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을 축하합니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상상을 펼치는 재미난 이야기 《구운몽》
서정오-보리출판사 《구운몽》은 ‘아홉 구름의 꿈’이라는 뜻으로, 조선 시대 문인 서포 김만중 선생이 쓴 소설입니다. 줄거리가 흥미진진하고 아기자기하여 오랫동안 수많은 백성들 사랑을 받으며 전해 왔지요. 그러다 보니 이본도 많이 생겨서, 한문으로 된 것과 한글로 된 것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전해 옵니다. 《구운몽》은 꿈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이자, 한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는 그림틀(액자) 소설입니다. 짜임이 매우 촘촘하여,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앞에 일어난 일과 뒤에 일어나는 일이 거미줄처럼 정교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작가 김만중 선생을 천재 소설가라 일컫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본디 이야기는 묘사가 매우 자세하고 그 길이가 무척 깁니다. 길고 자세한 묘사는 장점일 수 있지만, 오늘날 어린이들이 읽기에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다시쓸 때 여러 대목을 빼고 간추려 길이를 상당히 줄였습니다. 또 어려운 말은 모조리 쉬운 입말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바탕이 되는 줄거리는 어디까지 원본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이야기는 성진이라는 주인공이 꿈속에서 겪는 일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줄거리는 재미있지만, 옛날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라서 오늘날 우리 생각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한 남자가 두 부인에게 장가 드는 일이라든가 혼인할 때 신부의 뜻이 거의 무시되는 일 따위입니다. 남자에게는 오로지 임금에게 충성하여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는 일이, 여자에게는 아름다운 겉모습과 손재주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말하는 대목도 우리로서는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곳은 다시 쓰는 과정에서 조금 손질하기도 했지만, 줄거리를 허물 수는 없어서 대부분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그러므로 책을 읽다가 비록 주인공 행동이나 생각에 동의하기 어려운 곳이 나와도, 나중에 그것을 모두 뉘우치고 깨닫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이 야기의 고갱이는 결국 헛된 욕망을 경계하는 데 있으니까요. 아무려나 비판할 곳은 비판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읽으며 꿈과 현실에 대해 나름대로 깊은 생각을 해 볼 수도 있겠고, 옛날 벼슬아치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옛날 풍습과 제도 같은 것을 오늘날과 견주어 이해하고 따져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소설을 읽는 재미는 이야기 줄거리를 따라가며 마음껏 상상을 펼치는 것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