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9일 서태지가 컴백한 이후 많은 매스컴이 서태지란 인물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물론 그들 4년 7개월 동안 한결 같이 서태지를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보도도 약간은 있었지만.
그러나 그가 6집 앨범을 내고 시간이 흐를 수록 많은 미디어들은 서태지 그보다 그의 매니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디어들이 서태지보다 서태지 매니아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를 단지 '서태지 팬들이 많아서'라는 이유로 단정 내리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 해체한 인기 댄스 그룹 H.O.T의 팬들도 서태지의 팬들 못지 않게 많은 인원수를 자랑하지만 그들은 서태지의 팬들만큼 주목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서태지에게 우호적인 입장이다. 내가 서태지를 처음 접한 때는 95년이다. 사실 나는 음악. 특히 연예인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 4집을 내기 전까지는 그들을 몰랐었다.
어렴풋이 이런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 방학 때 내가 수영장을 가려고 차를 탔는데 내 옆자리에 앉은 내 또래의 학생 둘이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끼고 "예예예예예.." 웅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그 때 나는 '아..시끄러..'이렇게 생각하면서 얼굴을 찌푸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 해보면 그 웅얼거림은 서태지와 아이들 2집의 타이틀 곡인 하여가의 랩부분이었다. 그리고 2집만큼이나 어이없는 3집에 대한 기억도 있다. 어느 날 내가 우리 오빠한테 공테이프가 필요해 달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우리 오빠가 공테이프로 쓰라고 건낸던 보라색이 들어간 테이프. 그들의 3집 '발해를 꿈꾸며'였다.
그러나 나는 이듬해인 95년 10월 역시 어이없는 계기로 그들을 좋아하게 됐다. 친구가 나를 서태지 팬으로 착각하고 건낸 그들의 4집 포스터를 보고 웃기게도 그들을 좋아하게 됐다. 별다른 계기도 없이..그들의 포스터만을 보고..
친구가 4집 포스터를 건낸 95년 10월. 그 때부터 나는 서태지의 음악을 들었다. 사실 나는 스스로 생각해봐도 내가 듣는 것이 서태지의 음악이 아니라 서태지. 그 사람 자체인 것 같다. 내가 만약 진정으로 서태지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면 장르가 비슷한 다른 가수의 음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의 음악에 대한 어떤 의견이 있어야 할 텐데 나는 그렇지 않다. 그냥 서태지가 좋고 그가 만든 음악이라면 어떤 장르도 상관없이 좋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많은 태지 매니아들을 만날 때 그들 앞에서 너무 창피하다. 나도 다른 매니아들처럼 서태지의 '음악'을 듣고 싶기 때문에..그래서 그들과 당당히 서태지의 음악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기 때문에.. 내가 서태지를 좋아하는데도, 서태지 팬들 앞에서 창피해지는 이유..나는 그것이 궁금했고 그 이유를 찾고 싶었다.
당당하게 서태지를 사랑하는 수많은 태지 매니아들의 무엇인가를..
태지 매니아의 무엇인가를 찾으려면 95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4집에 수록 곡인 시대유감이 '공연심의윤리위원회'(이하 '공윤')으로 부터 가사 수정 조치를 받자 그 노래의 가사 전면 삭제로 맞선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그 사건을 계기로 벌어진 서태지 매니아와 '공윤' 과의 투쟁. 그 결과 '공윤'이란 뿌리 박힌 벽을 무너뜨렸던 추억. 아마도 이 기억이 태지 매니아의 무언가를 밝히는 단서가 될 듯하다. '공윤'의 폐지로 그들의 후배 뮤지션들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창작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위의 경우처럼 그들이 '서태지와 아이들'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와 싸워나가면서 이 시대 대중 문화를 향유하고 이끌어 나가는 주체로서의 당당한 권리를 행사한 과정. 그 과정에 중점을 두고 글을 쓰고자 한다.
‘빠돌이’,'빠순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자신의 우상에 대해 맹목적인 사랑을 보이며 합리적인 사고를 잃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10대 댄스그룹의 광적인 팬들을 말한다. 이들은 라이벌 연예인 홈페이지를 해킹하고, 자신의 우상과 CF를 찍은 배우를 협박하고,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자신의 스타를 지킨다며 경찰서 홈페이지를 다운시키기도 한다. 한마디로‘막가파’들인 셈이다. 이런 빠순이, 빠돌이 팬클럽이 사회적인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대중 음악판 전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모임은 '대바위'라는 조직이다. 그러나 대바위를 소개하기에 앞서 그와 관계가 깊은 한 사건에 대해서 살펴보자.
