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오래전 내가 현역에 있을 때의 일이다. 전문가 인터뷰를 해야하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 찾아졌다. 힘들게 그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나의 소개를 하자마자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그곳 매체와 인터뷰하지 않습니다라는 엄청난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큰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한시의 망설임없이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그의 인터뷰를 성사시키지 못해 회사로 돌아와 데스크에게 엄청난 피곤함을 겪어야만 했다. 나는 당시 무슨 가치의 차이인가...그렇다면 오라고 말이나 하지 말지... 생각했지만 그의 지적이 너무도 당연한 것임을 깨닳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 당시 내가 몸담고 있던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했다. 새로 생긴 회사로 옮겨갔다. 그때 나의 동기이자 그당시 참 친했던 인물에게 물었다. 왜 떠나려고 하느냐고. 그의 대답은 자신의 가치관으로 이곳에 있기가 너무 민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했다.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가치가 달라 인터뷰도 안해주고 회사도 떠나는데 나는 도대체 뭔가 하고 말이다. 지금와서 말하지만 사실 그당시 그런 새로운 회사에서는 나처럼 가치관이 다른 인물을 원하지 않았던 것같다. 협회나 노조같은 곳에서 악악대는 인물을 그당시 누가 좋아했겠는가. 사람은 당사자가 되지 않고서는 그 상황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것이다. 나는 그 당시에도 그들이 말한 그 가치관을 존중했다. 지금도 그렇다.
한국의 아주 유명한 생물학자가 있다. 지금은 내가 엄청나게 존경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몇년전까지 그에대해 아주 싫어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아내가 어느날 모 교수님이 쓴 이 책 읽어볼테야, 내가 읽어봤는데 정말 대단하고 훌륭한 지적이 참 많네...바로 그 교수였다. 나는 그때 아내가 준 책을 몰래 버렸다. 왜냐면 그 교수가 오랫동안 연재했던 칼럼이 바로 그 유명한 한국 보수신문 아니 수구신문의 대표적인 매체였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그 가치관이 생각났다. 아하 그 교수는 그 매체와 가치관이 맞는 인물이구나...그런 인물의 주장은 보나마나 그렇겠지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붕괴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 교수가 돌고래 제돌이 제주 방류 대책 위원장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이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을 자세히 보았다. 그랬더니 그것은 그 보수매체의 가치와 전혀 다른 가치였다. 알아봤더니 뭔가 한국에서 생태복원 그리고 환경보호를 위해 알리고 싶은데 다른 매체에서는 관심이 없고 그런던 차에 마침 그 매체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고민끝에 그 매체의 가치와 전혀 관련없는 선에서 기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그 교수가 당시 그 매체의 가치관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주장하는 그 가치가 그 매체가 가진 부정적 가치를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나는 생각한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가치는 분명이 존재하고 타 집단과의 가치관의 차이는 분명히 상존한다고 말이다. 누군가 자신은 보수적인 집단에 있지만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그말을 들여다 보자. 겉으로는 멋진 표현이지만 그말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허구투성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집단은 자신의 조직에 대해 정체성을 표방한다. 우리는 이런 조직이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성향을 모르고 그런 집단에 들어갔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여당이라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잡음은 바로 그 집단의 가치관을 모르고 들어간 사람들의 하소연에 불과하다. 모르고 들어갔다면 그것은 무지의 소치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런 집단의 성향 나아가 가치관을 바꾸겠다고 입성했다면 아이고 정말 소가 웃을 일 아닌가.
가치관이 모호한 집단이 또 있다. 뭔지 모르겠고 그냥 공천받아 엄청난 연금받고 몇번 더 하다가 지역구에서 떵떵거리며 살겠다는 그런 가치관을 가진 인물들이 다수 모여있는 집단도 분명히 있다. 좀 편하게 국회의원 오래하고 싶은데 돈키호테같은 인물이 들어서는데 환영일색일 수는 없을터. 공천권을 가진 대표가 마구 휘저을텐데. 마치 경기도 계곡에서 불법행위하면 아작내겠다는 그런 인물이 들어오는데 불편하겠지. 피곤하겠지. 그냥 좀 모자란 정권에서 국회의원 해 드시려고 하는데 무슨 이런...그래서 난리치는 바로 거대야당이라는 바로 그 야당이라는 그 당이다. 하지만 그런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바로 그 가치관을 제대로 확립못해 그 꽃길을 열어줬는데도 개판치고 지금 가시밭길을 가고 있지 않는가. 가치관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깨닳아야 한다.
가치는 그 인물 나아가 그 조직 더 나아가 그 사회를 형성하는데 가장 근본이자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가치관이라는 것이 아예 없거나 가치가 아주 다른 집단과 어떻게 화해를 이루고 융화를 이룩하겠는가. 어릴때부터 아주 친하게 지냈던 죽마고우도 그 가치가 달라지고 융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면 만나지 않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만나 싸우고 그 괜찮았던 과거도 허사로 돌리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이제 처음 만나는 사람도 바로 그 가치가 비슷하면 순간 엄청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친한 벗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그 시절 가치관이 다르다며 아주 쌀쌀맞게 대해준 그 분이 나는 솔직히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지금도 그런 가치관이 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22년 8월 2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