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정치의 끝판대장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하얀거탑이 있다고 다들 그러는데, 그게 어느 정도냐면 -
.... 예전에 매거진T었나 씨네21이었나 가물가물하는데, 여튼 하얀거탑 특집을 하면서 맨 마지막에
필진(기자)이 맹랑하게도 하얀 거탑 내의 인물 갈등구조를 이용한 처세술 화법 얘기를 써 놨었죠.
('실전! 하얀 거탑 화법' 이라고 인터넷 뒤지면 해당 기사가 뜰 테니 링크는 생략합니다..)
.... 한참 천둥 벌거숭이던 시절 현역 의대생 한놈하고 둘이서 작당해서 만든 글입니다. 그냥 재미로 봐주시길.
(그런데 그 당시에는 낄낄거리며 만들었는데 지금 보니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에요.)
* 캐스팅 :
박건하 = 한상진 / 이주완 = 이정길 / 장준혁 = 김명민 / 노민국 = 차인표 / 최도영 = 이선균
유필상 = 정한용 / 오경환 = 변희봉 / 우용길 = 김창완 / 민충식 = 이희도
1. 다음 중 회식 자리에서 하기에 적절하지 못한 발언은?
1) 박건하 - 저는 장준혁 교수님과 같은 걸로 하겠습니다.
2) 이주완 - 원장님이라면 2만 5천원짜리 불고기로 하시겠습니까, 3만원짜리 갈빗살로 하시겠습니까?
3) 장준혁 - 오늘은 저희 장인어른께서 특별히 대접하고 싶으시답니다.
4) 노민국 - 저에게 어떤 익스큐-즈도 없이 생등심만 시키시다니 매우 불쾌하군요.
5) 유필상 - 역시 고기는 내가 지난번 이사장님 모시고 히말라야 가서 먹었던 육포맛이 최고야!
[해설]
보기 1 : 묻어가는 자세가 좋다. 짬이 안될경우 극구 강추함.
어느정도 이상이라도, 자신보다 고렙;;이 있을때는 절대적으로 필수인 자세. 생존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보기 2 : 부교수이상의 고렙이 사용가능한 스킬, 능구렁이 레벨이 낮을 경우 건방진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주완의 레벨에서는 충분히 구사가능하나, 초보자가 사용할 시 역시 생존에 심각한 지장이 올 수있다.
보기 3 : "특별히"가 중요 단어. 이 단어 하나로 인해 대접의 뒤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암시함과 동시에,
대접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할수 있는 양수겸장의 표현. 초보부터 마스터까지 애용하는 스킬이나,
역시나 장인어른, 혹은 아버님, 혹은 삼촌 같은 뒤에 고렙이 존재할때 그 진가를 발하는 스킬이라 할 수 있다.
보기 4 : 이것이 정답일 가능성이 높다. 익스큐즈 라는 단어는 의대에서 잘 쓰이지 않는 단어이다.
의대에서 자주(?)사용되는 단어로는 옵세, 나르, 모폴로지, 멘탈, 피지칼, 내공(?) 같은 단어들이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고렙이 시킨 안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함과 동시에, 익스큐즈 같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위화감을 주는 행위는 '좋은 게 좋은 거' 라는 이 나라 조직문화의 미덕상 매우 쳐라..... 까지는 아니고
여튼 배격되어야 마땅하다. 초렙 고렙 구분없이 저러한 언행을 하는 이들을 가리켜 흔히 "멘탈이 없다"라고 한다.
보기 5 : 전형적 Anal-Sucking의 자세, 이사장이라는 막강한 존재를 등에 업었음을 강조함과 동시에
자신이 이사장과 히말라야를 다녀올 만큼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양수겸장식 표현이다.
확실하게 이사장이 비빌언덕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충분이 가능한 립서비스로 추측된다.
단 이사장이 실각할 경우 완전히 미운털이 박힐 수 있으니 충분한 주의를 요한다.
5번 또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백화점에 옷을 환불받으러 갈 때 동행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은?
1) 최도영 - 몇 가지 체크를 해보니까 옷에 오류가 좀 있더라구요. 날짜가 지났으면 교환이라도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2) 민충식 - 뭘 그런 것 때문에 귀찮게 왔다 갔다 거려? 돈 줄 테니까 하나 더 사.
3) 오경환 - 점장 나오라고 해! 소비자에게는 소비자의 권리가 있는 법이야!
4) 이주완 - 당신들 눈에는 내가 이깟 옷 한 벌에 벌벌 떨 위인으로 보이나? 나, 이주완이야!
5) 장준혁 - 얼마 전에 상품본부장님께서 수술을 받으셨는데 매장에 오면 한번 연락달라고 하시더군요.
[해설]
보기 1 : 전형적인 클레임의 자세, 점잖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노블리스의 자세, 매우 무난하다.
사실 백화점에서는 저 정도로 말하는 고객이면 땡큐이고, 또한 의사가 사는 옷의 가격대를 고려했을 때
대개 VIP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매우 적절하다 하겠다.
보기 2 : 역시나 터프한 돈지랄의 자세. 진정 돈지랄을 할 줄 아는 대인배의 풍모가 느껴진다.
"뭘 귀찮게 왔다갔다 하나"에서 이미 포스가 느껴진다.
참고로 일정 렙이 아닐경우 저런 소리를 하면 미친놈으로 취급받으니 각별히 주의를 요한다.
보기 3 : 진상 손님의 전형적 자세,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하는 손님.
