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60 초반의 나이로 고된 노동일을 하며 작은 주택에 월세를 산다.
어려서 어느 산골에서 어렵게 자라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수십 년간 시부모를 봉양
했는데, 시부모가 돌아가신 얼마 후 남편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홀로 어찌어찌 두 아이를 키워 결혼시키고 혼자 사는데, 가끔은 자식까지 도와주느라
어렵게 산다. 이쯤되면 허접한 일일드라마 어느 배역처럼 기구하다.
반전이 있다.
그녀는 매우 감성적이고 글도 잘 쓰는데 마음이 내키면 언제 어디로든 바로 길을 떠난다.
그녀의 애마는 주행거리 30만 킬로가 되고 이미 단종된 경차이지만 노련한 운전솜씨로
길을 달린다. 언젠가는 불쑥 메세지를 보내 해운대에 있다고 했다. 뭔일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좋은 호텔에서 쉬고 싶었단다. 잘 했다고 답해 주었다.
조금 변변치 않지만 남친도 있다.
그녀는 그를 '데리고' 다닌다고 표현한다. 그녀와 남친, 그리고 내가 깍두기로 끼어 셋이
만나거나 그녀의 친구 하나가 끼어서 넷이 어울리는 자리가 가끔 있는데 밥값은 거의
내가 냈다. 그 놈 변변치 않은 거 맞다 ㅋ~. 한 때 여유 있는 남자와 결혼설이 깊이 오간
적도 있었지만 그녀는 자유를 택했다고 한다. 멋지다고 말해주었다.
작년 여름인가 불쑥 전화를 해서 구례에 와 있는데 어딜 가면 좋겠냐고 물었다.
가끔 있는 일이라 사성암에 가보라고 했더니 다녀와서 대만족이란다. 그 후로도 기분이
내키면 구례까지 달려간단다. 오래전 어느 카페에 내가 석모도 기행을 올렸는데 그 글을
읽고 석모도에 빠져서 수십 번을 갔다고 한다. 배를 타고 건너가던 아주 옛날 일이다.
그를 보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 말이 아무 글에나 감히 둘러댈 무게가 아님을 잘 알지만,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어찌
생각하는 지는 전적으로 마음먹기 달렸다는 걸 그녀는 몸으로 말해주는 듯 하다.
늘 그녀를 응원한다.
나와의 인연?
20 년도 더 된 예전에 글을 올리던 어느 카페에서 마음이 통하는 이들끼리 가끔씩 만나며
알게 되었다. 그가 나를 많이 따랐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그 모임은 이어지고 있다 한다.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나를 '아저씨'라고 부른다. 원빈이 나와 멋진 모습을 보이던 영화
제목이 아저씨였는데, 나는 이제 조그만 할배가 되어 그 호칭을 바꿔 달라고 해야겠다.
2024.02.15
앵커리지
첫댓글 힘들게 살긴 했지만..
자신감 뿜뿜~
나름 그녀의 철학이 느껴집니다..
맞습니다.
자신만의 확고한 주관이 있고, 무엇보다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데에 칭찬하고 싶어요.
60대 초반의 나이라면
젊은 시절에 오빠 보다는 형 이나 아저씨 라는 호칭이 지금 오빠보다 더 친근했지요
시대가 바뀌니 이제는 남편도 모두 오빠가 되었는데
평생 아저씨라 호칭할 남자사람친구 가 있다면 그녀도 행복합니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상 친오빠 노릇을 해야 하니 가끔은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해요 ^^
인연의 무게를 생각합니다.
그녀는 멋지다.
그녀와 오랜 벗으로 줗은 인연을 맺고 있는
앵커리지님은 더 멋지다.
그녀의 용기를 닮고 싶습니다.
그녀가 구례에 종종 오신다면
구례의 아름다운 카페 라플라타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앵커리지님
고운글 고맙습니다^^
구례라면 저도 20 대에 수십 번을 다녔고 지금도 일 년에 한 두 번은 갑니다.
라플라타를 찾아보니 섬진강변에 있고 구례구역에서 멀지 않네요.
사람 인연의 무게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라 봐요.
