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인가, 아니면 완장교체인가?
- 완장 찬 기득권의 교체인가, 패러다임의 교체인가?
2017. 2. 8
검찰의 공안부는 언뜻 시국사건이나 간첩사건만 담당하면서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인권탄압의 대명사로 생각됩니다. 1980년대와 90년대 검찰의 공안부는 사실상 두 가지 큰 조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우스개 소리로 대공사건, 정치권의 선거법 위반 사건, 국가의 안전유지를 주로 담당하는 이른바 귀족공안과 학생, 노동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하층공안으로 나뉜다는 말을 하곤 하였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등장한 이후 검찰에서 공안부 출신 검사들은 모두 한직으로 밀렸습니다. 물론 정권에게 아부를 하면서 인권을 외면했던 일련의 공안 검사들은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단지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능력과 소신이 있던 많은 검사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검찰을 떠났던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2007년 이명박 정권이 등장을 한 후 문체부 장관에 임명되었던 유인촌은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산하 기관장들의 사표를 강제로 종용했고, 이것은 완장정치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 공무원이나 산하 기관장들을 물러나도록 하기 위하여 비위사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김대중 정권까지 과거의 경력보다 능력과 지역안배를 위주로 진행되었던 공무원과 산하 기관의 인선은, 노무현 정권부터 이른바 '코드인사'라는 이름아래 정권의 지향점 혹은 이념과 동일한 인물 중심의 인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방송경험이 전무했던 정연주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의 KBS사장 임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코드인사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박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문재인을 비롯한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더욱 크게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것은 정권교체의 이름만 빌린 완장교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문재인과 친노친문이라는 세력이 그동안 보였던 행태를 본다면, 그들 역시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처럼 자신들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인사정책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체부, 검찰을 비롯한 행정부 각 부처는 박근혜 정권에서 출세를 했던 인물들에 대하여 부역자라는 이름으로 인적청산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들 입맛에 맞는 공무원들의 새로운 줄세우기 형태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리고 공무원 사회에 대한 이런 인적청산을 개혁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특히, 국세청, 국정원, 검찰, 경찰, 공정위, 감사원 등 이른바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은 심화될 것입니다.
문제는 정치권력의 국가기관의 장악은 사실상 권력의 사유화라는 것이며, 그것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입니다.
혹자는 문재인은 결코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주장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예상은 바로 문재인이 내세운 대선공약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검경의 수사권 분리와 공수처 신설이 검찰 개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상 대통령이 검찰을 사유화 할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인 청와대와 법무부의 검찰인사 개입금지는 전혀 언급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문재인은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과 대공수사권 폐지가 개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국정원 사유화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국회의 국정원 통제 강화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박근혜로부터 문재인으로의 권력이동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사실상 완장교체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가기관에 대한 권력의 장악을 생각하는 근본인식에서 박근혜나 문재인이나 그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이나 박근혜는 단지 대기업과 가진 자를 우호세력으로 보느냐, 아니면 적으로 규정하느냐와 대북정책에 대한 차이만 다를 뿐, 권력에 대한 이해의 사고는 동일합니다. 그것은 바로 과거 당대표 시절 당 운영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박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당이라도 제대로 이끌었지만, 문재인은 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 30년 동안 되풀이되어 왔던 정권교체는 대한민국의 위기와 국민의 불행만 심화시켰을 뿐입니다. 그것은 정권교체가 아닌 완장을 찬 기득권만 교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권교체와 같은 단어가 아니라, 국가의 운영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패러다임의 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수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