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오 촉
최종천
익을 대로 익은 홍시 한 알의 밝기는
오 촉은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
내 담장을 넘어와 바라볼 때마다
침을 삼키게 하는, 그러나 남의 것이어서
따 먹지 못하는 홍시는
십오 촉은 될 것이다
따 먹고 싶은 유혹과
따 먹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마찰하고 있는 발열 상태의 필라멘트
이백이십짜리 전구를 백십에 꽂아 놓은 듯
이 겨울이 다 가도록 떨어지지 않는
십오 촉의 긴장이 홍시를 켜 놓았다
그걸 따 먹고 싶은
홍시 같은 꼬마들의 얼굴도 켜져 있다
-『눈물은 푸르다』, 큰나(시와시학사), 2002
#최종천_십오_촉
카페 게시글
◎ 시갤러리
최종천, 십오 촉
이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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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6
24.08.23 11:1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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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를 읽는데 머리속이 환하다.
홍시가 건너와 켜지니 최소 60촉.
시는 정말 못 말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