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로 넘어갔다. 4일로 1046일째다. 2022년 2월 군사작전을 시작한 뒤, 러시아는 서방의 가혹한 각종 제재 조치에 대처하고 극복하기 위해 경제적 사회적 법률적으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왔다.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대응 방안이 도입, 실시되곤 했다. 2025년 새해도 다를 바 없다.
코트라(KOTRA)는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알아야 할 2025년 바뀌는 러시아 법령을 정리해 2일 공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 체류 한인들이 알아두면 좋을 몇가지 팁을 덧붙여 '새해 러시아에서 달라지는 것들'을 정리했다. 러시아 비즈니스 혹은 체류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다/편집자
◇ 러시아 입국및 체류, 생체정보 수집, 불법체류자 단속
새해부터 외국인 무사증(무비자) 임시 체류 기간이 연 90일로 단축된다. 현재 외국인의 러시아 무비자 체류기간은 180일 이내 90일이다. 그동안 6개월에 3개월씩 체류할 수 있었으나, 새해부터는 1년에 3개월만 체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계속 체류하려면 입국 목적에 합당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러시아 외무부는 그러나 2002년 7월 25일자 이민 관련 연방법에 규정된 '러시아 연방 내 외국인의 법적 지위' 또는 '국제 조약'에 규정된 경우는 예외라고 밝혔다.
한국인들은 한-러 무비자 협정에 따라 러시아에서 연속해 최대 60일, 전체 180일 기간내 총 90일간 체류가 가능했다. 한국인들도 임시 체류 기간이 연 90일 규정에 적용되는지 여부는 주한러시아 대사관, 혹은 주러한국대사관에 문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세례메티예보 공항(위)와 공항 열차/사진출처:공항SNS, 현지TV 화면 캡처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법적 근거 없이' 러시아에 체류하는 외국인(불법 체류자)은 2025년 4월 30일까지 러시아를 떠나도록 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불법 체류자들이 러시아에서 계속 활동하려면 이민국에 생체 인식 및 의료 데이터, 러시아어 능력 증명서를 제공하고 임시 거주지 및 취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법령은 특수 군사작전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러시아에 입국한 구소련권(특히 중앙아시아)출신 이주 노동자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당국의 감독도 강화된다. 오는 3월 5일부터 경찰은 불법 체류자의 거주지를 임의로 출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모바일 기기와 위치 정보, 결제 시스템 등을 이용해 불법 체류자의 정보를 감시할 수 있다. 또 은행에서 이들의 계좌와 자금 이동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또 불법 체류자를 특별감시 대상자 명단에 올려 부동산·자동차 구매, 자동차 운전, 러시아 내 이동, 결혼, 은행 계좌 신규 개설 등이 금지할 수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는 6월30일부터 모든 공항과 육상 국경검문소에서 외국인의 생체 정보(얼굴 사진과 지문 등)를 수집한다. 한국인을 포함한 무비자 입국 대상 외국인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미리 얼굴 사진 정보를 직접 제출해야 한다.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은 입국 전 앱으로 정보를 제출하거나 러시아 행정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도모데도보, 셰레메티예보, 브누코보, 주코프스키 등 모스크바 주변 공항과 오렌부르크주의 마시타코보 육상 검문소에서 시범적으로 입국 외국인의 생체 정보 수집을 시작했다.
입국 외국인에 대한 생체 정보 수집은 2021년 12월부터 부분적으로 도입됐다. 장기간 러시아에 입국하는 노동 이주자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지문 채취와 얼굴 사진 촬영, 건강 검진 등을 의무화한 것이다.
