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원이 물에 빠진 핸드폰으로 시작해
아내와의 갈등관계를 풀어냈다.
재미있었다.
또 어느 회원은 아내에게 꽃다발 선물을 하면서
우스갯소리를 했다가 면박받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도 재미있었다.
난들 아내와의 에피소드가 왜 없으랴.
결혼반지와 아내와의 약속
반지는 약속의 상징이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신화에서도 반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반지는 두 개체를 하나로 묶는 수단이기도 했다.
근래에 들어서 남녀 사이의 약혼과 결혼에도 반지가 등장했다.
둘이 변치 말고 잘 살자는 약속의 상징인 것이다.
나는 약혼식 때 반지를 교환했다.
그것도 당시로선 큰돈인 5십만 원 상당의 다이어 반지였다.
부잣집 규수와 결혼하려니 그쪽에서 하자는 대로 했던 건데
그것 말고 나는 신혼살림에 보탠 게 하나도 없었다.
볕 좋은 가을날 방 한 칸 세 얻어 신접살림을 시작하는데
시골의 막내누이가 걸렸다.
그래서 불러들여 함께 살았다.
가을이 지나가려던 날 늦게 퇴근하니
저녁밥상이 들어왔는데, 밥그릇이 둘이었다.
"동생도 밥 안 먹었나요?"
"네에"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 안 먹여요?"
퉁명스럽게 물으니 아무 대답이 없었다.
"시동생을 그렇게 취급해도 되는 거얏?"
그러면서 발을 내뻗었던지
밥상에 있는 수저가 떨어져 내렸다.
이걸 기화로 아내는 친정집으로 가버렸다.
왜 폭력을 행사하는 거냐였을 것이다.
그것 참!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별별 생각을 다 했다.
그래서 양다리 작전을 펼쳤던 것 같다.
홀로 지내는 아내의 친구가 떠올라
밤마다 거기에 전화를 해댔던 거다.
그 친구는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돈 벌겠다며
미국으로 불법출국했다는 거였다.
그래서 이혼을 생각중이라는 말을 아내로부터 들은 터라
위로의 말을 했던 걸까?
아니면 딴맘을 먹었던 걸까?
그러기로 삼사일 지났는데 아내가 돌아왔다.
아마도 그 친구로부터
내게서 자꾸 전화가 오더란 말을 들었을 터였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그해 연말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첫 명절에 설렐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해줘야 할 텐데...
그래서 다이어반지를 팔아 이것저것 선물을 싸들고 왔더니
속도 모르는 아내는 싱글벙글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나에게 반지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지방 출장 중에 세수한다고 잠깐 빼놨더니
어디로 가벼렸다고 얼버무렸다.
"어이구우, 그런 땐 반지에 손수건을 끼워 도망가지 않게 해야지욧!"
그러고도 또 세월이 흘러 결혼기념 여행을 갔을 때
나는 내 손가락이 허전해 엔틱 반지 하나 사 꼈다.
그 대신 아내에겐 엔틱 시계 하나 사주고.
This, too, shall pass away.
지혜와 영화의 왕 솔로몬의 말이지만
모든 건 다 사라지고 만다.
부귀도 영화도 약속도 맹세도...
반지를 보노라면 어설펐던 내 결혼 초년시절이 떠오르는데
엔틱 반지는 멋으로만 꼈다 뺐다 할 뿐이요
부부사이 약속도 친구와의 우정도, 나는 가슴에 새기고 살아간다.
첫댓글 그 당시 50만원이었으면 다이아 알이 제법 컸겠습니다.
친정으로 가버린 사모님을 불러들이신 쓰리 쿠션 전략, 고수이십니다. ^^
저희 내외 결혼 반지는 피차 통 끼고 다니질 않다가 구닥다리가 되어
10여 년 전에 유행 디자인으로 다시 세팅을 했는데
그후로도 여전히 장롱 속에서 잠자다 다시 또 구닥다리 되었습니다.
이젠 손도 늙어서 예쁜 보석 반지 여럿이라도 하나도 안 끼게 됩니다.
다 갖다 팔아먹을까봐요. ㅎㅎ
패물이란게 그런거 같아요.
아끼다 구형이 되고 마니까요.
그렇더라도 한두개는 지니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추억의 상징성이 있으니까요.
저랑 같습니다
쪼매한거 새로셋팅
다시 그대로 보존상태입니다
요즘은 참 현명해서
얇은반지 하나씩
그걸로 끝하니 좋구요
일상에서 잘 끼고 다닐수 있는거라 실용적이구요
왠지 팔아먹기는 기분이가 ㅋㅋ
@정 아 당시 돈이 없어서 그랬다네요.
좀 봐줘요.ㅎ
부잣집 규수셨던 사모님 입장에선..
어린 아기씨와 함께 생활하기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결혼 당시 작지만 다이아 반지였는데..
어디 있나 모르겠네요.
아내에게 물어 봐야겠습니다.
팔아 먹었는지..ㅎ
원래 올케 시누이 관계가 보통 부드럽지 않았지요.
이런 글은 아내 분께서 올리셔야 참으로 당시에 말못할 속을 썩었노라
라는 절절한 글로 나왔을 걸 아깝습니다
그 때는 아니 돌아 오고는 못 배기는 세월이라서
ㅎㅎ 석촌님 시대를 잘 타고나셔서 아내와 해로 하시는 겁니다
시방에는 이거 원 남편인지 머슴인지 만날 천날 마트 따라가고 아이 배에
붙이고 시장 바구니 들어야 하고 그거 안하면 갈라 섭니다 웃픈 현실이잖아요
그런가요?
그게 일반화하기도 그렇고
나만 잘했다고 잘못했다고
하기도 그렇고
참 그래요.
석촌님
패기를 밥상 앞에서
보여주시면 어떻게 합니까.ㅋㅋ
사모님 참 착하시네요.
시누와 한집에서 어떻게 살라고~
남자들은 어찌그리 단순한지 ㅋ
저도 신혼때 가방 싸서
아파트입구로 나왔는데
남편이 뒤따라 나오면서
양산을 내 손에 쥐어 주더군요.
양산 안챙겼다고
헐~ ㅋㅋㅋ
그 뒤론 거실 사수하며 삽니다.
네에 제가 잘못했지요.
더 이야기하면 제얼굴에 침뱉는 꼴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