내가 대바위를 소개하기 앞서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한밤의 TV연예(sbs)'(이하 '한밤')사건이다. 지난 11월 7일 각 일간지에서는 '한밤, 서태지 립싱크 보도에 팬 집단행동' '서태지 팬 항의로 SBS 광고 취소 사태'라는 제목의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하지만 언론은 한결같이 '서태지 극성 팬들의 세 과시, 실력행사, 언론의 자유에 정면 도전'이라는 식으로 보도했고, 자각 없는 팬들의 집단행동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태지 팬들은 "'한밤' 관련 시청자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는, 서태지의 팬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시민이고 시청자이기 때문에 팬덤을 '오빠부대'로 몰아가고, 팬덤의 시청자운동에 쐐기를 박고 있는 현 여론을 정면으로 거부한다"고 했다.
그러면 왜 그들이 '한밤'에 문제제기를 하는가에 대해서 살펴보자.
사실 우리는 그 동안 시청자들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방송프로그램이 자신들의 잣대로 무수한 왜곡과 편파보도를 일삼는 행위를 목격해왔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한밤'이 있었다. '한밤'은 공중파 방송의 기본인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함은 물론, 연예인의 정체성 왜곡과 인권 침해 등의 잘못을 저질렀다. 사회자들의 편견에 가득 찬 발언들이 여과 없이 방영되었고, 시비여부가 엇갈리는 사건에 대해서도 '한쪽 편들어주기'식 편파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었다. '한밤'속에서 연예인들의 인권은 '시청자의 알권리'라는 미명하에 무시되었고, '한밤'에게 출연자들의 초상권 따위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의 불만이 지속되고, 방송위원회로부터 받은 경고와 주의조치가 누적되고, 수년간 몇 차례에 걸쳐 각종 '나쁜 프로그램, 최악의 프로그램'에 선정되어왔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전혀 시정의 기미가 엿보이지 않았다. (첨부자료 확인)
그리고 그 때, 이런 문제점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과 비판을 위해 태지 매니아들이 발벗고 나선 것이었다. 그들은 '황색언론반대 연합회'(이하 '황반련')를 조직해 왜곡된 보도를 하는 언론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그들의 권리를 찾으려 했다. 그것은 단지 그들의 권리가 아닌 우리 모두의 권리였다. 그들은 비단 '한밤' 뿐만이 아닌 권력 지향적인 언론 제도전반에 우리가 '주인'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 사회에서 문화의 주체로, 언론의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당당히 구현해나간다는 뜻이다. 그들 행동의 결과는 곧 나타났다. '황반련'의 건의를 통해서 '한밤'은 그간 저질렀던 행위에 대해서 반성하고 시정할 기미를 보였다. 물론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그리고 '황반련'이 거둔 또 하나의 수확은 사람들이 '한밤' 사건을 계기로 황색언론들의 문제를 인식시켜 주었다는 데에 있다.
