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정 현안을 조율할 고위 당청협의기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주말 첫 회의를 열었던 3+3 회의다. 열린우리당에서 신기남 의장,천정배 원내대표,홍재형 정책위 의장이 참석하고 청와대에서는 김우식 비서실장,김병준 정책실장,이병완 홍보수석이 참석한다.
회의 구성원의 성향을 살펴보면 개혁파와 실용파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신 의장과 천 대표는 대표적인 개혁파로 분류된다. 신 의장은 의장 취임 일성으로 “언론·사법개혁,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위해 당력을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밝혔고,천 대표 역시 ‘중단 없는 개혁’을 내세우며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최근 두 사람은 각종 현안에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을 대표한다는 위치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 문제와 관련,재검토 입장을 보였던 천 대표도 최근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개인의견 표명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초반의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가 진정되고,상임위나 분과위 등 여론수렴 시스템이 가동될 경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천 대표나 신 의장 등이 “당과 청와대는 대등한 수평적 관계”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기본적으로 청와대 참모들의 성향은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점에서 실용파로 분류된다. 이른바 ‘실용적 개혁주의’다. 하지만 그 내부에서도 약간의 차별성이 있다. 김병준 정책실장은 개혁 성향이 강하다. 김 정책실장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주로 행정부처를 개혁으로 몰아붙이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과 함께 노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개혁 성향 교수 집단을 대변한다는 특징도 있다. 김우식 비서실장은 이른바 우리 사회 주류세력의 의견을 가감 없이 노 대통령에게 전달해왔다. 이병완 수석의 경우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노 대통령 의중을 전달하는 홍보수석이라는 위치에 있다. 홍재형 의장은 개혁적이라기보다 전문관료 출신으로 보수적 성향의 의견을 주로 내놓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3+3회의가 순항하면서 국정 혼란상을 정리하고 풀어낼지 단정하기 어렵다. 우선 회의를 바라보는 우리당과 청와대간의 미묘한 인식차가 감지된다.
우리당은 회의가 명실상부한 최고논의기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부겸 당의장 비서실장은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고위 당정협의기구를 제외하면 최고위급 회의기구”라면서 “정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2주에 한 번꼴로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중요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할 경우 노 대통령의 참석도 자주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당 입장은 3+3회의가 당의 의견을 청와대에 직접 전달하는 매개체로 상정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청와대는 3+3회의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행정부와 국회의 자율권 존중을 강조해왔고,당청 관계도 정책을 중심으로 한 관계 설정에 비중을 두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주요 현안에 대한 결정은 당정회의를 통해 이뤄지며,당청회의는 현안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정례화나 노 대통령의 지속적인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