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전 최악의 악법인 열악유전자 배제법은 우주력 319년, 제국력 9년에 은하제국의 초대황제인 루돌프 폰 골덴바움에 의해 제정된 법으로 일단 제정한 의도는 인류 내의 '열등분자'들을 없애 인류의 번영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수많은 '열등분자'들이 죽어나갔고 정치적 학살까지 합쳐져 루돌프 재위시기 41억명의 사람이 죽었고 루돌프가 제정한 법이라는 이유로 골덴바움 왕조의 역대 황제들은 폐지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작중에서는 유전자를 맹신하며 유전자의 결함으로 사람들을 죽이던 루돌프를 비웃기라도 하듯 루돌프의 아들이 백치로 태어났으며 루돌프의 후손들 중에서도 그렇게 건강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루돌프 입장에서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나오는 등 모순적인 모습이 보였지만 어쩄든 열악유전자 배제법과 그것의 근간이 된 우생학적 사고관이 남아 은하제국 유년학교 살인사건에서 하제가 퇴학당하고 오베르슈타인이 왕조에 증오심을 품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해악과 헤프닝을 보자면 큄멜 사건의 주범인 하인리히 폰 큄멜은 선천성 대사 이상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으며 이는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유전병으로 간단히 말하면 우유 등 특정 음식을 섭취시 해당 식품을 소화할 효소가 생성되지 못하고 따라서 해당 식품을 섭취하게 되면 전신의 장기, 특히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미치며 회복도 안 되어서 피해를 입은 상태 그대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질병입니다.
말만 들으면 엄청나게 무서운 질병같고 실제로도 겉으로 즉시 드러나는 유전병이 아니라서 미리 손을 쓰지 못하고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생후 6개월 이내에 발견하여 호르몬제나 특수 조제분유를 먹이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물론 이것도 모르고 당해서 장애를 앓는걸 피한다는거고 선천적으로 피해야 할 음직을 평생 피해야 하는건 어쩌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발견하는 방법도 아주 복잡하고 못하는것이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현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97년부터 해당 질병에 대한 검사를 무료로 실시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에 한해서 특수조제분유를 지원하고 있으며 '매일유업'에서 해당 질환자들을 위한 특수조제분유를 제조하고 있습니다.(그것도 12종) 즉 특수조제분유가 일반인이 감당못할 정도로 비싼것도 아니고 민간에서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도 있으며 국가에서 지원까지 해줍니다.
그러나 은하제국은 엄연히 작위를 가진 사람조차 치료제를 못구할 정도로 그 값이 비싸며(물론 원리를 보면 특수조제분유가 아니라 좀 특별한 무언가인것 같지만...) 제국에서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큄멜 남작은 그것을 먹지 못하여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나옵니다.
허나 한편으로 해당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난 큄멜 남작은 300가구분에 해당하는 거대한 저택에서 하녀가 시집을 읽어줄 정도의 일반인이 누리기 힘든 사치를 누리고 삽니다. 루돌프식 논리대로라면 진작에 죽거나 하층민으로 굴러떨어져 죽어야 할 사람이, 그것도 루돌프의 친위그룹인 문벌귀족의 일원이 말입니다. 즉 열악유전자 배제법 같은건 개소리고 하층민에게는 열악유전자 배제법식 차별과 억압을 강요하면서 자기네들끼리는 통용시키지 않는 제국의 모순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유전병은 대게 인류사회에서 없어지면 좋을 질환입니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 같은 일부 예외를 보면(이건 발원지인 아프리카의 말라리아가 너무 강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타난 형질이라는 설이 우세합니다.) 개체의 생존이라는 측면에서조차 하등 도움될게 없는지라 루돌프식 논리대로 유전병이 많아지게되면 좋을게 없는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OVA에서 라인하르트가 말했듯 유전자 하나만으로 모든것이 결정되는 사회 또한 과연 옳은 사회라고 할 수는 없고 유전병이 있는 대신 천재적인 능력이 있을 수도 있으니 유전자 하나만으로 모든것을 결정하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단지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루돌프가 유전병 환자들을 인류의 번영에 저해되는 존재들이라고 했지만 인재들을 열악유전자라는 이유만으로 쳐내어 사회발달을 저해하는 행위 역시도 인류의 번영에 저해되는 행위일 것입니다.
그리고 설사 어떻게 부작용을 줄이는 쪽으로 해서(가령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가능하게 하면서 자식을 낳지 못하게 한다든지) 유전병 환자들을 쳐내고 싶다 해도 그것은 어려울 일입니다. 최대한 온건하게 한다 할지라도 결국 미래세대를 책임질 사람을 줄어들게 하는 행위이며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은 많습니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의 경우 흑인의 30%는 해당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며 실제로 나이지리아. 콩고, 카메룬, 가봉, 니제르의 경우 인구의 20~30%가 해당인자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열악유전자 배제법식 논리대로라면 흑인의 30%를 학살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도출됩니다.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유전병 역시도 해당 유전자를 코카서스인(백인)의 5%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의 몇몇 유전병 또한 전체인구에서 결코 적은 숫자가 가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지중해성 빈혈, 초남성 증후군, 클라인펠터 증후군은 세계인구의 0.1% PKU는 12000명당 1명, 윌슨병은 3만명당 1명, 기텔만 증후군은 4만명당 1명, 샤르코-마리-투스병은 10만명당 36명, 트리처-콜린스 증후군은 1~5만명당 1명, 다운증후군 700~800명당 1명, 에드워드 증후군 6천명당 1명, 파타우 증후군 2만명당 1명 초여성증후군 1200명당 1명, 터너 증후군 2500~3500명당 1명 등입니다.