그러면 다음으로 '황반련'의 뜻을 이어받아 '권력지향 적인 언론제도'에서 주인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조직된 대바위를 살펴보자. '대바위’라는 약칭으로 불리는‘대중음악 바꾸기 위원회’는 서태지가 대중음악계에 복귀한 후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없는 TV출연을 포기하자, 그의 팬들이 이 문제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탄생됐다.‘대바위’가 내세우는 모토는 ‘TV의 대중음악프로 개혁과 라이브 문화의 활성화’이다. 현재 대중 음악판은 십대 위주의 댄스 음악과 발라드 음악으로 채워지고 있다. 또한 TV의 대중 음악판에 대한 영향력이 지나칠 정도로 과도하여, 아무리 실력이 있는 뮤지션이라고 해도 TV가 원하고 제시하는 형태의 가수나 밴드가 아니면 자신의 음악을 보여 줄 수 없다. 일반인이 얻는 정보의 대부분을 TV가 제공하는 현실을 볼 때, 이는 뮤지션이 대중에게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대중 문화판을 바꾸기 위해서, 대바위가 생겨난 것이다. 대바위에서는 메일링리스트 등을 통한 서비스로 회원들에게 대중 음악판의 소식, 비평과 신곡 추천 등을 전하여 회원들의 정보공유와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대바위 자체로 인터넷 음악 방송을 하고 있다. 또한, 여러 인디 밴드의 콘서트를 홍보하고, 나아가 인디 밴드들과 함께 하는 공연을 준비중이다. 대중 음악판에 대한 여러 포럼, 대 언론활동 및 보고서, 보도자료,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 등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실제 이들은‘국내 가요순위프로그램 대안 모색’이라는 4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내놓아 음악계를 놀라게 했고,‘디아블로’라는 인디밴드 공연을 회원150여명이 단체로 관람해 라이브 문화 살리기를 몸소 보여 줬다.그리고 이들이 제시한 '대중문화 바꾸기'라는 보고서를 살펴보면 현행 공중파 순위프로그램에 대한 폐지의 정당성과 문제점 분석, 그리고 대체할 대안을 제시되어 있다. 생방송 순위프로그램 형식과 같은 낡은 틀의 구시대 프로그램이, 한국의 대중 음악판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TV의 ‘가요 소개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재 대중의 기호 및 외부시장, 인터넷 등 기술의 발전 추세가 앞으로의 대중 음악판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므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한국 가요계의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폐지와 함께 새로운 형식의 가요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와 함께 이들은 몇 가지 대안을 소개했다. 먼저 서태지가 활용했던 사전 녹화 방식. 이들은 서태지와 같은 사전녹화방식이 가수의 공연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며 전문 인력을 동원해 제대로 된 라이브 무대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이 자주 모방하는 일본 방송에서는 지금까지 한국이 따라하고 있는 형식의 생방송 가요순위 프로그램은 이미 인기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요즘 케이블을 통해 우리가 자주 접하는 프로그램인 '채널 V' 나 'm.net'과 같이 녹화를 통해 개별 가수의 무대를 특별히 꾸며주고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형식의 프로그램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가수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열악한 환경에서 립싱크를 하게 하는 것보다는 뮤직비디오나 공연실황을 중심으로 가수들을 소개하고 자료를 제공한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이 대중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은 “모임의 시작은 서태지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대중음악 전체의 개혁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로에서 길거리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방송사에 성명서 제출, 온라인 서명운동 등에 동참하고 있다. 과거 방송국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팬클럽의 모습에서 문제 있는 '대중 문화판'바꿔보자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위에서 언급한 대바위와 함께 대중음악계의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문화연대를 살펴보자.
문화연대는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와 대중음악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을 시작하며" 라는 선언문에서 그 동안 나름대로 자생력을 갖췄던 한국대중음악계가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문화적 인프라 없이 상업적인 성장만이 이뤄진 결과라며 문화적 가치추구로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공정성 없는 가요 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제 1과제로 선정했으며 공중파 방송의 무분별한 가수들 출연을 비판했다. 또 음반시장 정상화와 공연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시민캠페인의 시작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일부 장르에 편중된 가수들을 양성하고 상업적 성장만을 추구해온 기획사와 음반제작사의 불공정한 계약과 저작권 비리의 근절을 주장했다. 그들은 온라인상의 서명운동으로 방송사 가요순위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불만족 사례를 접수하고, 또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 운동을 지지하는 그룹들의 라이브 공연을 추진 했다. 이밖에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 음반유통 합리화, 음반 조세감면 법안 마련, 불법복제음반 근절, 라이브 공연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이 예정돼있다.
최근 대중음악 개혁 논의가 뜨겁다. 지난 연말 방송사들의 가요대상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연말 시상식 제도에 대한 비판여론이 형성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시민단체가 나서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 포럼을 열었다. 일부 메이저 신문에서도 대중음악 개혁을 기사로 다루는 등 대중음악계의 문제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이런 개혁 논의의 첫 번째 타깃이 방송의 가요순위프로그램으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 2월 8일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첫 공청회를 연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는 작년 12월 1일에서 올해 1월 14일까지 방송3사의 가요순위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얼마 전 공개했다.
조사 대상이 된 프로그램은 KBS '뮤직뱅크' MBC '음악캠프' SBS '인기가요' 이다.
