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뒷이야기
속담에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에 잘 맞춰나가야 하는 게 어디 이것뿐이랴.
눈이 맞는다 함은 두 사람의 눈치가 서로 통하거나
남녀 간에 서로 사랑하는 뜻이 통함을 이르며
입을 맞춘다 함은 상대방의 입, 볼, 이마, 손 따위에 입술을 대어
사랑, 존경의 뜻을 나타냄을 이른다.
하지만 배가 맞는다 함은 남녀가 남모르게 서로 몸을 허락하거나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는 데 서로 뜻이 통함을 이름이니
맞춰나감에 욕먹을 일이 있기도 하다.
손이 맞는다 함은 함께 일하는데 서로 보조가 맞음을 이름이고
발이 맞는다 함은 여러 사람의 걸음걸이가 서로 맞음을 이름이요
손발이 맞는다 함은 남과 힘을 합쳐 무엇을 할 때에
서로 잘 맞음을 이름이다.
그러고 보니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속담은
설사 나뿐 일이라 하더라도
서로 보조가 맞아야 함을 강조하는 뜻이요
세상에 혼자는 살 수 없음을 일깨워주는 것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와 달리 마음이 맞는다 함은
생각하는 것 따위가 같아 잘 어울림을 이름이요
손발이 된다 함은 손과 발같이 그 사람의 뜻대로 움직임을 이름이니
마음에 둔 대상이 있다면 마음을 다 바쳐 손발이 되어도 좋을 일이다.
손에 맞는다 함은 다루기 쉽고 편함을 이르는 말이요
입에 맞는다 함은 맛이 있어서 입에 당긴다는 뜻이지만
세상에 제일 맛있는 음식은 어머니 수만큼 있다고도 하는데
그런 어머니의 손맛을 자식들은 잊을 수 없을 테니
그래서 아내들은 불쌍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입맛에 길들여진 남편의 입맛을
어머니 아닌 누가 맞춰줄 수 있으랴.
그래서 아내들은 불쌍할 수밖에 없다고 해본다.
전윤수 감독의 영화 <식객>은
최고의 맛 자랑을 하는 운암정의 대를 잇는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천재요리사 성찬(김강우 분)과
승부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봉주(임원희 분) 사이의
다툼이 격렬한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일단 봉주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다시 조선시대 최고의 요리사 대령숙수(待令熟手)의 칼이 발견되면서
이 칼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누구일지를 뽑는 요리대회가 열리게 되는데
다시 격돌하게 된 봉주는 현대의 조리법을 동원해 현란한 요리를 만들어내지만
성찬은 투박한 육개장을 끓여 내놓을 뿐이다.
웅성거리는 가운데 다시 봉주의 승리가 확정되는 듯했지만
대령숙수의 손맛에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이 감탄했던 요리는
바로 육개장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승리는 성찬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온 정을 쏟아 기른 소를 잡은 뒤
연한 육질을 정갈하게 발라내고
여기에 청정지역의 고사리와 고추기름을 넣어 얼큰하게 끓여
우리 고유의 맛을 냈던 것이다.
나라의 주권을 잃고 일본에 끌려간 뒤에도
일본문화에 만족하지 못하고
서글픈 생활을 하던 순종이
대령숙수의 칼에서 우러나온 육개장을 들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지만,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얄팍한 회유를 거절하고
민족의 혼을 되찾고자 몸부림치던 선열들의 기상을 떠올리게 하면서
그것도 선지자와 보통사람들 사이의 손발이 맞아야 했음을
영화는 상기해 줬다.
임진왜란 누란의 위기 때
오리 이원익과 선조가 마음이 맞지 않았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서애 유성룡과 성웅 이순신의 손발이 맞지 않았더라면 또 어찌 되었을까?
참으로 아찔한 역사의 순간이었다.
나는 이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명절 때마다 부모와 자식들이 손맛 입맛을 따라
한 지붕 아래 다붓한 가정분위기를 내던 시절이 그립다.
그럼에도 음식 장만하기가 귀찮다거나
집에서 차리는 것보다 외식이 더 경제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무엇에 서로 맞춘다기보다 뿔뿔이 흩어져
모래집단이 되고 있으니
지지고 볶으며 들기름 냄새 솔솔 풍기던
그 주방 안방 사랑방 대청마루의 모습들이
몹시도 그리운 거다.
첫댓글 맞는 것중에
마음맞는 게 제일이겠지요.
명절 잘 보내시고
복많이 받으셨지요?
내애~~ㅎ
그런데 복은 짓는거래요.
앞으로 많이 지읍니다.
이런 말이 있어요.
시어머니가 자주 만드셨던 음식
한가지만 제대로 배워두면 평생 남편 입맛을 맞출 수 있다고...
저는 3가지 음식은 시어머니 손맛을
제대로 밥상에 올리고 사는거
같아요.
두부새우젓 찌게.나막김치.
소금에 절인 동태조림.이음식은
늘 칭찬 받아요.ㅎ
이번 명절도 할아버지는 신나고
저는 힘들고 그런시간을 보내고
홀가분 합니다.ㅋ
올해도 건강하셔요~^^
지이나여사야
일등 아내 일등 며느리 일등어머니일텐데 뭐.~~~
이러면 뭐 없을까요?
