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 참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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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성문이며 대한민국 보물 제1호인
興仁之門(흥인지문: 속칭 ‘동대문’) 앞에 필자 一行이
선 것은, 제1회 바둑의 날 (11월5일) 기념으로 열린
⌜ KB 국민은행 서울 手談 수담 」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다.
2018년 11월 4일(일) 오전 11시, 동대문 플라자
디자인 거리에는 프로 다면기에 참가한 1천여 바
둑 팬들로 대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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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팬 1,000명과 프로기사 125명이 동시에 벌이는 프로 지도 다
면기 이벤트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필자가 진행하는 바둑강좌 회원들은 부여받은 좌석에 일제히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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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시계 방향으로)
필자가 진행하는 부천 새마을금고 바둑강좌 김용준 반장, 윤장현 바둑회원, 필자, 김재명
바둑회원, 이웅환 바둑회원, 허건형 율곡기우회 회장, 유준열 원미복지관 바둑강좌 반장,
이완규 오정복지관 바둑강좌 반장
프로 사범님과의 대국이어선지 다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11시가 되자, 본부석에는 바둑진흥법을 통과
시킨 조훈현 의원, 유인태 국회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개막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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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와 팬이 동시에 벌이고 있는 행사장에는
여기저기 돌 놓는 소리가 마치 콩 볶는 것같이
요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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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실수가 나왔는지 신음소리가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고 있다.
다면기 행사에는 많은 어린이들도 참가하여 바둑학원에서 배운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중이었다.
뒤에서 응원하던 한 부모님은 어린 자식이 고사리 손으로 바둑 놓는 모
습이 대견스럽기라도 한 듯, 잠시 미소가 귀에 걸리다가 연거푸 실족하
는 바람에 내상이 깊어지자 한소리 날린다.
“그러니까 사범님 말은 잡으러 가지 말랬지”
그게 어디 말처럼 돼야 말이지.
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같은 나무에서 나온 나
뭇잎의 색깔이 다르듯, 포석의 맛은 다양함이다.
작은 곳을 두어 곳 두어 기세에서 밀렸고, 중반
주도권은 프로 사범님이 쥐었다.
승부는 거짓말처럼 뒤집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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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윤혁 8단.
기념 페어 대국에는 김채영 5단과 오제세 의원 對
김다영 3단과 원유철 의원.
기념대국에는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對 이창호 9단.
한국형 바둑 인공지능 ‘오지고(og-GO)’ 對 신진서
9단.
다채로운 행사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을 즐겁게
하고도 남았다.
다면기가 끝나고 한국기원이 특별 제작한 바둑
달력과 본인이 둔 휴대용 바둑판은 기념품으로
전달됐다.
이제는 되찾은 자유를 누리는 일만 남았거늘,
받은 선물을 들고 대형 조형물 앞에서 추억거리
하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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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이 내려앉는 순간은 꿀처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