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 [일일기록 10.01.11] 선생님, 내일은 풀코스요.

[이유선(경북대06)]

철암천 첫 나들이

도서관 1층으로 내려가 보니

은지와 미성이가 계단 옆에 앉아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은지의 표정이 시무룩해 보입니다.

물어보니 은진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어제 철암천에 가기로 했는데

결국 못간 것이 아쉬워 눈물을 흘렸다는 은지.

“선생님, 우리 철암천 갈래요?”

“그럴까?”

“우리 셋만 가요.

  다른 친구들한테는 비밀이에요.”

“그래. 재밌겠다.”

미성, 은지, 나는 조심조심

살금살금 도서관 문을 열고 나갑니다.

제법 추운 날씨인데 장갑조차

들고 나오지 않은 우리 셋.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자

서로의 손을 살포시 잡아

주머니에 넣고

가는 길에 사진도 찍고

마냥 신이 나 철암천으로 향합니다.

“이거 담 넘을 때, 조심해야 돼요.

넘어가서는 왼쪽에 사다리가 있어요.

사다리는 이렇게 가서 몸을 돌려서

한 칸씩 천천히 내려가야 돼요.”

은지가 철암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조목조목 하나씩 짚으며 알려주네요.

은지야, 길을 잘 알려줘서 고마워요.

은지, 미성, 나 순으로

사다리를 타고 안전하게 내려갑니다.

하얀 눈밭이 펼쳐진 가운데

가장자리에는 졸졸졸 물이 흘러갑니다.

은지는 철암천 위를 걷고 싶어 합니다.

얼음이 깨지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확인해보자는 나의 말에

돌을 던져보자고 합니다.

돌을 하나 둘씩 들고 와 휙~ 던져봅니다.

꽝~ 여러 번에 걸쳐서야 겨우

얼음 아래에 흐르는 물이 보입니다.

이야~ 우리 건너다가 깨지면 어쩌지?

“제가 물 높이가 어느 정돈지 볼게요.”

은지가 막대기를 물 아래로 넣어봅니다.

“음, 이정도면 젖겠다.

다른 곳에도 넣어 볼게요. 어랏, 잘 모르겠네.”

막대기가 이미 젖은 상태라서

다른 곳에 막대기를 넣어도

물의 깊이를 알 수 없네요.

은지가 막대기를 눈 위에 적십니다.

막대기가 눈에 쌓여서

물 속에 넣으니

그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

작은 일에도 잘 대처하는 은지입니다.

대장을 뽑아 하천을 건너기로 합니다.

가위바위보!!

이야~~ 미성이 당첨 !

고개를 절레절레 하는 미성이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미성아.

미성이가 큰맘을 먹었는지

건너기 시작합니다.

조심조심 ~

뿌지직, 뿌지직 소리와 함께

“으으으!”미성이가 소리 지릅니다.

잠시 멈추어섰다가 다시 걸어갑니다.

그런 미성이를 보며

매우 달가워하는 은지

자신도 재빠르게 건너가기 시작하네요.

나도 은지 따라 건넙니다.

하천 한 가운데에

동그란 돌탑이 있어요.

그 돌탑에 올라가

은지가 부드럽게 노래를 부릅니다.

철암천 가운데에 서서

은지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들의 비밀 첫 나들이

비록 손은 시리지만

돌아오는 길도 신이 납니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시린 손을 따뜻한 온기로 감싸줍니다.

은지는 내일은 눈썰매까지

풀코스로 해야 한다며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집으로 갑니다.

아이들과의 약속

귀이 여겨야합니다.

내가 어긴 약속으로 인해

눈물 흘리고 슬퍼할 아이.

약속을 잘 지켜야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섣불리 해서는 안됩니다.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법.

아이와 한 작은 약속 하나에서도

드러납니다.

감사 보태기 ♡

감미로운 목소리와 기타, 멜로디언의 조화로 멋진 공연을 보여주신 황철웅,박정현오빠

우리에게 꼭 필요한 김과 라면을 사서 지지방문 와주신 표주현 오빠

든든한 간식을 사서 지지방문 와주신 정유성, 이명화, 진지혜언니

은지와 나

미성이와 나

철암천에 내려간 은지와 미성이

 

철암천에 남겨진 우리 발자국

[김동찬]

철암천에서 신나게 놀았군요.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면 그리울 철암 그 시절...
미성, 은지, 유선이 겨울이야기가 깊어갑니다.

[김동찬]

약속과 관련하여.
상대가 약속을 하자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자기 스스로나 무얼 하겠다는 약속을 하여 자신을 옭아매지 않는 것이 편안합니다.
마땅히 할 일이라면 하겠고, 상황과 여건이 맞지 않아 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한덕연]

새겨 둘 말씀입니다.

[한덕연]

그림 동화 같아요.

[하헌호]

유선이 기록을 보면서 내가 아는 유선이가 더욱 깊어지고 있구나를 느낌니다.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약속의 깊은 뜻을 체험하는 시간. 감사를 하나하나 세기고 표현할 줄 아는 자세. 유선이에게 광활이 참 특별하고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이 느껴져서 참 기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