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되기 이전 설악권~수도권 이어준 유일한 국도 통행량 감소에도 캠핑족 발길 줄이어
구만동계곡 끼고 많은 캠핑장 운영 만해마을·백담사 등 주변 볼거리 풍성 속초·고성·양양 이동 편한 것도 장점
고성에서 시작한 국도 46호선은 인제로 이어진다.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설악권에서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국도였으나 이제는 통행량이 줄어든 길. 그런데 여전히 이 길을 따라 인제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갖는 자연을 몸으로 만끽하려는 ‘캠핑족'들이다. 늦여름, 청정자연의 모습으로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인제 용대리 캠핑장으로 향했다.
용대리 초입, 마치 매를 닮은 듯한 인공폭포 매바위가 취재진을 반겼다. 100m 높이 정상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에서 시선을 거두고 차로 달린 용대리 일대는 산과 강이 어우러진 시원한 모습이었다. 비가 살짝 흩뿌리는 날씨였지만 약간 어두운 채도의 자연 풍광도 매력적이었다. 한국 황태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곳인 만큼 도로 주변 황태 음식점도 눈에 띄었다. 또 도로 곳곳에 감응신호체계를 알리는 표지판도 자리했다. 불필요한 교통정지신호를 최소화해 시간을 단축하는 시스템이었다.
‘힐링가도'를 따라 달리다 구만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했다. 구만교로 들어서자 구만동계곡이 반겼다. 진부령계곡과 미시령계곡, 백담계곡이 합쳐진 계곡답게 아주 넓고 맑은 모습이었다. 이 구만동계곡을 끼고 여러 캠핑장이 모여 있었다. 강변야영장, 폭포캠핑장, 백담 계곡 오토캠핑장, 설악 오토캠핑장, 돌배야영장 등이 하나의 마을처럼 캠핑족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구만교를 건너 바로 보이는 구만동펜션 오토캠핑장에 들어섰다. 자리 잡은 지 35년이 지난 캠핑장이라고 했다. 이날은 조금씩 내리는 비로 계곡에 사람들은 없었지만 바로 옆에 계곡이 있어 물놀이를 즐기기도 좋아 보였다. 울창한 나무들 아래 각양각색의 텐트가 눈에 띄었다. 캠핑장 한쪽에 설치해둔 트램펄린에서는 아이들도 즐겁게 뛰놀았다. 국도 46호선을 지나는 차 소리가 계곡의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 곳, 계곡을 바라보며 감자를 구워 먹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편, 언니와 함께 캠핑장을 찾은 김옥자(56·서울 송파구)씨가 쌀과자를 쥐어주며 반겼다. 이번 캠핑은 3일째라고 했다. 25년 전부터 가족과 함께 빠지지 않고 매년 한 두 차례 캠핑을 하기 위해 인제를 왔단다. 그때는 서울에서 오려면 9시간이 걸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2시간이면 온단다. 그는 “공기가 청정하고 주변 자연 풍광이 좋아 인제를 꼭 찾았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지만 샤워시설도 잘 돼 있어 문제없다. 무엇보다 캠핑장을 중심으로 주변 볼거리도 많고 40분 남짓한 속초, 고성, 양양을 즐기다 가 오기에도 편하다”며 “일상과 고민을 잊을 수 있다는 게 캠핑의 매력”이라고 꼽았다.
자갈 깔린 캠핑장을 걸어봤다. 이제 막 텐트를 치기 시작한 연인,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 중인 가족들이 저마다 오손도손 추억을 쌓아 가고 있었다.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치유받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장 밖을 나섰다. 만해마을, 여초김응현서예관, 한국시집박물관, 인제내설악미술관, 백담사 모두 근방이었다. 이 중 만해마을과 백담사를 들렀다. 캠핑장에 이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휴식의 공간이었다. 평일 오후였지만 백담사를 찾는 이가 많아 백담사에서 내려오는 버스는 만석이었다. 어느덧 비가 그쳤다. 맑게 갠 인제의 풍경을 뒤로 하고 국도 46호선에 올랐다.
인제=이현정기자 togethe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