머리속에 어설프게 들어서 요구하는 것이 많고, 땡깡에 가까운 언행을 보이므로
그냥 돈을 돌려줘 보내는 게 백화점 측으로 보았을 때 매우 이익이라 할 수있다.
보기 4 : 전형적인 찌질이 타입. 백화점이 병원인 줄 안다. 단 백화점의 VIP고객일 경우
저렇게 호통을 치면 당장 높은 사람이 나와서 문제를 해결하니, 특별히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런 타입의 인물들은 자신이 매우 잘났다고 생각하므로, 같이 가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매우 이롭다.
보기 5 : 모범답안. 한국사회의 매직 키워드 "지역사회"를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모습.
상품본부장이라는 지위를 언급함으로써 매장 담당자를 긴장시킴과 동시에, 그의 소개라는 말을 통하여
영화 '대부'의 명대사 "내가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도록 하지...." 라는 말을 연상시키는 대사.
( 註 : 실제로 안판석PD는 '대부'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 보기 1번이 보기에 모범답안 일 수 있으나, 실제로 가장 강력한 것은 5번이라고 본다.
정녕, 역시나 세상은 밝음보다는 어둠이 지배하는 것인가?
1번의 경우 무난한 처리이나, 5번의 경우 1번의 프로세스를 뛰어넘는 그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
정도를 걷고자 하는 이는 1번을, 사마외도를 걷는 자는 5번을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겠다.
3. 승진 심사 담당자로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은?
1) 우용길 - 자넨 똑똑한 친구니까 처신 잘하리라 믿어.
2) 오경환 - 연구 실적이 좀 부족하구만.
3) 이주완 - 요즘 부서 분위기가 어떤 것 같은가? 솔직히 말해보게.
4) 유필상 - 일단 노래부터 한 곡 뽑아봐.
5) 민충식 - 얼마까지 낼 수 있어? 내가 박 상무랑 윤 팀장까지는 한 장으로 커버할 수 있어.
[해설]
보기 1 : 가장 까다로운 타입이다. "알아서"라는 말 한마디로, 자신의 패를 늘리면서, 상대를 옭아매는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잘 보이면 좋겠지만, 한번이라도 수가 틀리면 곤란에 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를 요하는 타입이다.
보기 2 : 전형적인 학자 타입. 연구 실적의 부족과 같은 '팩트'를 통해 공격하는 타입으로,
이런 부류의 사람은 의외로 좋은 실적을 보이면 무난한 경우가 있다.
단, 역시 수틀리면 온갖 종류의 트집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홍상수의 최근작 '옥희의 영화'를 보면 문성근이 왜 이선균에게 상을 줬다 뺐는지 알 사람은 알리라...)
보기 3 : 정답. 위험한 인물이다. 긍정적인 대답을 할 경우에 "분위기 파악이 안되는 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부정적인 대답을 할 경우에, "이런 고자질쟁이"라는 소리를 들을수 있는 딜레마를 유도하는 질문이다.
특히나 이 경우 매직키워드 "저는 모릅니다"를 쓸 수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적당히 정치적인 형태로 둘러대고 빨리 그 자리를 뜨거나, 혹은 화제를 전환하는 것만이 유일한 살 길이다.
보기 4 : 의외로 쉬운 타입, "곤드레 만드레" "?벌" "스페이스 환타지" "무조건"같은 분위기 띄우기용 트롯트를
몇 곡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저러한 트롯트로 분위기가 반전 되지 않을 시에는
망가지는 비장의 한 수인 핑클의 "영원한 사랑"이 있으나, 자주 사용시 주화입마의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註 : ↑ 이건 특정 인간에만 해당되는 스킬이므로 주의.
본인의 경우에는 주로 싸이의 '새' 라든가 '해에게서 소년에게' 의 나레이션, '환상속의 그대'를 경상도 사투리 버전으로 치환한다.
방송가에서는 사투리를 쓰면 큰일나는 경우가 많지만, 사석에서는 잘만 활용하면 좌중을 올킬할 수 있다. 예컨대
전라도 담양 출신의 의사 한 분은 그 육덕진 억양으로 "이런 탕수육을 뽄드에 튀겨먹을..." 이라는 공전불후의 어록을 남긴 바 있다.)
- 어쨌거나 핵심 키워드는 "음주가무". 술 세고, 노래 잘 부르는 놈이 짱이다.
보기 5 : 가장 좋은 타입. 거래의 기본인 GIve & Take를 아는 남자다.
불확실한 것은 입 밖에 내지 않으며, 확실한 부분에 대해 말하는 전형적인 비지니스맨.
단, 그에게 어떠한 인간적인 면이나, 혹은 Give 이상의 Take를 요구할시에는 바로 안면을 바꿀 수 있음에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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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이 한 3년쯤 전에 쓴 글인데 지금 보니 엄청 삭막한 정신세계를 갖고 있었군요 둘 다-_-;;;;
하지만 지금의 나는 지상에 남은 마지막 로맨티스트로 살고 있으니 괜찮을지도. (......)
첫댓글 왘ㅋㅋㅋ 잘만드셨어요!!재밌게 읽었습니당
하하하 재밌네요 정말
하하.. 가장 이상적인 건 이런 게 없는 세상일텐데요.. 그런 세상은 안 올 것 같더군요^^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맛(?)을 알았더니(??) 나이 들어서 오히려 철없어지고 있습니다....;;;