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김천의 '모티길'
험준한 산을 일으키며 남서쪽으로 내달리는 소백산맥은 여수반도에 이르러 바다로 몸을 낮춘다. 그 사이에 우뚝솟은 황악산(해발 1111m)과 수도산(해발 1317m). 행여 겨울을 놓칠세라 산은 온몸으로 백설을 껴안고 있다. 직지사 가는 길 백두대간 황악산 자락에 뚫린 길이다. 비로봉과 백운봉, 신선봉, 운수봉을 꿰차고 있는 황악산은 산세가 완만하고 겨울 눈꽃이 일품. 모티길은 대항면에 자리한 직지초등학교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방하치마을을 거쳐 방하재, 돌모마을, 직지문화공원까지 10㎞ 거리. 대략 3시간쯤 걸린다. 결코 짧지 않지만 겨울에 나서도 무리가 없을 만큼 길은 편하다. 방하치마을 돌탑 여기서 조금 더 오르면 참나무군락이다. 이를 활용해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집도 제법 많다. 문말순 문화관광해설사는 "김천 표고버섯은 전국적으로 알아준다"고 자랑이다. 장딴지가 뻑뻑해질 즈음 방하재에 닿는다. 방하치마을에서 올라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고개다. 하산길은 급경사다. 쌓인 눈이 종아리까지 차고 올라온다. 평지로 내려서면 돌모마을이 기다린다. 200여년 전 조씨·류씨 두 선비가 마을을 개척할 당시 돌이 많아 '돌모(乭毛)'라는 이름을 얻었다. 호두나무가 유난히 많은 이 마을은 전통주막 등을 복원해 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직지문화공원 돌모마을에서 마지막 코스인 직지문화공원까지는 903번 지방도로를 따라 간다. 반대편 길은 바람재로 향한다. 바람이 넘나드는 고개다. 귓불을 스치는 바람 끝이 매섭다. 직지문화공원은 직지사 바로 앞에 조성된 문화예술공원. 공원 한쪽 외곽은 성곽과 담장이 감싸고 있다.
그 안쪽으로 원형음악분수와 조각품, 시비산책로 등이 있어 지친 다리를 쉬어갈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크다는 2개의 장승이 명물로 꼽히고 바로 옆에는 세계도자기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황악산이 품고 있는 직지사도 필수코스. 신라 눌지왕 2년(418년) 고구려의 아도화상이 지었다는 설이 있다. 일주문으로 향하는 길은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한 모양새다. 일주문을 지나면 금강문이 나오고 이어 대양문과 사천왕문을 거쳐야 비로소 대웅전에 닿는다. 사명대사가 출가한 절집에는 석조약사여래좌상과 대웅전 앞 3층석탑, 비로전 앞 3층석탑, 대웅전 삼존불 탱화 3폭, 청풍료 앞 3층석탑 등의 보물이 1600년 역사를 대변해준다. 비로전에는 천불상 중 벌거벗은 동자상을 본 사람은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수도산 녹색숲 모티길 자작나무 숲길 해발 400m에 자리한 증산면은 김천에서도 가장 오지다. 모티길은 이곳 수도리에서 출발해 수도산과 단지봉 중턱, 낙엽송보존림을 거쳐 황점리로 이어진다. 거리는 15㎞. 눈길을 헤쳐가자면 5~6시간쯤 걸려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출발 전 옛날솜씨마을과 청암사, 수도암은 꼭 들러볼 것. 수도암 가는 길 초입에 있는 옛날솜씨마을은 주민 모두가 옛 솜씨를 한 가지씩 갖고 있어 다양한 체험을 접할 수 있다. 수도산자락에 터를 잡은 청암사는 헌안왕 3년(859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비구니 사찰이다.
절집 주변 계곡 바위에 항상 이끼가 끼어 '푸른 바위(靑巖)'란 뜻의 이름이 붙었다. 1987년 승가대학이 만들어진 청암사는 배움의 글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경내 극락전은 장희빈에 밀린 인현왕후가 복위를 기원하며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수도암 아늑하고 소담스러운 사찰 풍경을 가슴에 품고 모티길로 나선다. 임도 삼거리 좌측 산불감시 초소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해발 1000m에 뚫린 숲길이다. 초반 300m 정도 가파른 구간을 지나면 길은 내내 평탄하다. 길은 우측 하얀색 펜션 앞에서 갈라진다. 좌측은 '아름다운 임도 100선'에 이름을 올린 길로 수도마을로 향하고, 우측은 황점리로 간다. 잠시 숨을 고른 뒤 황점리로 방향을 잡는다. 종아리까지 눈이 차오르는 숲길에는 자작나무가 빼곡하다. 산사면 전체가 음나무로 꾸며진 조림지도 볼 수 있고 낙엽송과 참나무도 어깨를 겨룬다. 메마른 겨울, 새하얀 눈을 이고 있는 숲은 풍성하다. 수도산 겨우살이 한 모퉁이를 돌아서니 나뭇가지 위에 둥지를 튼 겨우살이가 듬성듬성 눈에 띈다. 겨우살이는 3월에 황색 꽃을 피운다. 헐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저 멀리 수도암이 아련하다.
유황을 구워 상납하던 황점이 있던 마을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황점리마을은 천주교 박해를 피해 공소를 짓고 신앙생활을 했던 흔적이 지금껏 남아 있다. 모티길은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멋스럽다. 하지만 번잡함이 눈 속에 파묻힌 이즈음엔 사색에 잠겨 홀로 걷기에 더없이 좋다.
직지문화 모티길은 경부고속도로 김천IC에서 추풍령방면 4번 국도를 따라 가다 903번 지방도로를 타면 된다. 증산면은 김천IC에서 거창방면 3번 국도를 타고 가다 30번 도로에서 좌회전하면 옛날솜씨마을 이정표가 나오고 여기서 우회전하면 된다. 계림사, 개령향교, 성산여씨하회댁, 연화지, 오봉리 석조석가여래좌상 등 참숯가마집(054-437-3735)은 숯불삼겹살구이가 맛있고 옛날솜씨마을(018-780-0150)은 손두부가 유명하다. 이외에 장개식당(054-436-9666), 성주할매묵집(054-436-0280) 등이 있다. 단지봉식당 & 민박(054-437-0359)은 문화관광해설사 문말순씨가 운영하는 집으로, 숙박객에게 관광지를 자세히 설명해 준다.
이외에 김천파크관광호텔(054-437-8000), 바람재돌집민박(054-437-6694), 청암민박(054-437-0395) 등이 있고 뉴리베라모텔(054-430-8925)과 프로포즈모텔(054-432-3012), 오페라모텔(054-433-2055)은 한국관광공사 굿스테이 인증 숙박업소다. 김천시 새마을 문화관광과 (054)420-6063, 대항면사무소 (054)436-6301, 증산면사무소 (054)437-0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