내 후배는 연애시절에 버섯찌개가 일품이라고 칭찬했더니
평생 그것밖에 모른다고 투덜대던데 ㅎ
우리 남편이 어려서부터 익숙한 어머니 손맛을 그리워하듯,
우리 딸들은 곰손인 엄마일 망정 제가 해준 음식을 늘 맛나게 먹어줍니다.
차려준 밥상에 엄지 척을 늘 아끼지 않는 내 새끼들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우리 입짧은 남편은 어머님 손맛과 헤어진 뒤
솜씨도 없고 시간도 없는 마눌 음식과 쉬 친해지질 못해 피차 스트레스가 컸는데
세월의 힘으로 이젠 마눌표 음식을 그런대로 잘 먹고 삽니다. ^^
잘하시네요.
그렇게 맞춰 나가야겠지요.
제아내는 섞어서 익히고 숙성시키고 맛내는걸 잘 못해서
저는 싱싱한 샐러드 류를 좋아하는데요.
ㅇ아 좋은 글 3학점 입니다.
네에 ㅎㅎ
우리 아들은 아직도 짜다와 맵다를 구분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미식가?인 어미를 둔 아들이 엄마 짜요! 해서 뭐이 짜다고
하고 맛보면 매운 것이고 엄마 매워하면 짠것입니다 아들이 약지 못하고
순딩이로 커서 그럴까요 아니면 어미가 너무 억세고 화를 잘내서 기가 죽어 그럴까요
그래도 엄마와 먹는 밥을 좋아 하고 엄마가 잘보는 음식 프로를 엄청 좋아하지요
딸은 짜도 엄마꺼라서 좋다 하고 매워도 엄마 손맛이라서 좋다 합니다
이런 음식의 행복을 암과 싸우면서 항암으로 입안이 다 헐어 아무 맛을 못 느끼며
그때도 아이들 밥을 차져줬지요 아이들은 병든 엄마의 손맛에도 아무런 지장 없는 듯
잘 먹어 주더군요 세월이 왜 이리 빠른지요
네에 여하튼 신이 손이 부족해서
어머니를 뒀다는 말이 맞는것 같아요.
저도 초여름 채 여물지 않은 빨간 고추를 듬성듬성 찧어 담은 어머니의 열무김치가 어찌 그리 맛있던지~
저는 음식을 전혀 모르는 아내와 결혼하여
첨 엔 라면으로 때우다가
발견한 게 겨란 국이었습니다.
끊는 물에 겨란 풀어 넣고 파 썰어 넣고 소금으로 간하는..
그래도 맛있다 당신이 최고라 말을 한 저의 잘못으로
거의 일 년을 먹다 보니 닭이 웬수 처럼 느껴졌습니다
용기를 내어 말했죠
여보 메뉴를 바꿔줘~입에서 닭 ㅇ 냄새가 난다니까~
그 휴유증으로 지금도 냉장고에 겨란은 없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더욱 건강하시어
기쁨 가득한 갑진년 보내시길 기원 드립니다.
ㅎㅎ
저하고 비슷하네요.
시골바다님 오랜만입니다 ㅎ사모님 요리 솜씨 참고 사신 지아비의 어진 인품 높이 사드릴께요 조아래 석촌님 처지도 공감합니다 인내와 헌신~~
선배님 말씀대로 지지고 볶으며 들기름 냄새 솔솔 풍기던 그때가
정겹고 그립습니다. 편히 주무세요...
그게 우리네의 고유한 향내였는데요...
100% 공감하는 글에 감사 함을 드립니다!~~
어머니의 손맛 그 맛 잊지 못하지요..
흉내 내어 보려해도 똑같지 않더이다..
아마도 그것이 향수 이고, 그리움 인거 같아요.
엄마들은 사랑으로 자식을 먹이니까요...
그런데 입맛 까탈 스러워서
어머니 맛도 부인의 음식도 자신이 한것도
별로 아닌걸로 표현 하는 사람은 정말 지켜보기 딱하더이다,
그런 사람 감사함을 모르는거 같아서
자신의 입맛 주장, 일방통행이라 호감도가 그렇더라구요.
이세상에는 내 입맛에만 맞는건 없지요
자신도 들여다 보면 미완성.
그져 그런가 보다 하고 아쉬워도 어울리며 감사하면 좋겠어요.
같이 선택한 사람도 친구도
그 모습에 완벽해서 살지 않거든요
장단점을 고려해서 사는거지요...
좋은글 읽으며 저도 반성 하면서요..
감사 드립니다!!~~~
무엇이든 좋은 인연으로 길들여지면
그 맛도, 그 멋도 좋게 느껴지게 마련이지요.
명절이 되면 저는 음식을 잘 만들지는 못하지만 나름 정성을 다해 울며느리가 좋아하는 잡채등 몇가지를 장만합니다.
개구장이인 제 손주 두 녀석을 알밤톨처럼 잘 키우는가 하면 깔끔한 성격이라 집안에는 먼지 한톨 보이지 않으며 살림도 알뜰살뜰 잘 하고 울아들과 알콩달콩 잘 살아가고 있는 고마운 울며느리에게 잠시라도 휴식 시간을 가지고 명절 날이라도 좀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줍니다. ^^~
네에, 좋은 시어미니시네요.
사실 아랫사람들은 육체적 어려움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