격적으로 꽃구경을 시작했다. 한 어르신은 건강이 조금 좋지 않아 그곳에서 그냥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여기서 잠깐, 한택식물원은 어느 개인이 79년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작은 농원으로 출발하였다. 물론 꽃과 자연을 사랑하는 연유로 말미암아서이다. 설립 이래 다양한 식물종 확보와 보호 그리고 대량번식 등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그 결과 자생식물 2,400종과 외래식물 5,600종 등 8,000여 종, 총 720여 만 본의 식물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식물원으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2001년 공익법인인 ‘재단법인’으로 다시 태어나 식물원을 체계적으로 관리,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우리 일행은 잘 꾸며진 한택식물원 이곳저곳을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에 있는 많은 식물을 관찰하고 또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했다. 아이리스원은 자생 붓꽃과 꽃창포만을 이용하여 조성한 곳인데,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한편 수생, 음지식물원, 원추리원, 자연생태원, 월가든, 관목원, 암석원 등을 거치면서 또다시 꽃과 식물들의 끝없는 생명력을 다시 한 번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느 꽃이든 그 아름다움은 영원하다.
우리는 마지막 코스인 한택 식물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에 올랐다. 그곳에서 확 트인 식물원 전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우선 떠오른 것이 오늘 이곳에 참 잘 왔다는 생각과 해맑은 어른들의 모습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때론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법이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꽃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정서적으로 꼭 필요한 자연의 중요한 한 요소이기도 하다. 즉 불안정했던 감정들이 꽃을 보면 서서히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이다. 꽃이 약이다.
오늘, 오랜 벗인 묵리촌장의 아름다운 봉사는 강원도 어느 깊은 산 속 바위틈에서 아름답게 피어 나는 ‘보랏빛 금강초롱’ 꽃을 보는 듯했다. 마음먹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한 번 힘들게 실천하고 나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나도 오늘의 작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의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 물론, 조심스럽고 눈에 보이지 않게 말이다.
5월 5일은 어린이날, 그렇지만 다섯 분의 할배어린이와 시큼한 중년어린이 두 명이 아름다운 ‘한택식물원’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고, 또 돌아오던 길에 원삼면 고척골에 들러 성스러운 역사를 간직한 공소를 순례했다. 그리고 ‘와우정사’를 깜짝 방문하여 의미를 더했다. 오늘의 이 모든 아름다운 행로에 내가 믿는 신께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이천육 년 어린이날, 행복한 밤에 아우라 別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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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 이 글은 아주 오래전 내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된 글이다. 또 이 글 속의 주인공, 다섯 어르신 중 한 분이 2006년 초겨울, 썰렁한 단칸방에서 보호자도 없이 홀연히 삶을 마감하셨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에 묵리촌장은 외국에 살며 부모를 돌보지 않는 자식을 대신하여 무연고자 장례방식으로 일을 치렀다. 여기 이미지 속에는 촌장이 어렵게 수소문해 찾은 누나가 지켜보는 가운데 생전에 가깝게 지냈던 친구 분과 함께 직계가족이 나타날 때까지 유골함을 임시로 평화로운 쉼터 부근에 매장했다. 그 근거를 남겨야 하기에 아우라가 사진을 찍긴 했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내 가슴도 찢어졌다. 지금 나머지 넷의 어르신 건강과 근황도 무척 궁금하다.
부모를 돌보지 않은 성공한 잘난 자식이 백 명인들 있으면 뭐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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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글은 하모니카의 거장, 채고마당의 회원이자 나의 오랜 친구 장만수(묵리촌장)를 소개하는 의미에서 올렸습니다. 혹여 오해 없길 바랍니다. 묵리촌장은 상록경찰로 오랜 세월 빈민촌의 가난하고 버려진 자를 위해 봉사(재직시절 봉급을 제대로 갖다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건 기사 내용을 참고)만 하다 퇴직을 했습니다. 지금은 그의 타고난 겸손함과 여러 재능을 양로원, 장애자 시설 자애원 등에 정기적으로 나가 무료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하모니카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채고예술마당에서도 그의 장기를 볼 수 있을겁니다. 아무튼, 묵리촌장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청백리 경찰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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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문경지교와 같은 쌍둥이 형제... 별볼일 없는 이 두 사람을 감히 어떻게 거기에 비교하시다니...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아무튼, 앞으로의 삶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맞이 하시길요.
두분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묵리 촌장님이 경찰 이셨군요.....아직도 컴이 불통이라 하모니카 소리는 못듣지만 마음으로 들으니 참 좋으네요..
폴리스라는 것을 선입견 때문에 얘기 안할려고 했었는데, 정작 본인이 떳떳하게 음악감상 게시판에 소개를 했더군요. 음악은 이연실에 부모입니다. 저도 가끔 이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난답니다.ㅠㅠ 여린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맞이 하세요.
마음이 아름다우면 다시 청춘으로 돌아 갈 수 있나요 ?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사장님, 그동안 안녕하셨죠? 댓글을 이제야 보고 인사드립니다. 다가온 추석 한가위, 정겹고 즐겁게 맞이하시길 진정 바랍니다. 아~! 그리고 이사장님은 지금이 한창 물오른 청춘이십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