문화연대는 이 프로그램들의 문제점으로 먼저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각 방송사의 기준을 보면 KBS는 전국의 2300명의 투표인단과 가요 선정위원단의 선정결과, 그리고 각 가요별 방송횟수를 근거로 해 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MBC는 자체적인 사전 리서치와 ARS, PC통신집계, 거리투표 결과를 종합하며 SBS는 가요심사위원단 투표와 리서치, PC통신, 음반판매량을 종합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문화연대는 이런 투표 방식이 중복투표를 막을 수 없으며 실제로 팬클럽 회원들이 극성인 가수가 순위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 각 방송사가 이런 자료들을 어떤 식으로 가중해 종합하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그나마 객관적인 상업적 인기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음반판매량 역시 기형적인 유통구조와 기획사들의 판매량 속이기로 제대로 된 집계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실제로 소매점에서 판 음반과 도매점의 매출 전표에 기재된 음반이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서태지의 앨범을 샀는데 조성모의 앨범으로 기재되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가요순위프로그램의 공정성은 집계의 투명성문제 뿐만이 아니다. 기획사와 방송 PD들의 결탁과 방송사의 가수에 대한 '괘씸죄' 적용도 공정성 시비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작년 가을에 컴백한 서태지가 MBC 독점 출연으로 '음악캠프'에서는 1위를 했지만 타사의 프로그램에서는 순위에 들지도 못한 것이나 KBS '뮤직뱅크'를 통해 컴백무대를 가진 엄정화와 임창정이 한동안 MBC와 SBS의 프로그램에 한동안 출연할 수 없었던 것은 '괘씸죄'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이들 프로그램은 10대 위주의 편성으로 인해 장르 편중을 심화시키고 있었다. 문화연대의 모니터 결과 방송 3사 모두 댄스 음악이 50%이상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발라드가 24%-34%를 차지했으며 트롯이나 락 등 기타 장르는 7%-14%에 불과했다. 이는 인터넷 등 음악 전문 채널을 통해 보여지고 있는 대중들의 다양한 음악 욕구를 왜곡하고 있으며 장르적 특성을 무시한 폭력적 행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연대는 가요순위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의심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음악프로그램을 표방하면서도 음악적 지식이 전혀 없는 또 다른 10대 스타들이 진행하고 있었다(뮤직뱅크- 이나영, 이휘재 음악캠프-류시원 인기가요-송창환, 소유진). 또 출연 가수의 54%-78%가 립싱크를 했으며 라이브를 하는 가수의 비율은 20%-33%에 불과했다. 라이브 가수의 경우에도 음향 시스템의 미비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화려한 댄스를 선보이는 립싱크 가수들은 현란한 조명으로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문화연대는 가요순위프로그램이 음악이 아니라 시각적 효과에만 치중해 음악프로라고 불릴 가치가 있는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사실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방송의 고유한 편성권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화연대가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가요순위프로그램이 방송프로그램의 문제를 훨씬 넘어 한국 대중음악계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즉, 방송사와 스타 매니지먼트의 결탁, 불투명한 음반판매 집계, 장르 편중, 10대 중심, 립싱크, 음향 등 하드웨어 시스템의 부재 등 가요순위프로그램에는 우리 대중음악계의 고질적인 병폐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게다가 이런 폐해들은 문화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 순위 매기기는 대중의 기호를 왜곡하는 것이며 10대를 제외한 대다수 세대의 음악적 취향을 무시하고 있다. 또 장르적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순위 매기기는 음악과 아티스트들에 대한 몰지각한 횡포이다. 보여주기 위주의 프로그램 진행은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설자리를 좁게 하고 있으며 한국 대중음악의 질적 저하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즉 가요순위프로그램은 대중들이 음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자료를 받아보고 다양하고 수준 높은 음악을 향유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또 뮤지션에겐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알릴 기회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권리를 빼앗는 셈이다. 이에 최근의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 운동은 대중가요 개혁에 있어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폐지 후 대안에 대한 보다 진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이 글의 시작은 서태지 매니아의 무엇인가를 밝히려는 의도에서 시작 됐지만 결론은 올바른 대중음악판을 만드는 방법론 쪽으로 빠졌다. 그 이유는 아마도 서태지 팬들에게 있는 무엇인가가 바로 '현실의 부조리를 직시하고 바꾸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태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기 바라고만 있을까?' 라고 절규하는 것은 비단 그들의 노래 속에서만이 아닌 그들의 삶 속에 메아리 치는 것인 것이다.
태지매니아 홈에서 많이 따 왔어여..그치만 구석구석 정성이 들어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