특히나 현대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병 중 하나인 암은 유전병에 속하지 않으나 유전이 큰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기에 유전이 영향을 미치는 질병까지 유전병으로 퉁치자고 보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이는 질병은 유전병입니다.
물론 상당수의 유전병은 그 병이 워낙 좋지 않아 해당 병으로 인해 어릴적에 죽기에 결과적으로 해당 유전병 환자들이 후손을 낳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쳐도 1만명당 1명씩 발병한다고 쳐도 전세계 인구가 80억 수준이니 80만명은 걸린 질병인 셈이라 아주 적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특히 1천명에 1명꼴이면 800만명의 환자가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류는 선천적으로 유전병에 취약한 동물로 연구결과 7만년 전, 인류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해 1만명 수준으로 줄어든 시기가 있었고 그나마 이 수준에서 인류는 더이상 줄지않고 대를 이어가 멸종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적은 숫자로 대를 이어가다보니 유전자 병목현상이 발생해 유젼병에 취약해진 것이라고 합니다.(순종견들에게서 유전병 발별률이 높은 것과 근친혼을 통해 태어난 자손들에서 유전병 발병률이 높은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심하냐면 전세계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은 고릴라 한 무리의 유전적 다양성만도 못하다고 합니다.
즉 위와 같은 원리로 인해서 겉으로 드러나있는 유전병이 없다고 할 지라도 희박한 확률로나마 어느 조상대에서 발병한건지 알 수 없는 유전병 인자를 가지고 있지만 단순히 발병만 하지 않았을 수 있고(겸상적혈구빈혈증 낭포성 섬유증도 어디까지나 인자를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지 실제 환자가 그렇게 많다는건 아닙니다.) 그렇기에 극히 낮게나마 자신은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지만 자식은 유전병을 타고 태어난다든가 반대로 부모님은 건강한데 내가 유전병을 타고 태어나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일 현실에서 엄격한 열악유전자 배제법 같은게 제정되어 강제시행된다면 누가 죽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내가 그 법에 찬성했는데 유전인자가 발견되어서 죽을 수 있고 알고봤더니 해당 법을 발인한 사람에게서 유전인자가 발견되어서 죽을 수도 있고 겉으로 엄청나게 건강한 사람이 유전인자가 발견되었다고 죽을 수 있는 등 해당 법이 실행된 나라는 하나의 거대한 러시안 룰렛 실행장이 되는 것입니다. 애초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사 자기가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쳐도 그게 유전병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그 사실을 알 가능성도 낮을 것이고요.
그리고 현대의학의 발전은 유전병 인자들을 굳이 쳐내야 할 이유를 무색하게 만듭니다. 선천적으로 유전병을 타고 태어났다면 감기 걸리면 치료해서 낫게 하듯 그냥 병을 고쳐버리면 그만이고 아직 고치지 못하는 병이 많긴 하지만 그건 고칠 수 있게 연구하면 그만입니다. 처음부터 치료법을 찾은 질병은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해당 이유로 인하여 어떠한 행위로든 유전인자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세계인구를 급감하게 만들고 이는 또다시 인류를 유전자 병목현상에 빠드리게 만들어 기껏 유전인자를 제거해놨더니만 또다른 유전인자를 낳게 만드는 결과로 돌아오게 될 뿐입니다.(위 확률들을 모두 더하면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전인류의 12%가 사라져야 합니다. 물론 실제로는 이정도로 유전병 위험이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인류는 역사속에서 여러차례 전염병이나 대기근으로 인해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겪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로 인해 유전병 문제가 더욱더 심해지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유전병의 완전 제거는 뭔짓거리를 해도 거의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유전병이라는 것이 병원균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유전자인 이상 인류가 존속한다면 인류의 유전자 또한 존속하고 때문에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는 행위를 한다면 기껏 유전인자를 없애도 다시 생길 뿐입니다. 결국 열악유전자 배제법은 윤리적, 인간적, 사회적, 국가적으로는 물론 생물학적으로도 멍청한 헛소리인 셈입니다.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을 '줄이는' 것에서 그칠 뿐 유전인자의 완전 근절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의학기술을 더 발전시켜 유전병을 치료하는 것이 더욱더 합리적입니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제거하겠다고 하는 것은 루돌프나 현실의 나치 독일처럼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수정-낭포성 섬유증 역시도 유전인자가 백인의 5%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사실 백인도 어떻게 보면 '유전병'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류의 발상지가 아프리카인인 만큼 최초의 인류는 피부가 하얗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북쪽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어두운 피부로는 고위도의 적고 강하지 못한 햇살이 많은 멜라닌 색소에 막혀 비타민 D 합성에 불리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어느 순간 흰 피부를 지닌 돌연변이가 탄생했고 해당 돌연변이가 고위도 일대에서 잘 살아남음에 따라 오늘날의 백인이 되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백인은 아프리카 같은 저위도 지역에서는 흑인이라면 아무 문제를 겪지 않는 환경에서 지나친 자외선 노출로 인한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유전병이라면 유전병이라고도 볼 수 있는 문제지만 일단 저위도 지역이 아니면 딱히 문제될 것은 없고 그 외에 딱히 생존에 어려운 일은 없으니 유전병으로 불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만일 백인이 우리가 잘 아는 유전병들처럼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면 그 역시 유전병으로 규정되었을 것입니다. 단지 발생할 지역에서 잘 살아남고 일상에 큰 불편함을 겪지 못할 수준이라 유전병이 아닐 뿐이죠.
은하제국을 보면 귀족들이 전부 백인이죠. 평민이나 일반 병사들 중에도 유색 인종이 보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