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도시 땅 투기 추가 폭로 민변 "4억 대출땐 이자만 月 77만원···18건 투기 의심" 농지 거래, 많아야 1년에 1~2건인데 3년간 130건 달해 강남·김해 등 외지인도 수두룩···"전국서 사례 파헤쳐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 이외에도 다수의 외지인들이 ‘농지 투기’를 의심할 만한 거래를 일삼아왔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특히 수억 원대 대출을 받고 ‘한탕’을 노린 농지 투기 의심 사례도 다수 발견돼 충격이다. 앞서 밝혀진 LH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이어 농지까지 ‘3기 신도시 투기’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17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면 소유할 수 없어 (한 지역에서) 1년에 거래가 1~2건 일어나기도 어려운데 3년간 과림동에서만 130건이 넘는 토지 거래가 발생했다”며 “이 가운데 37건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18건 토지 거래가·대출 규모 농업 경영 목적 아냐”=과림동 일대에서 이뤄진 거래 중 토지 거래가액 또는 대출 규모를 고려했을 때 농업 목적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사례는 총 18건이었다. 의심 사례 18건의 토지를 소유한 자들은 모두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해당 농지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농지법은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체험 영농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농지 소유를 허가하고 있다. 농지를 취득한 후 2년 이내에 농업 활동을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매매하면 1년 이내에 해당 농지를 세대원이 아닌 자에게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거액을 대출받아 농지에 투자하고 수익을 얻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대출금리를 3%로 가정했을 때 채권최고액이 4억 원만 넘어도 월 77만 원의 이자가 발생하는데 주말 농장으로 여유롭게 즐기는 수준의 투자라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인·90년대생도 농지 투기 가담 의혹=농지 투기가 의심되는 37건의 사례 가운데는 외국인과 1990년대생이 농지를 소유한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이 공동 소유주에 포함된 사례는 2건으로 각각 중국인과 캐나다 국적의 외국인이었다. 1990년대생이 과림동 농지를 매매한 사례는 최소 3건이라고 참여연대·민변 측은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른 나이에 부를 쌓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출이 10억 원을 넘는 사례도 있었다”며 “고위 공직자 자녀인지는 확인에 한계가 있는데 추후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지점”이라고 밝혔다.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 위치한 농지. 농업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지역이지만 폐기물 처리장이 자리하고 있다./사진 제공=참여연대
◇서울 강남 거주자도 시흥 농지 구매···“투기 클럽 조성”=과림동과는 거리가 멀어 직접 농업 활동을 할 가능성이 적은 서울 강남3구, 경남 김해 거주자가 과림동 농지를 구매한 사례도 9건 발견됐다. 또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한번에 농지를 구매하는 ‘다수 공유자’ 사례도 6건이었다. 이 변호사는 “농사를 지으려는 목적보다는 ‘투기 클럽’을 만들어 상당한 차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가 현장 실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 농업이 이뤄지지 않는 4건도 추가로 발견됐다.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특위 위원장은 “(농지법 위반은) 수도권의 많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며 “경기도도 이런 부분에 대해 특별 감사 등을 통해 문제 삼았어야 했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과림동만 뒤졌을 때도 이렇게 많은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며 “3기 신도시 전체와 10년간 공공 개발이 있었던 곳에서 농지 투기 사례를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