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8. 15
몇몇 환경 단체가 1월 말~2월 초 “대통령은 물 개혁 정책을 혁신적으로 추진할 후보를 수공 사장에 임명하라”는 성명을 내거나 시위를 했다. 당시 수공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서 최종 후보 다섯 명으로 압축된 상태였다. 환경 단체들은 그중 네 명에 대해 ‘4대강 사업 A급 찬동 인사’ ‘물의 과학성을 저버린 인사’ ‘묵을 대로 묵은 수공 고위직’ ‘4대강 조사평가단 방치’ 라며 반대했다. 결국 남은 박재현 인제대 교수를 임명하라는 것이었다.
▶ 환경부 주변에선 돌연 사표를 내고 수공 사장직에 지원한 홍정기 4대강 조사평가단장 내정설이 돌았다. 1급 공무원이 사표 낼 정도면 언질이 확실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었다. 누군가 홍 단장에게 "축하합니다"라고 전화하니 "잘 부탁합니다"라고 대답하더라는 말도 돌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2월 말 박 교수를 수공 사장에 임명했다. 환경 단체들은 축하 성명까지 냈다. 홍 단장은 그로부터 한 달쯤 후 환경부 차관 발령이 났다. '미안했던 모양'이라는 말이 나왔다.
▶ 박재현 교수는 낙동강 창녕함안보 건설로 주변 지역 침수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는 등 4대강 사업을 초기부터 반대해왔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모든 보 철거를 주장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아 2016년 인제대 교수들의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선언을 앞장서 주도했고, 대선 때 문재인 지지 선언, 지방선거 때는 김경수 지지 선언에 참여했다.
▶ 댐 운용을 맡은 수자원공사는 국토부 산하기관이었는데 2018년 5월 환경부로 관할이 바뀌었다. 수량과 수질을 통합한다는 '물관리 일원화' 조치였다. 4대강 사업 주무 부서였던 국토부에 대한 정권 핵심들의 부정적 시각도 작용했을 것이다. 묘하게도 그때부터 수공은 댐의 여름철 수위를 국토부 시절보다 크게 높였다. 섬진강댐의 경우 7~8월 저수율이 2017년엔 13~33%에 불과했는데 올 7월 말엔 85.7%였다. 용담댐은 90.2%, 합천댐은 93.4%나 됐다.
▶ 과거 국토부는 홍수기에는 수위를 최대한 낮춰 놓고 만일의 집중호우에 대비했다. 반면 환경부는 장마 후 녹조가 피기 시작하면 댐 물을 방류해 녹조를 제거하려고 댐에 물을 과도하게 담아두게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 결국 정부는 홍수 방지보다는 수질 관리에 관심이 많은 환경부에 댐 관리를 맡겨 위험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4대강 사업 하수인이라고 수공을 집중 비판해오던 교수를 수공 사장에 임명한 것도 수공의 댐 관리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shhan@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