그녀의 용기는 저도 부럽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앵커리지
저는 춘향고을 남원에 살기 때문에
이웃동네 구례 오일장구경을
종종 가는데 가을에는 송이와
능이버섯도 많이 나오고
오일장이 큰 편이라 볼거리가 많아서
좋습니다.
그리고 섬진강 따라서
하동까지 드라이브코스로
기가 막히게 좋고요.ㅋ
@제라 제가 스물 두살에 지리산에 미쳐서(?) 20대 부터 지리산을 헤집고 다녔어요.
지리산의 남원쪽도 잘 압니다. 작년 8월에 지리산 휴양림에서 보내며 인월장날에도 갔었구요.
뱀사골 쪽 반선(半仙)을 좋아하는데, 그 이름이 너무 멋져서요 ^^
늘~ 한여름 소나기 내린 뒤의 봉숭아잎에 매달린 물방울 같은 글~반갑습니다.^^
나에게는 없는 '그 녀'의 이야기......앗? 겨우 겨우 생각이 났습니다.ㅎ
둥실님은 성실하고 예의 깍듯한 분이라 그런 추억이 없나 봅니다 ^^
봄이 되면 언제가처럼 북한산 문수봉 아래에서 조우하길 빕니다.
'겨우 생각난 얘기' 올려주시면 둥실님을 재평가(?) 하겠습니다 ㅋㅋ
기구하지만 멋진~~그녀.
카페의 인연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그녀가 운전을 할 수 있다는게
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은 넘 힘들지요.
저도 마음이 답답할때는 어디라도
휙 떠나고 싶은데 운전을 못하니
어렵더군요.
석모도, 사성암 잘 기억해 두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조 위에 제라 님이 추천하신
카페 리플라타도 기억해 두어야겠어요.
날씨가 흐리네요.
좋은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핵심을 정확히 짚으셨네요.
그녀는 자기가 운전을 하지 않았으면 살지 못했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쓸 줄 아는 현명함이 있어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신 분 같습니다.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은데,
대가 세고 당찬 분이네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비교가 일상화 되고
남과 다른 삶을 사는 것에 큰 용기가 필요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그녀와 같은 분은 진짜 찾아보기 힘든 멋진 분입니다.
본인 나름의 힘든 점도 있겠지만,
그녀의 삶의 모습이 참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당차고 의지가 굳은 사람 맞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자신을 낮추는 일에 익숙합니다.
자신을 낮추되 비굴하지 않은 삶의 자세를 갖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저를 늘 반성하게 하고 배우게 하는 사람입니다 ^^
설렁탕집에서
깍두기가 맛 있으면
그 집 깍두기로 대박을 칩니다 ㅎ
앵커리지님의 글 속엔
적당히 익혀 나온
깍두기 맛이 있어요
저 위에 댓글
모두 합하고 덧붙이자면
영감하고 가도
섬진강변은 좋습디다ㆍ
깍두기 노릇은 재미 없더라구요 ^^;;;
섬진강변은 생솔님과 가도 좋다 ...
캬~~ 절창(?)입니다 ㅋㅋ
더 늙기 전에 남도여행 한 번 더 가리다 ^^
@앵커리지 나두 춘향이가 좋지 향단이 역할은 시러~
ㅎㅎ 델꼬 가 주는 사람 없으면 그냥 주저 앉아
살다 죽어 버리지뭐 늙어서도 향단이는 시러~
홀로 살아서 그 여인네는 자립심이 강하시고 자립심 강하니
생각도 굳세지 싶습니다
아직 피돌기가 활발해서 곁을 주지 좀더 나이 들면
노익장 과시하며 아주 건강히 잘 사실 듯요 ㅎㅎ 글 잘쓰신다니
이곳으로 초대도 해보심이 ㅎㅎ
성격 올바르고 강단 있지만 고생한 탓으로 몸까지 건강하진 않은 듯합니다. 우리 카페 초대는 그렇지 않아도 때를 보는 중입니다.
네 짝이 있어요. 다행입니다.
맞아요. 즐겁게 잘 지내더라구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박복하지만 멋진 그녀가 아니라
행복하면서도 멋진 여자 같습니다.
이런 여학생이 아저씨라고 따르다니
행복하시겠습니다.
맞습니다.
그는 진정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은 사람으로 보입니다.
저도 뭐 그를 오빠를 잘 따르는 친동생이라 생각하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