◇ '비우호국' 투자가의 러시아 시장 철수 규제
러시아는 특수 군사작전 개시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에동참한 한국 등 40여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고 투자 활동에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비우호국' 국적자들이 러시아에서 부동산을 거래하거나, 러시아 기업의 유가증권, 주식 등을 매매할 경우 러시아 대통령이나 중앙은행, 지방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는데, 이 규정들은 새해에도 그대로 지속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사진출처:오픈 소스
특히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비우호국' 투자자는 보유중인 러시아 법인의 유가증권(주식, 지분 포함)을 매각하고 러시아를 떠날 경우, 자산 평가액 기준 최소 60% 할인된 금액(최대 40% 가격만 받을 수 있다는 뜻/편집자)으로 되팔고, 판매 금액의 35%(시장가치 기준)를 러시아 정부에 기부해야 한다. 자산 가치가 500억 루블 이상일 경우,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우호국' 국민의 해외 송금 제한(2025년 3월 31일까지)
러시아에서 근무하는 '비우호국' 출신 국민은 본인의 급여 범위 내에서 해외 송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러시아에 등록되지 않은 법인에서 일하는 개인은 러시아 밖으로 외화 송금이 금지돼 있다.
급여와 상여금, 인센티브 등 현지 소득에 따른 개인 소득세도 인상된다. 소득세는 새해부터 5단계 누진세율이 도입돼 최하 13%에서 최고 22%까지 부과된다. 개인의 소득에는 급여와 상여금, 인센티브, 임대 수익, 복권 상금 등이 포함된다. 투자 수익에 대한 소득세는 240만 루블까지는 13%이며, 이를 초과할 경우 15%다.
'우호국' 출신 외국인들(주로 중앙아시아 이주 노동자)은 월 최대 100만 달러를 해외로 송금할 수 있다. 은행이 아닌 사설 송금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최대 반출 가능금액은 월 1만 달러다.
◇ 관광세 도입
블리다보스토크의 한 호스텔 내부 모습/바이러시아 자료 사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등에는 관광세가 도입된다. 관광세는 숙박 서비스에 부과되므로 호텔과 호스텔, 에이비앤비 등 숙박 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세는 올해(2025년) 숙박비의 1%를 부과하고, 이후 매년 1%P씩 올려 2029년에는 최대 5%까지 오른다.
◇ 법인세 및 부동산세, 공공요금, 범칙금 인상
법인세는 기존 20%에서 25%로 인상된다. 그동안 법인세를 내지 않았던 IT 기업도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5%로 오른다. 다만, 법인 수익의 일부를 설비 구매 등에 재투자할 경우, 법인세를 3%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광물 채굴 라이선스를 보유한 법인의 세율은 기존의 20% 그대로다.
러시아에서 정기적인 기업 활동을 하지 않는(혹은 지사, 대표부를 운영하지 않는) 외국 법인의 법인세도 20%에서 25%로 인상된다. 주로 러시아와 라이선스 계약이나 부동산 계약에 따라 수익을 얻는 법인이 이에 해당한다.
고가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된다. 3억 루블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개인이나 단체가 물어야 할 세금은 정부(혹은 지자체)의 재량에 의해 현재의 2.0%에서 2.5%까지 늘어나고, 3억 루블 이상의 토지를 보유한 개인이나 단체에게는 세금이 기존의 0.3%에서 1.5%까지 인상된다.
오는 7월 1일부터 가스, 물, 전기 등 공공요금이 약 11.9% 인상된다. 이에 따라 가구별 월 평균 공공요금 지출액은 약 8천 루블로 예상된다.
모스크바 시내의 차량 흐름 모습/사진출처:픽사베이.com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은 1월 1일부터 50% 인상된다. 과속의 경우, 규정 속도보다 시속 20㎞~40㎞ 초과하면 현재의 500루블에서 750루블로 오르고, 안전벨트 미착용은 1,000루블에서 1,500루블로, 역주행은 5천 루블에서 7천 루블로, 음주운전은 3만 루블에서 4만5천 루블로 인상된다.
◇ 공공장소 내 반려동물 입마개 미착용 시 범칙금 부과
공공장소에서 반려동물에게 입마개를 씌우지 않을 경우, 1,500루블~3,000의 범칙금(벌금)이 부과된다. 러시아는 6년 전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에 관한 법률을 도입했으나, 처벌 규정이 빠져 놀이터와 같은 공공장소에 입마개나 목줄이 없는 개 등을 데리고 나와도 주인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행정법이 개정되면서 새해부터 범칙금 부과가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