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어를 쓰고 싶은 아침
- 김수목
사소한 일이란 게 없지요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일도 실로 위대한 일이지요
오른손을 짚고 서서히 일어나거나
두 발을 동시에 힘을 주고 발딱 일어서는 일도 예삿일은 아니지요
칫솔을 물고 눈을 감을까 아니면
불멸의 얼굴을 마주쳐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요
밥을 먼저 먹을까 콩나물국을 먹을까 생각하는 일도 번민에 속하는 거지요
밥상에 둘러붙은 밥풀때기를 손으로 뗄까 휴지로 뗄까
망설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요
현관 앞에 흩어진 신발 중에서
오늘을 실어 나를 신발을 고르는 건 경이로운 일이지요
모든 사물들에게 경어를 쓰고 싶어요
목례로 끝낼 일이 아니지요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청순한 아침이네요
-시집『슬픔계량사전』(천년의 시작, 2016)
*************************************************************************************************
가정의 달 5월 첫 주말에 선비의 고장, 영주에서는 한국선비축제가 개막되었고
영주문인협회에서는 제35회 전국죽계백일장을 순흥 선비촌에서 열게 됩니다
두 달 전부터 준비한 행사인만큼 차질없이 심사까지 마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그동안 고생한 집행부와 오늘 수고하실 회원들에게 경어를 바치고 싶은 아침이네요
문인과 참가자들이 한마음으로 협력할 수 있어서
멋진 작품들이 입상하게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