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모여서 술묵자는건 즉흥적인 발상이었다
생각보다 온다는 사람이 적었다
대충 생각하기에 담날 결혼식가는데 좀 깨꼼하게 하고 갈라고 당일날 오려는것 같다
토요일....
공주님 부산역 도착시간에 맞춰서 집을 나서는데 눈이 몇개 떨어진다
"별일이군...."
눈오는게 반가운 부산이다 그나마 곧 녹겠지만
하늘이 어두컴컴한게 별로 운전하기 좋은날은 아니다
깜깜한 밤보다는 해질무렵이나 새벽에 어스름할때가 앞도 잘 안보이고 신경도 많이 쓰인다
그렇게 차를몰고 동네를 벗어나는데 점점 눈발이 세어진다
부둣길을 들어서니 이제 앞이 잘안보일정도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별로 신경을 안썼다
도로에 내린눈은 거의다 녹고있었고 내리는건 눈이지만 길상태는 빗길과 비슷하니 그냥 그렇게 다니면 될줄 알았지
또리집은 산중턱에 지어진 아파트다
눈이 조금만 쌓이면 오도가도 못할수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거길 가야하고 또 거기서 잘생각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복잡하게 하면서 일단 또리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원래 자갈치 들러서 생고기를 사갖고 갈 예정이었는데
그 날씨에 그시간에 남포동 들어갔다가는 오도가도 못할거 같았다
그래서 무조건 최단코스로 갈라고 돈내는 터널을 두개나 통과하고 가장빠른길로 갔는데도
가는데 한시간도 더 걸렸다
"내리다 말겠지...."
내가 갖고있는 생각중에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게
"내일일은 내일 걱정하자" 는 거다
성경에 있는 원본을 빌리자면
'내일일은 내일걱정하라 한날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니라' 대충 이런말인데
어짜피 내힘으로 멈출수 없는 눈을 하늘만 쳐다보고 한숨쉬면 머하노....
피할수 없는데 즐기기로 했다
술을 먹을때마다 느끼는건....진정한 안주는 사람이라는것
그날 쿨쿨이 놀린다고 얼매나 재밌든고....
우리같이 어릴적부터 술자리에서 거의모든 이야기를 풀어간 사람들의 특징은 대화의 맥을 잘짚어내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대체로 이런저런 얘기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도 중간에 한순간 썰렁해지거나 나혼자 말하고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쿨쿨이는 술자리토크에 유난히 약한것 같다
뭔가 자기딴에는 맞춘다고 맞추는데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지거나 하던 이야기가 끝나버리거나...
암튼....그런 쿨쿨이는 여러사람을 즐겁게 해줬다 ㅋㅋㅋ
삼겹살을 구워서 묵다가 결국 배불러서 스톱하고 그때부터 또리집 냉장고 뒤지기가 시작되었다
결국 술도 떨어져서 벽장에 있던 주니퍼가지 한병 꺼내서 한잔씩 했다
사실 노리고 있던건 딤플이었는데 또리가 눈치긁었는지 주니퍼 자진납세 하드라 눈치빠른넘....
눈이 얼마나 왔나 볼라고 밖에 나가봤다
아무래도 결혼식가기는 틀린것 같다
저쪽에서 눈을 굴려오는데 한바퀴 굴릴때마다 그야말로 눈더미 불어나는듯 하다 순식간에 사람허리까지오는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담날
결국 그눈을 다 치우고 우리는 결혼식을 갔다
건달이가 걱정이 되서 아침출근길에 왔다가 갔고
형곤이와 화랑이가 그야말로 새가빠지게 눈을 치웠다
요~~밑에 아수라가 삽질하는 사진 올려놓고 악플예상이라고 했는데 그럴만도 한게 남들 눈치울때 내하고 같이 뺀질거리다가 다치우고 나서 한삽뜨고 찍은 사진이다
그래도 악플 올릴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
공주는 탈퇴한 상태고 형곤이는 원년멤버긴 해도 바빠서 부산모임에만 나오고 온라인 활동도 거의 못한다
화랑이는 거의 나이로 밀리고...
지금 생각해도 꿈같은 하룻밤이었다
아침에 나갈길은 막막하고 그래도 눈오니까 좋고 눈와서 가겠냐고 여기저기서 전화오고 나도 별 해줄말도 없고 대책도 없고
그래도 어째어째 눈치우고 결혼식도 가고 눈덮힌 해운대 백사장도 보고....
첫댓글 내는인자 술묵을때 말 한마디도 안할끼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